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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의 손이 시아의 손목을 잡았다.
잡은 것인지 붙든 것인지 — 그 경계가 모호할 만큼 빠르고 무거운 움직임이었다. 시아의 몸이 반사적으로 굳었다. 심장이 한 박자 멎었다가, 너무 빠르게 다시 뛰기 시작했다. 황제의 손가락이 시아의 손목을 감싼 채로 조여들지도, 그렇다고 놓아주지도 않았다. 그 절묘한 힘의 균형이 오히려 더 숨이 막혔다.
"경계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냐."
카이로스의 목소리는 낮았다.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화를 억누르고 있는 것인지. 그 미세한 차이를 지금의 시아는 판단할 여유가 없었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으면서 왜."
"폐하의 손목에 손가락 자국이 남아 있어서요."
침묵이 쏟아졌다.
카이로스가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췄다. 그의 눈이 시아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왼쪽 손목으로 내려갔다. 소매가 살짝 걷혀 있었다. 아까 창가에서 몸을 돌리다가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인지. 손목 안쪽, 맥박이 뛰는 그 자리에 옅게 파인 자국이 있었다. 손톱 자국이었다. 자신의 것이었다.
황제가 소매를 내렸다.
빠르게.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시아의 손목을 쥐고 있던 손이 천천히 풀렸다. 손가락이 하나씩 떨어져 나가는 감각이, 이상하게도 차가웠다.
"나가거라."
세 번째였다. 같은 두 글자였지만, 이번에는 그 안에 다른 것이 들어 있었다. 쫓아내는 것이 아니라 — 부탁하는 것에 가까운 무언가가.
시아는 발을 뗐다. 한 걸음, 두 걸음. 문 쪽으로. 황제의 시선이 등에 꽂히는 것을 느끼면서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면 다시 그 자리에 못 박힐 것 같아서.
문고리에 손이 닿았을 때였다.
"시아."
부르는 것인지 혼잣말인지, 경계에 있는 소리였다. 너무 낮아서 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는 목소리로, 황제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시아는 문고리를 쥔 채로 멈췄다.
등 뒤에서 아무 말도 오지 않았다. 카이로스가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시아는 기다렸다. 십 초, 이십 초. 촛불이 흔들렸다. 결국 시아는 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차가운 돌바닥의 공기가 발목을 감쌌다.
문이 닫혔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오래 귓속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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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는 조용했다.
밤이 깊었다. 궁의 긴 복도에 촛불 홀더가 일정한 간격으로 줄지어 서 있었고, 그 사이사이의 어둠이 마치 누군가가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고요했다. 시아는 몇 걸음 걷다가 벽에 등을 기댔다.
손목이 아직 뜨거웠다. 황제의 손이 닿아 있던 자리가.
문질러 지울 수는 없는 종류의 온기였다.
시아는 손목을 보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내려다봤다. 붉게 물든 것도, 자국이 남은 것도 아니었다. 그냥 평범한 손목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거운 것인지. 손목 하나에 뭔가가 얹혀 있는 것처럼, 팔 전체가 진하게 느껴졌다.
발소리가 들렸다.
멀리서부터.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그러나 목적을 가진 걸음의 소리였다. 시아는 등을 벽에서 떼고 자세를 바로 했다.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황태자 이준이었다.
시아의 가슴이 순간 조여들었다. 이 시각에, 이 복도에서. 황제의 침전이 있는 이 구역에 황태자가 올 이유는 많지 않았다. 적어도, 좋은 이유는.
이준은 시아를 보자 걸음을 늦췄다. 그 얼굴에 표정이 없었다. 놀람도, 반가움도, 경계도 없는 — 완전히 비워낸 것 같은 얼굴. 그것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이런 밤중에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황후 마마."
황후 마마. 그 호칭이 이준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시아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공손한 형식을 빌렸지만, 그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층층이 쌓여 있는 것 같은.
"잠이 오지 않아서 복도를 걷다가 잠시 쉬던 참이었습니다."
시아는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이준의 시선이 그녀의 뒤, 황제의 방으로 이어지는 복도 끝으로 흘렀다. 아주 잠깐, 눈꺼풀 한 번 깜박이는 사이만큼. 그러나 시아는 그 시선의 방향을 놓치지 않았다.
"이 근처는 밤에 혼자 걷기에 좋은 곳은 아닌데."
