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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정전의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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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복도를 삼키는 순간, 하늘의 손목을 움켜쥔 준호의 손가락이 굳었다. 따뜻한 체온이 피부에 스며들었고, 그의 숨결이 귓가를 파고들었다. 세민의 웃음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정전된 복도 끝에서 낯선 남자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준호, 네가 숨긴 파일이 이거였군. 하늘 대표, 이제 선택의 시간이다.”

세민의 목소리는 차갑고 날카로웠다. 그는 태블릿 화면을 켜 들고 하늘 쪽으로 다가왔다. 화면 빛이 복도를 희미하게 비췄다. 준호는 하늘을 자신의 뒤로 끌어당겼다. 그의 가슴이 등에 닿는 순간, 하늘은 그의 심장 박동을 느꼈다. 빠르고 거칠었다.

“세민, 그 파일 진짜 원본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왜 이러는 거지?”

준호의 말투는 유쾌한 미소를 감추려 애쓰는 듯 낮고 단단했다. 세민은 어깨를 으쓱하며 태블릿을 돌렸다. 새로운 그래프가 떠올랐다. 3년 전 보고서의 수정 흔적이 선명했다.

“네가 조작한 증거를 내가 가지고 있다는 걸 하늘 대표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어때, 하늘? 준호가 너를 끌어들이려는 이유가 이제 보이냐?”

하늘은 준호의 팔을 밀치고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구두 소리가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그녀의 긴 흑발이 어깨를 스치며 움직였다.

“증거를 보여. 그게 진짜라면 내가 직접 확인하겠어.”

세민은 낮게 웃으며 태블릿을 건넸다. 하늘의 손이 화면을 만지는 순간, 불이 다시 켜졌다. 형광등이 번쩍이며 복도가 환해졌다. 준호의 눈이 세민을 노려보았다. 그의 주먹이 살짝 떨렸다.

소영이 복도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밝은 미소는 사라지고, 손이 전화기를 꼭 쥐고 있었다.

“하늘, 세민 씨가… 더 큰 걸 숨기고 있어. 3년 전 그날 밤, 준호 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보고서를 건드렸다는 증거를 내가 찾았어.”

준호는 소영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의 시선이 소영의 손에 들린 전화기를 향했다.

“소영 씨, 그 증거가 뭔지 지금 당장 말해. 세민과 네가 뭘 꾸미고 있는지 다 드러날 때까지 기다릴 생각 없어.”

소영의 목소리는 명랑함을 잃고 떨렸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 걸음 물러섰다.

“준호 씨, 당신도 그 파일을 감춘 이유가 있잖아요. 하늘을 보호하려는 척하면서 진짜 목적이 뭐예요?”

하늘은 소영의 팔을 잡아당겼다. 피부가 닿는 순간, 소영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준호는 세민 쪽으로 걸어갔다. 그의 근육질 체격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세민, 네가 가진 원본 파일을 당장 내놔. 아니면 내일 아침 네 이름이 신문에 오를 줄 알아.”

세민은 도발적인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에서 USB를 꺼냈다. 그는 USB를 손가락으로 돌리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안에 3년 전 진짜 조작자가 누구인지 다 들어 있어. 하늘 대표, 준호가 아니라 네 친구 소영이 그걸 숨기고 있었지. 어때, 믿겠어?”

하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소영을 돌아보았다. 소영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복도 공기가 무거워졌다. 준호는 USB를 빼앗으려 손을 뻗었다. 세민은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천천히. 이 파일을 공개하기 전에, 하늘 대표가 준호에게 한 약속부터 확인해야지.”

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하늘의 손목을 다시 잡았다. 이번에는 세게가 아니었다. 따뜻한 손바닥이 피부를 감쌌다.

“하늘, 저 USB 안에 뭐가 있는지 나도 몰라. 하지만 네가 3년 전 그날 밤 내게 준 게 아니라는 건 진실이야. 믿어줘.”

