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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이 다가올 징조는 언제나 뜻밖에서 들려오지."
차가운 공기가 눈앞을 가리지 못한 채,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제안의 팔이 내 앞을 막으며 한 번에 땅으로 몸을 떨어뜨렸다. 그의 움직임은 번개처럼 빠르게,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복도의 마지막을 향해 그의 단단한 체격이 섬광처럼 지나갔다.
갑작스러운 고요 속에 아리안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이렇게 밀고 나가다니, 그 끝은 어디로 향할지 모르겠군. 모든 것이 무리라고 생각지 않아?"
그녀의 눈빛이 빛나고 있었다. 그 속에서 명랑함이 의지를 쥐어짜는 순간까지 얽혀 있었다. 그녀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단단히 선 채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제안은 고요히 미소 지었다. "사회적 질서가 무너지는 그 순간, 진실은 곧 드러날 것이야."
공작의 발걸음이 균형을 잃고 다가오는 소리가 울렸다. 그는 자못 당황한 모습을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끝끝내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공기 중에 떠돌았다.
"그대가 원하던 것이 정말 이거라면, 이제야 우리가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군."
그의 목소리 끝에 실린, 싸늘한 비웃음이 방 안을 가득 찼다. 라에르 공작의 손끝은 어딘가에 가지런히 놓였다. 그 움직임에도 그저 남을 군중에 맞서려는 듯하지 않은, 확신한 모습이었다.
아리안은 그 틀에 박힌 시선을 거두고, 칼루에게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듯한 적막을 남겼다. 모든 것이 엉켜 있던 순간에서 그녀가 속삭였다.
"세아,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우린 더 깊이 들어가야 해. 그곳에서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방향은 어디지?"
찬란한 회의에 사로잡힌 그녀의 눈빛이 주변을 스쳐지나갔다. 아리안의 모습은 어떤 희망에 붙들린 여전사처럼 보였다.
미약하지만 뒤늦게 다가온 목소리. 그것은 귓가를 울리며 지나쳤다. "이제야 여정이 끝에 가려했다는 것을 증명할 순간이 왔군. 모든 것이 그대가 만들기를 바라던 것인가?"
제안이 두 눈을 좁혔다. 그의 눈빛은 주의를 흩트리지 않고 목표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것은 곧이어 진실과 허구가 뒤섞이는 한가운데로 다가가고 있었다.
"모든 것이 아직 남은 것이다, 공작. 그러니, 너희의 믿음을 속인 것은 바로 너희 자신일 것이다."
제안의 차분한 목소리, 그가 전하는 확신은 불확실성의 이면을 파고드는 비수와 같은 것이었다. 그 순간, 그의 발걸음은 더 빠르게 다가갔다.
"그게...폐하의 진심인가요?" 칼루의 목소리는 조용했으나, 그 저음 속에는 예상치 못한 강렬함이 서려 있었다.
그의 말에 제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줌의 믿음 속에서 항상 새로운 시작을 바라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지금,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칼루의 눈앞에서 차가운 빛이 스치며 정적을 깨트렸다. 그의 귓가에 들릴 삼각형의 기운처럼, 손 끝에는 더 이상의 차가운 망설임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니, 네가 찾아낼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더 큰 진실일까? 아니면 새로운 비극일까?"
아리안은 그를 지켜보면서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새벽이 여명의 빛을 잡아당기려고 하듯 휘감겼다.
그때였다. 제안의 손끝에서 터져나간 법장의 짙은 빛줄기가 복도를 가득 메우며, 모든 것을 투영하는 씬 속에 그림자를 드리웠다.
눈부신 강렬함 속에서 갈림길에 서있는 듯, 각자의 선택이 하나로 합쳐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 우리의 운명이 확정되어 있었다, 혹은 ...
"이곳에서 시작되는 무언가는 반드시 새로운 것을 불러올 것이다. 이 길은 우리의 것일테니까."
결코 정의될 수 없는 전망 속에, 진실의 장면은 되려 새로운 고비를 불러일으켰다.
"다음 걸음을 준비하라." 제안은 단호하게 말했다. "우리는 그 어느 방향으로도 나아갈 준비가 되어야 한다."
그의 발이 땅을 딛는 소리가, 그 다음으로 이어질 고요함을 뒤엎고 있었다. 그건 시작이라기보다는 기다려온 순간을 위해 잉태되던 새로운 장이었고, 다시 시작된 각본의 시작이었다.
우리 모두는 그 순간, 무언가 새로운 것의 서막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을 불러일으킬지 몰랐다.
마지막으로 아리안의 발소리가 울리며 그녀의 웃음소리가 다가와 속삭였다. "한 발짝 더 다가가자,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복도의 끝에는 아직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새로운 위기가 여전히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이 그 끝에서 다시금 시작되는 듯, 세상을 뒤덮을 장막이 갈려져 가고 있었던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