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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23화: 손이 닿지 않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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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의 손이 먼저 움직였다.

머리가 생각하기도 전에. 이성이 "멈춰라" 하고 소리치기도 전에.

손가락 끝이 카이로스의 소매 끝을 건드렸다. 깃털보다 가벼운 닿음이었다. 잡은 것도 아니고, 붙든 것도 아니었다. 그냥 — 거기에 있었다. 시아의 손이, 황제의 소매 끝에.

카이로스의 등이 굳었다.

돌처럼. 아니, 돌보다 더 단단한 무언가로. 숨소리조차 멎은 것 같은 침묵이 등을 따라 흘렀다. 그 긴장이 소매를 타고 시아의 손가락 끝까지 전해져 왔다. 천의 결이 느껴졌다. 황제의 옷감은 차가웠다. 창가의 밤공기를 머금은 듯이.

"나가라고 했다."

이번에는 그 끝이 떨리지 않았다. 날카로웠다. 거절이라기보다는 경고에 가까운 날카로움으로.

시아는 손을 떼지 않았다.

"압니다."

"그런데 왜 아직 여기에 있는 것이냐."

"폐하께서 지금 혼자이시면 안 될 것 같아서요."

카이로스가 천천히 몸을 돌렸다. 아까와는 달리 빠른 움직임이었다. 소매에서 시아의 손이 저절로 떨어져 나갔다. 그는 시아를 내려다보았다. 눈 속에서 무언가가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시아는 감히 이름을 붙이지 못했다.

"네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

"맞습니다. 폐하의 곁에 누가 있어야 하는지는 폐하께서 결정하시는 거겠죠."

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지금 이 방에 제가 있는 것은 폐하께서 쫓아내지 않으셨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카이로스가 시아를 내려다보는 눈이 가늘어졌다. 무언가를 계산하는 것 같기도 했고, 아니면 반박할 말을 찾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런데 그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 것인지 — 황제의 입이 잠깐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시아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경계를 넘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머리만 숙이고, 발은 그 자리에 있었다. 그것이 의도된 것인지 아닌지는 시아 자신도 잘 몰랐다.

---

긴 침묵이 지나고 나서, 카이로스가 창가 의자로 걸어가 앉았다.

쫓아내지 않았다. 다시 나가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앉았다. 창 밖을 향한 채로, 팔을 무릎 위에 얹고, 눈을 창유리에 고정한 채로.

그것이 허락인지 묵인인지 시아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방 안에 있는 것이 용인되었다는 것은 알았다. 조심스럽게, 소리가 나지 않도록 방 한 켠의 낮은 의자를 끌어당겨 앉았다. 황제와 시아 사이에 방 하나 분의 거리가 놓였다.

촛불이 타들어가고 있었다. 밤은 깊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창 밖의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방 안까지 들려왔다. 시아는 무릎 위에 두 손을 얹은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없었다. 그냥 여기에 있는 것이, 지금 이 순간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았다.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창 유리를 향한 채로 흘러나왔다.

"아직도 나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옆얼굴이 창가의 빛 속에서 선명하게 보였다. 날카로운 윤곽선이, 이 각도에서 보면 이상하게 날카롭지 않았다. 그냥 — 지쳐 보였다.

"바꾸려는 게 아닙니다."

"그러면 무엇이냐."

시아가 잠깐 생각했다.

"그냥 옆에 있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게 다입니다."

카이로스가 고개를 돌렸다. 시아를 정면으로 보았다. 그 눈 속에서 뭔가가 움직였다. 분석하는 것인지, 의심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두 가지가 아닌 무언가인지.

"그것이 어리석다는 것을 모르느냐."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예, 그러면서도요."

황제가 다시 창가로 시선을 돌렸다. 시아는 그 옆얼굴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대답하지 않는 것이, 이번에는 거절이 아닌 것 같았다.

---

촛불 하나가 꺼졌다.

방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 시아가 눈을 깜빡였다. 카이로스는 여전히 창가에 앉아 있었다. 달빛이 그의 옆얼굴 위로 내려앉았다. 눈가의 선이, 이 빛 속에서는 이상하게 부드러워 보였다.

"형은."

카이로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시아가 숨을 참았다.

