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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17화: 닿을 수 없는 손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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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먼저였다.

카이로스의 오른손이 시아의 손목을 잡은 것은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이었다. 차갑고 단단한 손가락이 그녀의 맥박 위에 정확히 걸쳤다. 꽉 쥔 것도 아니었고, 느슨하게 건드린 것도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무언가를 확인하려는 행위처럼 보였다. 그녀가 살아있다는 것을. 혹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폐하."

시아가 숨을 참았다.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카이로스는 그녀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자신이 잡은 손목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 눈빛이 어찌나 날카롭고 또 어찌나 공허한지, 시아는 두 가지 감각이 동시에 밀려드는 것을 느꼈다. 도망쳐야 한다는 본능과, 도망치면 안 된다는 더 강한 무언가.

"형이 죽던 날."

카이로스가 말했다. 목소리는 낮았다. 거의 들리지 않을 만큼. 하지만 그 낮음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귀를 파고들었다.

"나는 그의 손을 잡지 않았다."

시아의 심장이 한 박자 늦게 뛰었다.

"잡으려 했다. 분명히 손을 뻗었다. 그런데..."

카이로스의 손가락이 시아의 손목 위에서 미세하게 떨렸다. 정말 미세하게. 촛불이 흔들리는 것처럼, 바람이 거세지기 직전의 나뭇가지처럼.

"형은 내 손을 피했다."

방 안의 공기가 납처럼 내려앉았다.

시아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위로의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입술을 여는 순간 그것이 얼마나 공허하게 들릴지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카이로스의 손 위에 반대 손을 살며시 얹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피부였다.

카이로스의 몸이 굳었다. 돌이 된 것처럼, 금속이 된 것처럼.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호흡조차 멈춘 것 같았다.

시아는 그 손을 살짝 쥐었다. 꼭 쥔 것이 아니라, 그냥 거기에 있겠다는 것을 알리는 정도의 압력으로.

긴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카이로스가 손을 거뒀다.

빠르지도, 거칠지도 않게. 그냥 조용히 자신의 손을 거둬서 등 뒤로 돌렸다. 시아의 온기가 그 손에서 사라지는 데는 일 초도 걸리지 않았다.

"오늘은 물러가라."

황제의 목소리였다. 아까의 낮고 무너질 것 같은 목소리가 아니라, 황궁에서 늘 듣던 그 차갑고 매끄러운 목소리.

시아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폐하."

"명이다."

두 번의 말 사이에는 감정이 없었다. 아니, 감정을 모두 지운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가 오히려 더 크게 보였다.

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뒷걸음으로 방에서 나왔다.

문이 닫혔다.

복도의 차가운 공기가 그녀의 뺨을 건드렸다. 그녀는 방금 자신이 한 일을 떠올렸다. 황제의 손을 잡은 것.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그냥 손만 얹은 것. 그것이 과연 옳은 행동이었는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손바닥 안에 남아있는 그 냉기만이, 그것이 실재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

이튿날 아침은 안개로 시작되었다.

황궁의 정원은 흰 연기에 삼켜진 것처럼 고요했다. 연못 위의 수련 잎들이 수면에 납작하게 내려앉아 있었고, 그 위로 물방울이 하나씩 또르르 굴러다녔다. 시아는 이른 새벽부터 정원을 걷고 있었다. 잠이 오지 않아서였다.

"황후 마마."

목소리가 안개 사이에서 흘러나왔다.

시아는 멈추었다. 황후라는 호칭이 아직도 자신을 향한 것임을 인식하는 데 늘 반 박자가 걸렸다. 고개를 돌리니 낯선 얼굴이 서 있었다.

여자였다. 삼십대 초반으로 보이는, 머리카락을 단정하게 올린 여인. 옷은 황궁의 시녀복이었지만, 그 손에 들린 쟁반과 그 위에 놓인 찻잔은 지나치게 정갈했다. 궁에서 오래 일한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산책을 나오셨군요."

여자가 말했다. 어딘가 서늘한 미소였다.