하늘은 준호의 손을 뿌리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우디 향이 코끝을 스치며, 그의 체온이 전해졌다.

“준호 씨, 지금 그 말을 믿으라고? 세민이 왜 갑자기 그 파일을 꺼내는지부터 설명해.”

세민은 웃으며 USB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게임은 이제 시작이야. 하늘 대표, 내일 아침 9시까지 내 사무실로 와. 안 그러면 이 USB가 신문사로 직행할 테니까.”

세민이 엘리베이터에 타고 사라지자, 복도가 조용해졌다. 준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열기가 스쳤다. 소영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하늘, 미안해. 세민이 협박해서… 3년 전 보고서 원본을 내가 숨겼어. 준호 씨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조작한 걸 알고 있었는데…”

준호는 소영에게 다가갔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소영 씨, 그게 사실이라면 왜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지? 하늘이 위험해질 걸 알면서도?”

하늘은 준호의 셔츠 깃을 잡았다. 천이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졌다. 그녀의 숨결이 그의 목덜미에 닿았다.

“준호 씨, 소영 말대로라면 당신도 그 파일을 감춘 이유가 있겠죠. 이제 진짜 카드를 보여줄 시간이에요.”

준호는 하늘의 허리를 감쌌다. 따뜻한 팔이 몸을 조였다. 두 사람 사이 거리가 사라졌다. 소영이 일어나 복도 끝으로 걸어갔다.

“둘 다 조심해. 세민이 진짜 파일을 숨긴 장소가 따로 있어. 내일 아침까지 그걸 찾아야 해.”

준호는 하늘의 손을 잡고 사무실로 돌아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 그는 책상 위에 태블릿을 올려놓았다. 화면에 3년 전 보고서가 떠올랐다.

“하늘, 세민이 말한 9시 약속, 같이 가자. 그 USB 안에 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해.”

하늘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꼬았다. 치마 끝이 허벅지 위로 올라갔다. 준호의 시선이 그곳에 머물렀다. 그는 책상 모서리에 기대며 낮게 말했다.

“네가 진실을 말할 때까지, 계속 붙잡아 둘 생각이야. 하지만 이번엔 네가 먼저 말해. 소영이 왜 그 파일을 숨겼는지.”

하늘은 준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소파 팔걸이를 움켜쥐었다.

“소영은 내 조력자일 뿐이야. 하지만 세민이 그녀를 어떻게 협박했는지, 그게 더 궁금해. 준호 씨, 당신이 3년 전 그날 밤 내게 준 게 뭐였는지부터 말해.”

준호는 웃었다. 미소가 눈까지 닿지 않았다. 그는 하늘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따뜻한 손가락이 피부에 스며들었다.

“그날 밤, 네가 내게 준 건 보고서가 아니었어. 네가 숨긴 진짜 비밀이었지. 이제 그걸 파헤칠 때가 됐어.”

하늘은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창가로 걸어갔다. 도시 야경이 유리창에 비쳤다. 준호는 그녀의 뒤를 따라섰다. 그의 체취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준호 씨, 세민이 말한 다른 조작자가 누구인지 알아내야 해. 안 그러면 내일 아침 우리 둘 다 끝장이야.”

준호는 하늘의 어깨를 잡았다. 그의 손바닥이 따뜻했다. 하늘은 창문에 손을 올렸다. 유리 표면이 차가웠다.

“소영이 말한 숨긴 장소, 그게 어디인지 알아내는 게 먼저야. 세민의 사무실이 아니라 다른 곳일 거야.”

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상대는 소영이었다.

“소영 씨, 세민이 숨긴 파일 장소가 어디야? 지금 당장 말해. 안 그러면 하늘이 위험해질 거야.”

소영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흘러나왔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준호 씨, 그 장소는… 한강그룹 지하 창고야. 하지만 세민이 지키고 있어. 내일 아침 8시 전에 가야 해.”

준호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하늘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 불꽃 같은 열기가 스쳤다.

“하늘, 지하 창고로 가자. 세민이 숨긴 파일을 먼저 빼앗아야 해.”

