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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가 시아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 놓으려다 멈춘 것이었다. 손가락의 힘이 반쯤 풀렸다가 다시 조여들었다. 그 미세한 주저함이 시아의 손목을 통해 심장까지 전해졌다. 황제의 눈빛이 아까와 달라졌다. 분노도, 경고도 아니었다. 시아가 이름을 붙이지 못하는, 그래서 더 무서운 무언가.
"네가 지금 무엇을 보았는지 알고 있느냐."
목소리가 낮고 평평했다. 그 평평함이 오히려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보았습니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도 아는 것이냐."
"……모르겠습니다. 폐하께서 말씀해 주시지 않는다면."
카이로스의 눈 안에서 무언가가 순간적으로 흔들렸다. 촛불이 기울었다가 바로 서는 것처럼, 빠르고 아주 작은 흔들림이었다. 그가 시아의 손목을 놓았다.
이번에는 완전히.
시아는 자신의 손목을 내려다보지 않았다. 대신 카이로스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시선을 거두고 다시 창가로 향했다. 등이 또 보였다. 아까처럼 넓고, 아까처럼 단단하고, 아까보다 조금 더 지쳐 보이는 등.
"나가라."
세 번째였다.
시아는 이번에도 발을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카이로스의 등과 자신 사이의 거리를 조금 넓혔다. 더 이상 닿으려 하지 않았다. 그냥 — 거기에 있었다.
"폐하, 저는 나가지 않겠습니다."
"……."
"명을 어기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가지 않겠습니다. 오늘 밤만큼은."
카이로스가 돌아보지 않았다. 그러나 등의 긴장이 달라졌다. 굳어있던 어깨의 선이 아주 조금, 거의 알아채기 어려울 만큼 아래로 내려왔다. 시아는 그것을 보았다. 보고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방 안에 촛불이 두 개 켜져 있었다. 하나는 책상 위에, 하나는 창가 선반에. 두 불꽃이 서로 다른 속도로 흔들렸다. 창가에 가까운 쪽이 더 불안정하게 일렁였다.
시아는 바닥에 앉았다.
의자도 없고, 방석도 없는 자리였다. 그냥 차가운 돌바닥에, 두 다리를 옆으로 모아 앉았다. 카이로스의 등을 바라보면서.
황제가 고개를 돌렸다.
옆모습이 보였다. 그의 눈이 바닥에 앉은 시아를 향해 내려왔다. 그 눈 안에서 무언가가 지나갔다. 당혹감인지, 황당함인지, 아니면 그 둘 다인지.
"……지금 뭐 하는 것이냐."
"앉아 있습니다."
"왜 바닥에."
"서 있기 힘들어서요. 오래 있을 것 같아서."
카이로스가 짧게 숨을 내쉬었다. 한숨인지 헛웃음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소리였다. 그가 다시 창가를 향했다. 그러나 아까보다 어깨의 선이 낮았다. 조금 더 사람 같았다.
시아는 바닥에 앉아 황제의 등을 바라보았다.
말을 하지 않았다.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냥 — 거기에 있었다.
창 밖에서 바람 소리가 들렸다. 궁정의 밤은 이상하게도 늘 바람이 많았다. 높은 담벼락 사이에서 바람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인지, 아니면 이 궁 안의 무언가가 바람을 불러들이는 것인지. 시아는 궁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것만큼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궁은 밤에 더 쓸쓸하다는 것을.
"……어머니가 저 손목 자국을 내셨다."
시아의 등이 굳었다.
카이로스는 여전히 창가를 향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말하는 것처럼 건조했다. 마치 날씨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다섯 살이었다. 황위 계승 문제로 황궁이 시끄럽던 해. 어머니가 나를 잡으면서 손톱이 박혔다. 그분은 기억하지 못하실 것이다."
시아는 말하지 않았다.
"그 자국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그런데 오늘은."
그가 거기서 멈췄다. 창유리에 자신의 손목을 비추어보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창 밖의 어둠을 보는 것인지. 시아는 그의 옆모습을 볼 수 없어서, 등을 통해 읽으려 했다.
등이 말했다. 말하는 방법을 잊어버린 사람이 억지로 말하고 있다고.
"오늘 황태후 폐하를 만나셨습니까?"
"……."
"여쭤봐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묻지 않아도 되는 것을 네가 알면서 묻고 있다."
