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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이 공기를 가르며 내 머리 위로 휩쓸고 지나갔다. 찬바람처럼 예리한 것이 내 귓가에 쇄도해왔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숙였고, 눈앞에는 제안이 잽싸게 날 앞으로 당기고 있었다.
“놈들이 위해 시작된 운명의 밤이야.”
제안은 그의 눈썹을 좁히며 나를 보호하려고 힘주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 얽힌 긴장은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도 같았다. 그의 손이 내어주는 온기에 기대어, 나는 자리 잡을 수 있었다. 복도는 어둠에 잠식된 새벽처럼 고요했다.
“우리가 기다렸던 밤이 다가왔군, 제안.”
남자의 목소리가 복도를 가로지르며 자신만만한 미소가 얼굴에 어렸다. 라에르 공작의 등장에 어두운 분위기가 더 무거워졌다. 그는 천천히 다가오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의 눈빛은 신묘하게도 한순간에 모든 것을 제어하려는 듯 빛났다.
“당신이 원하는 게 대체 뭡니까, 공작?”
내 목소리는 억누른 듯한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라에르의 웃음소리가 찬 공기 속으로 차분히 스며들었다.
“당연히 폐하께서 모두에게 나누어질 새로운 질서를 천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지요. 그리고 당신은 그 질서를 관철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입니다.”
“거짓말은 통하지 않을 거요. 외면하려 하지 말고 진실을 말해.”
제안은 그의 차분한 목소리에 과도한 진지함을 담아 말했다. 그의 눈동자는 목적을 잃지 않은 채로 라에르 공작을 관통했다.
그때 복도의 끝에서 칼루가 갑작스럽게 불어닥치는 비극의 바람에 어깨를 펴고 서 있었다. 그는 우리를 향해 다가오며 중얼거렸다.
“정말 놀라웠습니다.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어요.”
그의 말에 기운이 확 바뀌었다. 마치 누군가가 체스판을 뒤엎은 것처럼, 우리 모두는 그 혼란 속에 갇혔다.
“칼루, 너 역시 함께 할 작정인가?”
아리안의 두 눈에서 빛나던 의문이 선명하게 확신으로 변해갔다. 그녀의 목소리는 예상치 못한 현실에 대해 약간의 실망감이 배어있었다.
“나에겐 선택이 없었습니다. 이 모든 계획의 시작과 동시에, 나는 이미 이 왕국의 바깥자리에 일어섰죠.”
칼루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누구에게도 위안을 주지 못했다. 그의 말이 방 안에 억눌린 고요함을 더 했다.
“그래서 이것이 단순한 복수극이 아닌가? 하나의 계획된 섬뜩한 방아쇠처럼 말이다.”
나는 칼루의 말에 실망감을 느끼며 말했다. 그때였다. 복도의 시작점에서 예상치 못한 조용한 소리가 들려왔다. 낡은 철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두 개의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우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 순간, 나는 먼저 그들의 모습을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점차적으로 그들의 존재를 직감할 수 있었다. 그 그림자들은 라에르와칼루를 감시하며, 그들의 입에서 탄식을 뽑아냈다.
“폐하, 당신이 하려는 것은 대체 뭡니까?”
갑자기 들려온 알 수 없는 목소리에 내가 뒤돌아보았을 때, 그 그림자들 중 하나가 고개를 들며 그 깊은 애수로 불안하게 웃음을 지어 보였다.
모두의 시선이 서로를 향해 모여진 가운데, 거대한 결정을 앞두고 우리 모두의 심장은 고동쳤다. 라에르 공작은 그 순간처럼 결심완데로 머리를 숙이고는 말했다.
“자, 이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니라면, 그걸 증명해보세요. 스스로를 변명하려는 노력보다는, 실제로 그 근원에서 어떤 비밀을 담고 있는지 밝혀야 할 때입니다.”
그가 천천히 몸을 돌리며 길을 재촉할 때, 그 말은 단지 위협으로만 끝나지 않았다. 그림자에 가려진 그의 뒷모습은 보는 이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했다.
“다음 발걸음은 무엇입니까, 폐하?”
제안은 그의 목소리에 강력한 의지를 담아 물었다. 그는 변치 않는 고요함으로 우리를 둘러보고 있었다.
“모두 준비 되었다면, 밝혀야 할 시간이에요. 우리가 시작할 수 있도록 말이죠.”
내 얼굴에 흐르는 땀방울이 서서히 얼어붙어 갔다.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지나가며, 나는 떨리는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다. 그와 마주보는 순간, 결국 닥쳐오는 갈등의 중심에서 우리는 당당히 서 있었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감았다. 벗어나기 위한 답을 찾고 있는 이 여정 속에서, 나는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끝까지 가야만 했다.
그때 장애물 뒤에서 들려온 속삭임이 다시금 우리 주위를 휘감았고, 동시에 공기의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았다. 그것이 결국 모든 사건의 시작이라는 것을 직감하면서, 나는 다음 순간을 위해 준비를 했다.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우리 앞에 무수한 선택지가 놓여 있었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확신을 쥐어야 하는 순간이었다. 어떤 인물의 등장 하나로 완전히 뒤집혀져, 대담한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시즌이 막기 전에 발걸음을 재촉해야 했다. 힘겹다면 모든 것을 걸어볼 기회를 잡아야만 했다.
이 끝없는 이야기의 전환점, 그 미궁 속에서 불확실한 함성과 함께 날아오를 준비를 해야만 했다. 우리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 결말에 서 있을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것이 다시 한 번 숨어버리기 전에 그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나지막히 울렸다.
“이제 선택은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의 끝없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마무리되지 않은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여전히 우리를 잡아당기는 순간, 필연적으로 밝혀질 그 경계를 넘기 위한 작은 빛이 그늘진 곳에서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결코 끝나지 못할 것이었다. 어둠 속의 심판은 아직 끝나지 않은 채로, 우리는 선택 앞에 서 있었다. 그 순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드러나고 있었다.
과연 결론이 다가올 때, 어떤 문장을 열어보일지. 그 대답은 여전히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었다.
마지막 순간, 그 미지의 공간에서 서 있는 우리를 뒤덮는 걸 알아치리라. 그들의 앞날에는 끝없는 시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선택은 그들 안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모든 것이 다시 그 시작점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