"그렇군요. 다음부터는 주의하겠습니다."
"그러는 것이 좋을 겁니다."
이준이 지나쳐 갔다. 시아의 옆을 스치면서 한 발자국 거리를 유지했다. 그 거리가 예의 바른 것인지 의도적인 것인지, 시아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다가, 멈췄다.
"황후 마마."
시아가 몸을 돌렸다. 이준은 몸을 반쯤만 돌린 채, 시아를 옆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각도에서 그의 얼굴은 그림자 속에 반쯤 잠겨 있었다.
"폐하와 가까워지는 것이 마마를 지켜주지는 않습니다."
그게 전부였다. 경고인지, 조언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의도를 품은 말인지. 이준은 그것을 명확하게 하지 않은 채, 다시 걸음을 옮겼다.
시아는 그 뒷모습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았다. 복도가 다시 고요해졌다. 손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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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소윤은 시아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시아의 얼굴을 보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소윤의 방식이었다. 물어보지 않고 먼저 옆에 앉는 것, 그것이 이 친구의 언어였다.
"차 가져왔어."
탁자에 찻잔을 내려놓으면서 소윤이 말했다.
"고마워."
"얼굴이 그게 뭐야."
"안 잔 것처럼 보여?"
"안 자서가 아니라 뭔가 생각을 너무 많이 한 것처럼 보여. 다른 거야."
시아는 찻잔을 감쌌다. 도자기의 온기가 손바닥으로 스몄다.
소윤이 기다렸다. 말하고 싶을 때까지, 시아가 먼저 입을 열 때까지.
"황태자를 만났어."
"어디서?"
"황제 폐하의 침전이 있는 복도에서."
소윤의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찻잔을 집으려던 손이 잠깐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그가 뭐라고 했어?"
"폐하와 가까워지는 것이 나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침묵이 흘렀다. 소윤은 찻잔을 한 모금 마셨다. 천천히, 생각을 하듯이.
"그게 경고라고 생각해?"
"모르겠어. 경고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아니라면?"
시아는 찻잔을 내려다보았다.
"예고일 수도 있지."
소윤이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에서 새 소리가 들렸다. 아침이 깊어지고 있었다.
"시아야."
"응."
"네가 지금 걸어가고 있는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나는 잘 모르겠어. 근데."
소윤이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소리가 조용한 방 안에서 또렷하게 울렸다.
"네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건 알아."
시아의 손이 멈췄다.
"숨기는 거라기보다."
"아니, 숨기고 있어."
소윤의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안에 흔들림이 없었다. 오랫동안 알아온 친구를 보는 눈, 속을 꿰뚫어 보는 종류의 눈으로 소윤이 시아를 바라보았다.
"처음에 궁에 들어올 때부터. 네가 단순히 평민으로 황후 자리에 앉힌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누가 봐도. 지금 황궁 안에서 그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야."
시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말 안 해줘도 돼. 지금 당장은."
소윤이 일어났다. 창가로 걸어가서, 아침 햇살이 들어오도록 커튼을 조금 열었다. 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근데 시아야. 네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비밀이 있든. 나는 네 편이야. 그거 하나만은 기억해."
시아의 눈 안쪽이 뜨거워졌다. 눈을 감았다가 떴다.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 쥐면서.
"알아."
"그리고 한 가지만 더."
소윤이 돌아보았다. 그 얼굴에 평소와는 다른 무게가 실려 있었다.
"어젯밤에 궁 안에서 누군가가 움직였어. 내부 경비 담당 시녀 중 하나가 새벽 시각에 교체됐대. 정기 교체 일정이 아닌데도."
시아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누가 지시했대?"
"그게 아직 확인이 안 됐어. 공식 명령서가 없었다는 게 더 이상한 거야."
방 안이 순식간에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지만, 시아의 등줄기를 타고 내려오는 것은 아침의 온기가 아니었다.
어젯밤. 황제의 침전 복도. 황태자 이준의 발소리.
그 모든 것이 연결되는 것인지, 아닌지 — 시아는 아직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알 수 없다는 것 자체가, 이미 답이 될 수도 있었다.
찻잔 안에서 차가 식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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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였다.
시아는 황제를 만났다.
만난 것이라기보다는, 불려갔다. 내관 하나가 조용한 걸음으로 시아의 방 앞에 나타나서, 폐하께서 서재로 오시길 원하신다는 말 하나를 남기고 사라졌다.