"압니다. 그래도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또 침묵이었다. 이 방 안에는 침묵의 종류가 많았다. 차갑고 날카로운 침묵, 무겁고 지친 침묵, 그리고 — 지금 이것처럼 — 무언가를 안에 가득 담고 있어서 터지기 직전인 침묵.
"다섯 살의 나는 황태후의 손목 자국보다, 그분이 나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아팠다."
창 밖에서 바람이 한 번 크게 지나갔다.
"황위 계승에 유리한 아들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나는 그 도구였다. 그것을 알게 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아의 손이 무릎 위에서 조용히 쥐어졌다.
"그래서 지금도 그분을 만나면 손목에 자국이 생기십니까?"
카이로스가 고개를 돌렸다.
처음으로 시아와 정면으로 눈을 마주쳤다. 그 눈 안에서 무언가가 -- 격렬하게, 짧게 -- 타올랐다가 꺼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아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바닥에 앉은 채로, 황제를 올려다보면서.
"죄송합니다. 너무 나아간 것 같습니다."
"……그렇다."
"그러나 거짓말은 못 하겠습니다. 폐하의 손목을 보았을 때, 가슴이 아팠습니다."
카이로스의 눈 안에서 또 무언가가 스쳤다. 이번에는 더 천천히, 더 깊이.
그가 시아에게서 눈을 거두고 다시 창가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아까와 달랐다. 거부가 아니라, 뭔가를 감추기 위한 움직임처럼.
"네가 아파할 이유가 없다."
"그런 이유가 있고 없고를 제가 정하겠습니다."
"……건방지구나."
"늘 그렇다고 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분명히 헛웃음이었다. 카이로스의 어깨가 아주 짧게, 거의 보이지 않을 만큼 들썩였다. 시아는 그것을 보았다.
처음 보는 것이었다.
황제가 웃는 것. 아주 조금, 거의 웃음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정도로.
시아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흔들렸다. 흔들리면 안 되는 것이, 아주 조용하고 깊은 곳에서.
그것을 시아는 인식하지 않으려 했다.
---
그 밤이 끝난 것은, 카이로스가 시아에게 등받이가 있는 의자를 끌어다 주면서였다.
말 없이. 아무 설명도 없이.
그냥 의자를 방 한쪽에서 끌어와 시아 앞에 내려놓고, 자신은 다시 창가의 창문 틀에 기대었다. 바닥에 앉은 채로 의자를 바라보는 시아에게, 황제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바닥이 차다."
"……감사합니다."
"명을 어긴 것에 대한 처벌은 내일 생각하겠다."
"네."
"이미 각오가 되어 있는 얼굴이구나."
"폐하 앞에서 뻔뻔하게 앉아있을 각오를 한 것이니, 다음 날의 각오도 이미 했습니다."
카이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시아는 의자에 앉았다. 두 사람 사이에 촛불 하나가 켜진 것처럼, 말 없는 온기가 방 안에 아주 조금 생겼다.
시아는 그 온기가 너무 조심스러워서, 숨을 깊게 쉬지도 못했다.
새벽이 오기 직전에 카이로스가 말했다.
"오늘 밤 일은 기억하지 마라."
시아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잊겠다는 거짓말을 할 수 없었고, 기억하겠다는 말은 그에게 너무 무거울 것 같았다.
황제는 시아가 대답하지 않은 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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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이 시아를 깨운 것은 햇빛이 아니었다.
소윤이었다.
"시아, 일어나. 빨리."
소윤의 목소리에서 익숙한 활기가 없었다. 낮고, 빠르고, 무언가에 눌려있는 것 같은 목소리.
시아가 눈을 떴다. 자신의 방이었다. 언제 돌아왔는지 기억이 흐릿했다. 새벽빛이 아직 창에 남아있을 때, 카이로스 황제의 서실에서 일어났고,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시아도 아무 말 없이 나왔다. 그것이 마지막 기억이었다.
"무슨 일이야?"
"황태자 전하께서 오셨어."
시아가 상체를 일으켰다.
이준. 황태자 이준이 왜.
소윤의 눈빛이 평소와 달랐다. 무언가를 참고 있는 얼굴이었다. 시아는 소윤을 오래 알았다. 이 친구가 이 눈빛을 하는 것은, 말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을 때였다.
"전하께서 직접 오셨다고?"
"응. 지금 전각 앞에서 기다리고 계셔."
"……이유는?"