"열네 살이 될 때까지, 나보다 키가 작았다."

그 문장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카이로스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말을 꺼내고 나서 잠깐 멈추었다. 입가에 무언가가 지나갔다. 씁쓸함인지, 아니면 너무 오래 다뤄오지 않은 기억이 뚜껑을 열리는 순간의 서툶인지.

"그래서 싸울 때마다 내가 이겼다. 어렸을 때는 그게 좋았다."

시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 이 말들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나중에 형이 더 커졌을 때는, 그때도 나한테 지는 척을 했다는 것을 — 꽤 나중에서야 알았다."

카이로스가 손을 펼쳤다.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바닥을 보는 것처럼,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그것이 배려인지, 아니면 나를 무시한 것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두 가지가 동시에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시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카이로스가 고개를 들었다.

"어떤 의미냐."

"형님은 폐하를 지키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배려였겠죠. 그리고 동시에, 형님도 폐하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고요. 그건 형님의 욕심이었을 테고요."

카이로스가 시아를 보았다. 뭔가를 찾는 것 같은 눈길이었다. 거짓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처럼. 시아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형제란 게 그런 것 아닐까요. 배려와 욕심이, 사랑과 상처가 — 그렇게 뒤엉켜 있는 것."

긴 침묵이 있었다.

카이로스가 시선을 돌렸다. 창 밖으로. 달이 조금 기울어 있었다. 구름이 그 위를 지나갔다.

"너는."

황제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형제가 있느냐."

시아의 심장이 한 박자 멈췄다.

그 질문이 왜 이렇게 무겁게 내려앉는 것인지. 시아는 잠깐 손바닥을 무릎 위에서 꽉 쥐었다가 폈다.

"있었습니다."

과거형이었다. 카이로스가 그 과거형을 놓치지 않았다. 눈이 시아를 향해 돌아왔다.

"있었다."

"예."

더 이상의 말은 없었다. 시아는 설명하지 않았다. 카이로스도 묻지 않았다. 그 두 글자 사이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둘 다 건드리지 않은 채로 잠시 그 자리에 두었다.

달빛이 구름 너머로 완전히 가려졌다.

방이 더 어두워졌다.

---

남은 촛불이 마지막으로 흔들렸다.

카이로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아도 반사적으로 일어섰다. 황제가 시아를 내려다보았다. 그 눈이 아까보다 어딘가 달라져 있었다. 날이 무뎌진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날이 향하는 방향이, 아까와는 조금 달랐다.

"오늘은 그만 가거라."

"예, 폐하."

시아가 허리를 숙였다. 등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 문고리에 손을 얹은 순간, 뒤에서 황제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일."

시아가 멈췄다.

"내일 정원에 나와 있어라."

명령인지 초대인지 경계가 모호한 말이었다. 시아는 뒤돌아보지 않은 채로 고개를 숙였다.

"예, 폐하."

문을 열고 나오면서, 시아는 자신의 심장이 어디서 뛰고 있는지 잠깐 잊어버렸다. 복도의 차가운 공기가 뺨에 닿았다. 그제야 숨을 내쉬었다. 길게, 천천히.

복도가 어두웠다. 한밤중이어서 등불이 절반은 꺼져 있었다. 시아는 걸음을 옮기면서, 황제의 마지막 말을 입속에서 다시 굴려보았다. 내일 정원에 나와 있어라.

어깨에서 무언가가 살짝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모퉁이를 돌아서는 순간, 시아의 발이 굳었다.

어둠 속에 누군가가 서 있었다.

기둥 그림자에 거의 녹아든 채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숨소리가 없었다. 아예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우연히 마주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시아의 등 뒤로 차가운 것이 흘렀다.

그림자 속의 인물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빛이 닿지 않는 쪽으로 발을 옮기면서. 사라지기 직전에, 아주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황후 마마."

그 목소리가 낯설었다. 들어본 적이 없는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부름이, 이상하게도 전혀 황후를 부르는 목소리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림자가 복도 저편으로 사라졌다.

시아는 그 자리에 서서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두 박자를 빠르게 뛰었다.

어둠 속에 남겨진 것은, 그 이름도 얼굴도 알 수 없는 목소리와 — 아직 끝나지 않은, 아주 차가운 여운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