"누구십니까?"

시아가 물었다. 직접적인 질문이었지만, 이 황궁에서 돌려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미 배우고 있었다.

"소인은 세린이라 하옵니다. 예전에 황제 폐하의 침전에서 일했사옵니다."

예전에. 그 단어가 묘하게 걸렸다.

"지금은요?"

"지금은... 황후 마마를 모시게 되었사옵니다."

세린이 쟁반을 내밀었다. 찻잔에는 은은한 향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봄 장미차였다. 황궁에서 주로 피로 회복에 쓰는 종류였다.

"밤새 주무시지 못하신 것 같아 준비해 보았습니다."

시아는 찻잔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을까. 자신이 밤새 잠들지 못했다는 것을. 새벽에 정원으로 나온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히 마주쳐서 즉흥적으로 가져온 것인지. 쟁반과 찻잔의 정돈된 상태를 보면 전자였다.

"고맙습니다."

시아는 찻잔을 들었다. 하지만 입술에 가져다 대지는 않았다. 차의 온도를 손에서 느끼는 척하며 세린의 눈을 살폈다.

여자의 눈은 웃고 있었다. 입도 웃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미소가 차갑지는 않았다. 적의도, 계략을 꾸미는 사람의 날카로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오래된 무언가를 간직한 사람의 눈빛이었다.

"황제 폐하의 침전에서 일하셨다고 하셨습니까."

"네."

"왜 그곳에서 이곳으로 오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세린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

"폐하께서 그리 명하셨사옵니다."

그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하지만 그 짧은 대답 안에 무수히 많은 것들이 접혀 있다는 것을 시아는 느꼈다.

안개가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연못 건너편의 수양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늘어진 가지들이 새벽바람에 느슨하게 흔들렸다.

시아는 찻잔을 세린에게 돌려주었다.

"오늘은 그냥 걷고 싶습니다."

세린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하시다면, 소인은 뒤에서 따르겠습니다."

그 말 안에도, 이상하게도 거스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

세 번째 사건은 오후에 일어났다.

정무를 마친 황제가 내전으로 돌아오는 시간이면 황궁은 잠시 활기를 잃었다. 신하들은 숨을 낮추고, 궁녀들은 몸을 낮추고, 모든 것이 황제의 그림자가 지나가는 통로를 비워주었다.

시아는 그 광경을 회랑 기둥 뒤에서 우연히 목격했다.

카이로스는 빠르게 걷고 있었다. 그의 옷자락이 뒤에서 팽팽하게 당겨질 만큼. 그를 따르는 내관들이 종종걸음을 치는 것이 보였다. 카이로스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정면을 향해 있었다.

그런데 그때, 복도 한가운데에 어린 궁녀 하나가 나타났다. 나이가 열두세 살도 안 되어 보이는, 방금 입궁한 것이 분명한 작고 겁먹은 아이였다. 아이는 손에 화병을 들고 있었는데, 황제가 나타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란 나머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어버렸다.

주변의 내관들이 숨을 들이켰다. 황제의 행렬 앞에 선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이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덜덜 떨고 있었다. 화병이 아이의 손 안에서 흔들렸다.

카이로스가 아이 앞에서 멈추었다.

주변의 내관 한 명이 재빠르게 다가와 아이의 팔을 붙잡았다.

"이 아이를 황제 폐하의 행렬 앞에 세웠느냐. 당장—"

"그냥 두어라."

카이로스의 목소리였다.

내관이 동작을 멈추었다.

카이로스는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이의 어깨가 격렬하게 떨리고 있었다. 작고 흰 손이 화병을 꽉 쥐고 있었다. 화병 안의 노란 꽃들이 흔들렸다.

"이름이 무엇이냐."

황제가 물었다.

아이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이 열리지 않는 것 같았다.

"두려우냐."

그 질문이 시아의 귀에 닿았다. 두려우냐. 가장 단순한 질문이었다. 황제가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질문.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아주 조금.