소윤이 잠깐 입술을 깨물었다.
"시아, 한 가지만 물어봐도 돼?"
"응."
"어젯밤에 황제 폐하의 서실에 있었어?"
시아의 손이 이불 위에서 멈췄다.
소윤의 눈빛이 흔들렸다. 걱정과,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것과, 그 두 가지가 뒤섞인 눈빛이었다.
"어떻게 알았어."
"시아."
"어떻게."
"궁안에서 도는 얘기가 있어. 어젯밤에 황후의 처소에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황제 폐하의 서실에서 여인의 그림자가 보였다고. 내시 중 한 명이 봤대."
시아의 등 뒤로 서늘한 것이 흘렀다.
아무것도 없었다. 어젯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같은 방에 있었을 뿐이었다. 황제의 말을 들었고, 황제 곁에 있었다. 그것뿐이었다.
그러나 이 궁정에서 '그것뿐'이라는 말이 그것뿐으로 끝난 적은 없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그 소문을 들으셨을까."
소윤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대답이었다.
시아는 천천히 이불을 걷어냈다. 방 안의 아침 공기가 차가웠다. 어젯밤 카이로스의 서실에서 느꼈던 것과는 다른 종류의 차가움. 황궁의 아침은 이렇게 차가웠다. 햇빛이 들어도 따뜻하지 않은, 돌과 권력과 음모가 쌓여서 만들어지는 냉기.
시아가 옷을 입는 동안, 소윤이 조용히 말했다.
"전하의 눈빛이 이상했어, 시아. 평소랑 달랐어.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 같은."
"무슨 뜻이야."
"잘 모르겠어. 근데."
소윤이 잠깐 멈췄다.
"전하가 오시기 전에, 황태후 전각에서 사람이 한 명 나왔대. 황태자 전하 쪽으로 가는 방향으로. 시비들이 봤다고."
황태후.
어젯밤 카이로스가 말한 것이 시아의 귓속에서 다시 울렸다.
*다섯 살의 나는 황태후의 손목 자국보다, 그분이 나를 보지 않았다는 것이 더 아팠다.*
황태후와 황태자가 연결되어 있다. 어젯밤 일이 누군가의 귀에 들어갔다. 그리고 황태자가 아침 첫 햇살이 뜨자마자 시아의 전각으로 왔다.
이 세 가지가 우연일 리가 없었다.
시아는 머리를 정리하며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의 자신은 아직 어젯밤 잠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이었다. 눈 밑이 약간 부었고, 뺨이 창백했다.
이 얼굴로 황태자를 만나야 했다.
"소윤, 전하께 잠시 기다려 달라고 전해줘."
"알겠어. 시아."
소윤이 문 앞에서 멈췄다. 이름을 부른 것은 무언가 더 할 말이 있어서였다.
"조심해. 황태자 전하는 황제 폐하의 편이 아니야. 그 사람의 웃음이 얼마나 깊은 칼인지, 나는 며칠 전부터 느끼고 있었어."
소윤이 나갔다.
시아는 혼자 거울 앞에 남았다.
황태자 이준의 얼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전에 몇 번 마주쳤을 때의 그 얼굴. 항상 부드럽게 웃고 있었고, 항상 말이 유려했고, 항상 무언가를 감추고 있는 것 같았다. 카이로스와 다른 종류의 차가움을 가진 인물이었다.
카이로스의 차가움은 상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이준의 차가움은 — 시아는 아직 그것의 근원을 알지 못했다.
창 밖에서 바람이 불었다. 어젯밤의 바람과 같은 방향에서 오는 것 같았는데, 느낌은 완전히 달랐다. 더 날카롭고, 더 건조하고.
시아는 거울에서 눈을 떼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전각 문을 열기 직전에, 잠깐 멈췄다.
황태자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는 모른다.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가 이 아침에 직접 여기까지 온 것은, 시아에게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것이거나, 혹은 시아를 통해 무언가를 움직이려는 것이거나.
둘 중 어느 쪽이든 — 시아에게는 불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아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 황태자 이준의 미소와 마주쳤다.
그 미소 안에,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시아는 그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전에, 이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황후 마마, 오래 기다리게 해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폐하 관련하여 — 마마께서는 아직 모르고 계신 것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 한 문장이 시아의 가슴 안에 조용하고 정확하게 박혔다.
폐하 관련하여, 마마께서는 아직 모르고 계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