하늘은 준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손가락이 그의 손바닥에 닿았다. 두 사람의 체온이 섞였다. 준호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갔다. 하늘은 그의 뒤를 따랐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준호는 하늘을 벽 쪽으로 몰아붙였다. 그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숨결이 그녀의 뺨에 닿았다.

“하늘, 이 게임 끝나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겠어. 하지만 지금은 날 믿어.”

하늘은 준호의 셔츠를 잡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그의 입술을 스치듯 지나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지하 주차장이 나타났다. 세민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

준호는 차 문을 열고 하늘을 태웠다. 그는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었다. 엔진 소리가 주차장을 울렸다. 하늘은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세민의 그림자가 모퉁이에서 나타났다.

“준호, 지하 창고로 가는 길에 내가 먼저 도착할 거야. 파일을 빼앗기 전에 네 비밀을 다 드러내겠어.”

세민의 목소리가 차창 너머로 들렸다. 준호는 차를 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하늘은 그의 팔을 잡았다. 그녀의 손이 떨렸다.

“준호 씨, 세민이 말한 다른 조작자가 당신일 수도 있어. 그걸 어떻게 믿죠?”

준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차가 도로를 달리며 속도를 높였다. 도시 불빛이 창문을 스치며 지나갔다.

“하늘, 내일 아침까지 그걸 증명할게. 하지만 지금은 지하 창고에 도착해서 파일을 찾아야 해.”

차가 한강그룹 건물 앞에 멈췄다. 준호는 하늘의 손을 잡고 내려섰다. 지하 창고 입구가 어둠 속에 있었다. 세민의 차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늦었군, 하늘 대표. 파일은 이미 내 손에 있어. 이제 진짜 게임이 시작되는 거야.”

준호는 세민에게 다가갔다. 그의 주먹이 움츠러들었다. 하늘은 준호의 뒤에 섰다. 소영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 또 다른 USB가 들려 있었다.

“하늘, 이게 진짜 원본이야. 세민이 숨긴 장소에서 내가 빼냈어. 하지만… 이 안에 준호의 비밀도 들어 있어.”

하늘은 소영의 USB를 받아들었다. 그녀의 손가락이 USB 표면을 만졌다. 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세민은 웃으며 손을 들었다.

“이제 선택해, 하늘. 준호를 믿을 건지, 아니면 이 USB를 공개할 건지.”

준호는 하늘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체온이 전해졌다. 세민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늘은 USB를 쥔 손을 떨었다. 지하 창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렸다. 새로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낯선 남자가 세민에게 다가왔다.

“준호 팀장님, 3년 전 보고서 조작자가 당신이라는 증거를 제가 가지고 있습니다. 하늘 대표님, 이제 진실을 알아야 할 때입니다.”

하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준호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의 팔이 몸을 감쌌다. 세민의 웃음소리가 지하 창고를 가득 채웠다. 소영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USB가 손에서 떨어졌다. 화면에 새로운 파일명이 떠올랐다.

준호의 숨결이 하늘의 귀에 닿았다. 그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하늘, 이 파일을 열기 전에… 날 믿어줄 수 있겠어?”

세민은 낯선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남자가 3년 전 그날 밤 보고서를 조작한 진짜 범인이야. 하늘 대표, 이제 네 차례야. 선택해.”

하늘은 준호의 팔에서 빠져나왔다. 그녀는 USB를 주워 화면을 확인했다. 파일이 열리기 직전, 낯선 남자가 총을 꺼냈다. 세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준호는 하늘을 보호하려 몸을 던졌다. 지하 창고 불이 다시 깜빡였다. 어둠이 다시 내려앉았다.

“하늘, 이게 끝이 아니야. 네 비밀이 아직 드러나지 않았어.”

준호의 마지막 말이 어둠 속에서 울렸다. 총성이 울리기 직전, 하늘의 심장이 멎는 듯했다. 새로운 그림자가 총을 겨누며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