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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그의 진정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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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찬 기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황궁의 복도는 언제나처럼 조용했다. 그러나 그 안에서 나와 카엘 드 로안은 나란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의 곁에서 나는 그의 기척을 파악하려 애썼다. 이번 생에서 카엘은 여전히 미스터리였다. 그는 나를 죽였던 자임에도, 지금은 오히려 나에게 본심을 드러내려는 듯했다. 그가 믿어도 되는지, 아니면 경계해야 하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황녀 전하, 이번에 배정된 작업은 상당히 복잡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정보와 인물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고요. 준비는 되셨습니까?"

카엘이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의 목소리에는 은근한 조소가 숨겨져 있는 듯했다.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가 날 쉽게 넘어뜨릴 수 있을 거란 의미였을까?

나는 그의 말에 상냥하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요, 카엘 경. 준비는 완벽히 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안을 명확히 분별한 후에야 판단하는 황녀로서의 책임을 다할 생각이에요.”

그의 반응을 기다리는 동안 내가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던졌는지 모른다. 카엘은 잠시 나의 대답을 곱씹는 듯 그윽히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침착함 속에는 언제나 예상치 못한 날카로움이 숨어있었다.

“그렇다면, 저와 함께 북부의 동향을 같이 분석하기로 하죠. 준비하신 자료가 있다면 저와 공유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그제야 그와 공동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 가까이서 그의 움직임을 파악해야 하리라. 나는 속으로 깊은 숨을 내쉬며, 그와의 협업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회의실에 도착했을 때, 주위의 공기는 어느 정도 긴장되어 있었다. 황태자와 황비 마마도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고, 특히 황비 마마의 눈빛에는 우리 둘을 예의주시하는 기색이 남아 있었다. 황비 마마의 관심은 늘 의심스럽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그녀의 의도가 더욱 명확하여 경계를 늦출 수 없었다.

황태자가 우리에게 자리를 권했고, 카엘은 차분히 자료를 펼쳤다. 그가 준비해온 문서에는 북부 귀족들의 명단과 그들의 최근 행적이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그의 정교한 준비는 감탄스러울 정도였다. 명석한 두뇌와 철저한 분석력… 그가 나를 압도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나 역시 그에 맞서기 위해 준비한 자료를 꺼내며 말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부 가문은 로안 가문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의심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의견을 나누는 것이 좋겠죠.”

내 발언에 카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가문의 동향을 주의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황녀 전하의 통찰력 덕분에 빠르게 진실을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대화는 치열했고, 그곳에는 은근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는 간간히 눈으로 황태자의 반응을 살펴보며 신중히 말을 이어갔다. 그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그리고 그의 본심이 무엇인지 꼭 알아내고 말겠다고 다짐했다.

회의가 끝난 후, 황비 마마는 나를 따로 불렀다. 그녀는 조용히 서재의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나를 보자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레나, 카엘 경과의 협업이 어떻게 느껴졌니?”

그녀의 질문은 가벼운 듯했으나, 나는 그 말을 경계했다. 그녀가 카엘의 진정한 성향을 모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녀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애쓰며 침착하게 대답했다.

“카엘 경은 유능한 동맹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그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습니다. 그 또한 황비 마마께서 경계하는 부분이 아닐까요?”

황비 마마는 내 대답에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미소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뭔가 숨겨진 다층적인 감정이 엿보였다.

“어쩌면 그렇겠지. 하지만 레나, 너는 그 안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 물론, 신중함을 잃어서는 안되겠지.”

나는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그녀가 나를 이용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편으로는 그녀의 조언이 도움이 될 수도 있었다. 나는 감사의 뜻으로 고개를 숙였다.

“네, 마마. 반드시 신중한 자세로 임하겠습니다.”

서재를 나서며 나는 카엘에 대한 의심이 커져만 갔다. 그가 왜 황궁에 들어왔는지, 그리고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반드시 내가 먼저 그를 알아내야 한다.

황궁의 안개가 서서히 거두어지고 있었다. 이 싸움의 끝에서 누가 웃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이번 생에서는 내가 지난 생에 당했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으리라. 복수를 넘어, 진실을 파헤치고자 하는 나의 여정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그의 진정한 얼굴을 벗겨내기 위한 이 게임은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