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2화 놓친 순간이 이어주는 것들
재현은 카메라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지하철역 계단을 거의 뛰다시피 내려가고 있었다.
오늘따라 시간이 유독 빠르게 흘러가는 느낌이었다.
지하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발걸음은 더 급해졌다.
“아… 진짜… 지금 놓치면 끝인데…”
개찰구 앞에 서서 서둘러 교통카드를 찍는데—
삑!
“…어?”
삑삑!
“…아, 왜…”
삑삑삑!!
“하…”
재현은 카드기를 노려보듯 바라봤다.
뒤에서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미 열차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때—
“저기요.”
잔잔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재현이 고개를 드는 순간,
숨이 아주 잠깐 멈췄다.
**어제 도서관에서 같은 사진 책을 고르고 있었던 사람.**
이름도 모르는, 그런데 눈에 남았던 그 사람.
하린이 서 있었다.
그리고 손에는—
재현의 교통카드.
“…이거, 혹시 떨어뜨리신 거 같아서요.”
재현은 놀란 얼굴로 얼른 받아들었다.
“아—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이거 없었으면 진짜 큰일 날 뻔했네…”
하린은 카드 뒷면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름 적혀 있길래요. 누가 주워서 저한테 건네주더라고요.”
“아… 네. 감사합니다. 제가 원래 이런 거 안 잃어버리는데… 오늘만 좀…”
“그럴 때 있죠.”
하린이 가볍게 웃었다.
그 미소에 재현은 괜히 말이 어색하게 꼬이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어제도 도서관에서 봤는데 오늘 또 보네요.”
하린이 먼저 말했다.
재현은 짧게 당황했지만 솔직히 말했다.
“저도… 그 생각했어요. 아까부터.”
바로 그때—
두 사람은 동시에 플랫폼 쪽을 바라봤고,
열차는 이미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제가 방해한 거죠?”
하린이 말했다.
“아뇨, 아니에요. 제가 좀… 타이밍이 안 맞았어요.”
재현이 손사래를 쳤다.
“원래 이런 건데… 오늘만 더 심한 것 같네요.”
하린이 작은 웃음을 흘렸다.
“그럼… 다음 열차까지 같이 기다릴래요? 그냥 가기도 뭐하니까.”
“아… 네. 좋아요.”
재현이 생각보다 빠르게 대답하자
하린이 살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나란히 플랫폼 벤치로 걸어갔다.
말을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거리감.
어제 도서관에서의 짧은 순간이
오늘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하린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제요. 그 책 결국 빌리셨어요?”
재현은 놀란 듯 고개를 들었다.
“아… 네. 빌렸어요. 보려던 책이라서.”
“저도 고민하다 그냥 다른 책 빌렸어요.
근데 오늘 보니까… 어제 그 장면이 괜히 기억에 남더라고요.”
말투는 담담했지만
그 속에 묘한 솔직함이 있었다.
재현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저도요. 그냥… 스쳤는데, 이상하게 생각나더라고요.”
시선이 잠깐 마주쳤다.
어색하지 않고, 피할 필요도 없는 순간.
전광판이 반짝이며
다음 열차 도착을 알렸다.
둘은 거의 동시에 일어섰다.
재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내리시는 역 가까우면 알려주세요. 같이 가도 되니까.”
하린이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네. 저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열차가 플랫폼에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문이 열리자 둘은 자연스럽게 같은 칸으로 들어섰다.
이게 우연인지,
아니면 우연을 가장한 시작인지
아직은 몰랐지만—
둘 다
조금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느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