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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12화: 거짓된 손길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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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문이 열리며 세희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 소라의 손가락이 연주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차가운 금속 반지의 잔재가 아직 손바닥에 남아 있었고, 그 차가움이 피부 아래로 스며들어 근육을 경직시켰다.

“소라, 제발. 내가 왜 그 서명을 했는지 들어줘.” 세희의 목소리는 거칠게 갈라졌다. 그녀의 어깨가 들썩이며 테이블을 향해 한 걸음 다가왔다. “민재가 은서를 끌어들였어. 네 형제를 보호하려다 내가 중간에 낀 거라고.”

연주의 곱슬머리가 소라의 뺨을 스치며 따뜻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세희, 이제 와서 그 말을 믿으라고? 소라의 손이 떨리는 게 보여.” 연주의 손바닥이 소라의 허리를 감쌌다. 그 압력이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했다. 소라는 연주의 체온에 몸을 기대려다 말고 숨을 삼켰다. 커피 잔에서 피어오르는 증기가 눈을 자극했다.

민재가 담배를 다시 물었다. “그 서명은 세희가 네 과거를 은서에게 넘긴 증거야.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지.” 그의 말투는 평소의 가벼움을 잃고 낮게 깔렸다. “은서가 곧 올 거야. 그녀가 직접 말할 테니까.”

은서가 팔짱을 끼고 미소 지었다. “연주, 네가 소라를 데려가려는 속셈이 뭔지 이제 다 드러났네. 네가 처음부터 소라의 상처를 이용하려고 접근한 거 맞지?” 그녀의 손이 주머니에서 또 다른 종이를 꺼냈다. 종이 가장자리가 테이블에 닿는 소리가 날카로웠다.

소라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녀는 연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 “연주… 너도 알고 있었어? 세희가 그런 짓을 한 걸.”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연주의 무릎이 소라의 무릎에 닿았다. 따뜻한 접촉이 빗물에 젖은 옷 사이로 스며들었다.

“처음엔 몰랐어.” 연주의 눈동자가 소라를 깊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네가 내 앞에 서는 순간, 네 과거를 지키고 싶어졌어. 그게 단순한 동정은 아니야.”

세희의 손이 허공을 더듬었다. “소라, 믿어줘. 그때는 선택이 없었어. 민재가 압박을 넣었고, 은서가 네 형제를 위협했어.” 그녀의 발이 바닥을 문지르며 불안한 리듬을 만들었다.

갑자기 카페 밖에서 여러 개의 발소리가 들렸다. 구두굽이 타일에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은서의 미소가 사라졌다. “세희, 네가 직접 설명할 기회를 줬는데, 이제는 늦었어.”

연주가 소라를 일으켜 세웠다. “여기서 나가자. 더 이상 들을 필요 없어.” 그녀의 손이 소라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문을 향해 움직이는 순간, 민재가 몸을 막아섰다. “그렇게 쉽게 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소라는 연주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민재의 눈빛이 차가웠다. “소라, 네가 모르는 게 있어. 세희의 서명 아래에 또 다른 이름이 적혀 있었지. 바로 내 이름.”

종이가 테이블 위에서 펄럭였다. 소라의 시선이 그 위로 떨어졌다. ‘민재’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보였다. 세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민재, 너… 왜 그런 걸 숨겼어?”

민재가 담배를 탁자에 내려놓았다. “은서와의 거래를 중재한 건 나였어. 네 과거를 팔아넘긴 대가로 내가 받은 건 따로 있었지.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야. 연주, 너도 그 계획에 관여했어.”

연주의 손이 소라의 허리를 더 세게 감쌌다. “그건 함정이야. 소라, 믿지 마.” 그녀의 입술이 소라의 귀 가까이 다가왔다. 따뜻한 숨결이 목덜미를 간질였다. “지금 이 순간, 내 손길만은 진짜야.”

소라는 연주의 체온에 몸을 맡겼다. 카페 안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유일한 배경음이었다. 세희가 한 걸음 물러섰다. “소라, 제발. 민재의 말을 듣지 마. 내가 너를 지키려던 거야.”

은서가 낮게 웃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소라, 네가 선택할 수 있는 건 연주의 손을 놓는 것뿐이야.”

연주가 소라를 끌고 문 쪽으로 향했다. “더 이상 듣지 마. 여기서 나가자.” 두 사람의 발걸음이 카페를 빠져나왔다. 거리의 습한 공기가 옷깃을 파고들었다. 골목으로 들어서자, 벽의 축축한 이끼가 손바닥에 닿았다. 연주의 손이 소라의 뺨을 감쌌다. “소라, 지금 네가 느끼는 건 배신이 아니야. 내 감정은 진짜야.”

소라의 호흡이 가빠졌다. 연주의 곱슬머리가 그녀의 어깨를 스치며 빗물을 떨어뜨렸다. “왜… 왜 지금 이 순간에 네가 내게 이렇게 다가오는 거지?” 그녀의 손이 연주의 가슴께를 밀쳤지만, 힘은 없었다.

연주가 소라를 벽에 기대게 했다. 두 사람의 몸이 가까워지며, 연주의 호흡이 소라의 입술을 스쳤다. “네 상처를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네가 혼자서 무너지는 걸 보고 싶지 않았어. 이 감정은… 사랑에 가까워.”

