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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얼어붙은 궁정의 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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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시아는 묵직한 눈꺼풀을 간신히 열며 눈을 떴다. 황후의 책임을 지지하기 위해선 하루의 시작을 누구보다 앞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밤이었다.

최고의 침대에서 편히 잤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편치 않았다. 긴장된 어깨를 풀며 그녀는 암흑의 길고 긴 복도를 따라 거닐었다. 황실의 하녀들이 나란히 마중을 나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넸다.

"황후 마마, 오늘은 의관들과 함께 실을 방문할 예정입니다. 아침 식사 후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시아는 잠시 멈춰 하녀의 말을 들었다. 오늘 하루도 평탄하지 않을 것이란 걸 예감했다. 그녀의 결혼 생활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각종 일정들이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시아는 미소를 짓고자 했지만, 그저 고된 하루를 예고할 뿐인 스케줄에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아침의 황실식탁은 과하게 거대하고 정교했다. 하지만 그에 맞먹는 극도의 긴장감이 떠돌았다. 시아는 조용히 식사를 하며 황제 카이로스를 눈여겨보았다. 같은 식탁에 앉아있음에도, 마치 얼음장벽이 그들 사이에 존재하는 것만 같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폐하."

카이로스는 자신의 손에 들린 잔을 내려놓고 시아를 향해 눈길을 주었다. 그의 눈동자는 차가웠지만, 시아는 걸핏하면 그의 감정이 얕게 드러나는 순간들을 놓치지 않았다.

"그래, 아침은 잘 챙기는 것이 좋다. 오늘 일정이 많을 테니."

시아는 장벽을 무너뜨리려는 작은 시도로 급히 다음 말을 꺼냈다.

"폐하께서도 조심하시길. 오늘의 일정이 무사히 끝나도록 기원하겠습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이내 끝났지만, 짧은 순간동안 시아는 그의 목소리 속에서 약간의 결핍을 감지했다. 그 결핍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이 그녀의 과제가 될 것만 같았다.

조용히 식사를 마친 시아는 하녀들과 함께 실로 향했다. 실은 각종 의식과 행사가 펼쳐지는 곳으로, 황실의 믿음과 권위를 상징하는 장소였다.

지루하게 늘어선 의관들과 수행원들 사이를 지나며, 시아는 그들 속에서 특별한 감정을 찾아냈다. 그 감정은 바로 두려움이었다. 황실 내 급증하는 음모와 중상모략의 흔적도 함께 스쳐 지나갔다.

문득, 대리석 바닥에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아는 소리의 주인을 향해 몸을 돌렸다. 익숙한 황제의 그림자가 빠르게 그녀에게 다가왔다.

"시아,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 그의 눈빛은 여느 때보다도 진중했고, 시아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우리 둘이서만 할 수 있는 이야기지."

이 초대는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두 사람만의 시간을 주어질 것이라곤 상상조차 못했던 시아는 잠시 망설였다.

"물론입니다, 폐하. 어디로 가시죠?"

카이로스는 자신만의 비밀 공간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그곳은 책과 지도가 가득한 도서관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책상에 앉아 시아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최근 궁정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깊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내 옆에 있는 이상, 너도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시아는 그의 말을 들으며 긴장감에 휩싸였다. 그의 경고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었다. 그녀는 그의 진심을 알게 되었고, 그 안에서 미세하게 꿈틀거리는 인간적인 측은함을 느꼈다.

그녀는 그 순간만큼은 그의 곁에서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카이로스의 자신과 황실에 대한 무게를 나누어 질 수 있기를 바라며,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아보려 했다.

"폐하, 저는 폐하를 지지합니다. 그 어떤 어려움도 함께 헤쳐나가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의 눈동자에 드물게 스쳐 간 따스함을 놓치지 않았다. 그것이 연속된 연극 중 하나의 막이었을지는 몰라도, 시아는 그 순간만큼은 진실이라고 믿고 싶었다.

대화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둘에게 큰 의미로 다가왔다. 대사들 사이에 흐르는 감정선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독특한 리듬을 만들어냈다.

그날 밤, 차가운 바람이 어둠 속을 휘돌았다. 시아는 창가에 서서 멀리 보이는 별빛을 응시하며 새로운 결심을 다졌다. 얼어붙은 황제의 세계 속에서, 그녀는 누구보다 밝게 빛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그녀와 황제 카이로스의 이야기는 이제 막 의미 있는 시작을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