서재는 황제가 밤마다 혼자 앉아 있다는 방이었다. 정무를 보는 곳이기도 하고, 때로는 누구도 들이지 않는 곳이기도 한. 시아가 그 앞에 서서 문을 두드렸을 때, 안에서 돌아오는 목소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왔다.
들어오라는 말 한 마디.
서재 안에는 책들이 벽을 따라 가득 쌓여 있었다. 탁자 위에 문서들이 반쯤 펼쳐진 채로 있었고, 카이로스는 그 앞에 서 있었다. 시아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지만 특별한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앉아라."
의자를 권하는 것이었다. 탁자 맞은편. 시아는 자리에 앉았다. 무릎 위에 손을 얹었다.
카이로스가 문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그 동작이 아무렇지 않아 보이려고 한 것인지, 정말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 알 수 없었다.
"어젯밤에."
그가 먼저 말을 꺼냈다. 시아는 가만히 들었다.
"내 방 앞에서 누군가와 마주친 것이 있느냐."
시아는 잠시 멈췄다. 그 찰나의 정지가 황제의 눈에 어떻게 읽힐지 알면서도. 거짓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처음부터, 이 방에서는.
"황태자 전하를 만났습니다."
카이로스의 눈이 조금 좁아졌다.
"무슨 말을 했느냐."
"폐하와 가까워지는 것이 저를 지켜주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방 안이 고요해졌다. 카이로스는 그 말을 되씹듯이, 잠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탁자 위에 놓여 있었다. 손가락이 미세하게 탁자 표면을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그것이 두렵지 않았느냐."
"두려웠습니다."
"그런데."
"두렵다고 해서 없던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요."
카이로스가 시아를 바라보았다. 긴 시간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바라보았다. 그 눈 속에서 무언가가 계산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계산과는 전혀 다른 것이 흐르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이준이 너에게 그 말을 한 것은."
잠시 그가 말을 끊었다.
"경고가 아니다."
시아의 손이 무릎 위에서 조금 더 힘 있게 모아졌다.
"그러면 무엇입니까."
카이로스가 대답하는 대신, 일어섰다. 창가로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탁자 옆면을 돌아서 시아 쪽으로. 발소리가 없었다. 황제의 발걸음은 언제나 그랬다. 들리지 않는 것처럼, 공기를 가르지 않는 것처럼.
그가 시아의 옆에 서서, 내려다보았다.
"이준이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 말의 무게가 어딘가에 쾅, 하고 부딪혔다. 시아는 고개를 들어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가까이 있었다. 평소보다 가까운 거리였는데, 황제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인식하면서도 물러서지 않는 것인지.
"무엇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입니까."
카이로스는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가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을 때, 문이 세 번 두드려졌다.
급하지 않은 박자였다. 그러나 오래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알리는 박자이기도 했다. 카이로스의 눈이 문 쪽으로 향했다.
"들어와라."
내관이 들어왔다. 한쪽 무릎을 꿇으면서.
"폐하. 긴급 전갈이 도착했습니다."
카이로스가 내관이 내미는 것을 받았다. 봉인된 서신이었다. 봉인 위의 문양을 시아는 처음 보는 것이었다. 낯선 형태의 인장이었다. 어떤 귀족 가문의 것도, 황실의 것도 아닌.
황제의 손가락이 봉인 위에서 잠깐 멈췄다.
아주 잠깐이었다. 그러나 시아는 그 멈춤을 보았다. 황제 이현우가, 무언가를 보고서 손을 멈추는 장면을. 살면서 처음 보는 종류의 장면이었다.
카이로스가 서신을 뜯었다. 내용을 읽었다. 그의 눈이 문서 위를 훑어 내려갔다. 두 줄, 세 줄.
그리고 멈췄다.
황제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지워졌다. 분노도, 냉담함도, 그 무엇도 아닌 — 완벽하게 비워진 얼굴. 시아가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나가거라."
내관에게 하는 말이었다. 내관은 즉시 물러났다. 방 안에 두 사람만 남았다.
시아는 기다렸다. 카이로스가 문서에서 눈을 들어 시아를 바라보기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의 눈이 시아의 눈과 마주쳤다.
"오지은."
황제가 시아의 이름을 불렀다. 이름 전체를.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렇게 부른 적이 없던 방식으로.
"네 아버지의 이름이 무엇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