소라의 손가락이 연주의 옷깃을 움켜쥐었다. 따뜻한 체온이 차가운 빗물을 녹였다. “믿고 싶어. 하지만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데.”

연주의 입술이 소라의 목덜미를 스치듯 지나갔다. 미세한 전율이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지금 이 접촉이 거짓일까? 네가 내 손을 놓지 않는 이 순간이.”

골목 끝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두 사람의 몸이 더욱 가까워졌다. 연주의 손이 소라의 허벅지를 감싸 안았다. 부드러운 압력이 피부 아래로 퍼졌다. “소라, 나와 함께 가자. 이 사슬에서 벗어나자.”

그들은 골목을 빠져나와 작은 주택가로 들어섰다. 낡은 문을 열자, 따뜻한 실내 공기가 맞이했다. 연주가 소라를 소파에 앉히며 몸을 숙였다. “세희의 배신은 시작에 불과해. 민재가 진짜 배신자였어.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위협이 있어.”

소라의 눈이 연주의 입술에 머물렀다. “그 위협이 뭔데? 왜 나를 이렇게 끌어들이는 거지?”

연주가 소라의 손등을 입술로 살짝 스쳤다. “네 형제가 은서에게 넘긴 건 과거뿐만이 아니야. 또 다른 이름이 있어. ‘지은’이 네게 접근한 이유도 그 때문이지. 하지만 지금은 그 얘기를 멈추자.”

두 사람의 대화가 이어지며, 소라의 손이 연주의 등을 더듬었다. 따뜻한 피부 감촉이 손끝에 전해졌다. “연주… 이게 사랑이라면, 왜 이렇게 아픈 거지?”

연주가 소라를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심장 박동이 서로에게 전해졌다. “아픔은 이제 끝날 거야. 내가 너를 지킬 테니까.”

갑자기 문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익숙한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소라, 연주. 문 열어. 세희가 너희를 데리러 왔어.”

연주가 몸을 일으켰다. “민재가 은서를 데리고 온 거야.” 그녀의 손이 소라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어. 네가 가장 믿던 사람이 아직도 거짓을 숨기고 있어.”

소라는 연주의 팔을 붙잡았다. “누구지? 또 다른 배신자야?”

문이 열리며 세희가 들어섰다. 그녀의 눈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소라, 민재가 거짓말을 했어. 내가 서명한 건 네 형제를 보호하기 위해서였는데… 사실은 지은이 모든 걸 조종하고 있었어.”

그 순간, 소라의 전화가 울렸다. 화면에 뜬 메시지가 깜박였다. ‘지은이 네 뒤에 있어. 연주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

연주의 손이 소라의 손목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그 메시지… 누가 보낸 거지?”

소라는 연주의 눈을 바라보았다. “연주, 너… 지은과 무슨 관계야?”

연주가 입을 열었다. “그건… 이제 말할 수 없어. 하지만 네가 알아야 할 게 있어. 지은은 네 형제의…”

문밖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다가왔다. 지은의 실루엣이 창문에 비쳤다. 그녀의 손에 들린 종이 한 장이 바람에 펄럭였다. “소라, 이제 모든 게 드러날 시간이야. 연주가 네 과거를 이용한 진짜 이유를 알려줄게.”

소라의 몸이 굳었다. 연주의 손이 여전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지만, 그 따뜻함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세희가 소리쳤다. “지은, 그만해! 소라를 더 이상 휘말리게 하지 마!”

지은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미 늦었어. 소라, 네가 믿는 그 연주의 손길이 사실은…”

연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소라를 끌어당기며 낮게 속삭였다. “믿어. 지금은 내 말을 들어. 하지만 이 사실을 알면… 너는 나를 떠날지도 몰라.”

소라의 가슴이 조여왔다. 전화 메시지가 다시 울렸다. 이번 내용은 이전과 달랐다. ‘연주는 네 형제의 연인이었다. 그게 진짜 배신의 시작이야.’

연주의 손이 소라의 뺨을 감쌌다. “소라, 그 메시지는 거짓이야. 하지만… 이제 선택해야 해. 나를 믿을 건지, 아니면 이 모든 걸 끝낼 건지.”

지은이 종이를 펼쳤다. 그 위에 적힌 이름들이 소라의 눈을 찔렀다. 연주의 서명과 지은의 연결선이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이게 증거야. 연주가 처음부터 네 과거를 노리고 접근한 거지.”

소라는 연주의 손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눈동자에 스며든 의심이 공기를 무겁게 만들었다. “연주… 정말이야?”

연주가 소라를 끌어안으며 대답했다. “아니야. 하지만 이걸로 끝나지 않아. 더 큰 위협이 다가오고 있어.”

문밖에서 새로운 발소리가 들렸다. 여러 명의 그림자가 카페 창문에 스치기 시작했다. 소라는 연주의 체온에 몸을 맡긴 채 숨을 멈췄다. 그 그림자 속에서 반짝이는 눈빛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연주의 속삭임이 귓가에 스며들었다. “소라, 이제 진짜 시작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