카이로스는 잠시 아이를 바라보다가 몸을 굽혔다. 황제가 몸을 굽혔다. 그것만으로 복도의 공기가 달라졌다. 내관들이 눈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숨을 참았다.

"꽃이 좋으냐."

황제가 화병을 살짝 가리키며 말했다.

아이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잘 들고 가라."

그것이 전부였다. 카이로스는 다시 몸을 일으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발걸음을 이었다.

시아는 기둥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손이 옷자락을 쥐고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언제부터 그렇게 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카이로스가 시아가 숨어있는 기둥 앞을 지나쳤다.

그는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지나치던 찰나, 그의 시선이 아주 잠깐 기둥 쪽을 향했다. 그리고 그냥 지나갔다.

시아의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다. 그가 이쪽을 본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착각인지. 구별할 수가 없었다.

---

그날 저녁, 세린이 다시 나타났다.

시아의 침전에 저녁 식사를 들고 온 그녀는 음식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말했다.

"황후 마마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시아는 세린을 바라봤다. 낮과 달리 여자의 얼굴이 약간 굳어 있었다.

"말씀하세요."

"오늘 오후 폐하의 행렬에서 일이 있었다 들었사옵니다."

시아가 잠시 눈을 가늘게 떴다. 황궁에서는 무엇이든 금방 돌아다녔다. 그것은 알고 있었다.

"그것이 문제가 됩니까?"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사옵니다."

세린이 한 걸음 다가왔다. 목소리가 낮아졌다.

"폐하께서 어린 궁녀에게 그리 하신 것을 어떤 이들은 다르게 읽었사옵니다."

"다르게라니요."

"황제가 무르다는 신호로."

그 말이 공기를 베었다.

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린은 계속했다.

"폐하께서 황후 마마를 곁에 두기 시작한 이후로, 황궁 안에서 몇 가지 소문이 돌고 있사옵니다. 황제가 달라졌다. 황제가 약해졌다."

"소문은 소문일 뿐입니다."

"소문이 무기가 되는 곳이 황궁이옵니다, 마마."

시아는 세린의 눈을 보았다. 그 눈 안에는 아까의 오래된 무언가가 또 있었다. 이 여자는 황궁에서 무언가를 오래, 아주 오래 견뎌온 사람의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시아가 물었다.

세린이 잠시 침묵했다.

"소인이 아직 확인하지 못했사옵니다."

"하지만 짐작은 가시는군요."

세린의 입이 열렸다가 다시 닫혔다.

"마마,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되겠사옵니까?"

"말씀하세요."

"폐하께서 황후 마마를 황후로 택하신 이유가, 마마는 무엇이라 생각하시옵니까?"

그것은 시아 자신도 수없이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평민 출신의 자신이 왜 황후로 지명되었는지. 정략도 아니고, 가문의 배경도 없이. 이유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카이로스 자신뿐이었다.

"모릅니다."

시아가 솔직하게 말했다.

세린의 눈 안에 무언가가 지나갔다. 연민인지, 경고인지, 혹은 전혀 다른 무엇인지.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이 황궁 안에 한 명 있사옵니다."

"누구입니까?"

세린이 입을 열었다.

그때, 침전의 문이 밖에서 세 번 두드려졌다.

세린의 입이 다시 닫혔다. 그녀는 즉각 뒤로 물러나 시녀의 자세를 갖추었다.

문이 열렸다.

내관이 들어왔다.

"황후 마마,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내관의 목소리는 평범했다. 하지만 시아의 눈길은 그 내관의 손 안에 있는 것으로 향했다.

작은 서찰이었다. 황제의 인장이 찍혀 있었다. 그런데 그 인장 위에, 아주 얇은 선으로 무언가가 그어져 있었다. 마치 누군가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놓은 것처럼.

봉인이 한 번 뜯겼다가 다시 붙여진 자국이었다.

시아는 그 서찰을 받으며 세린을 돌아보았다.

세린의 얼굴은 아무 표정도 없었다.

그러나 그 눈빛만이, 딱 한 가지를 말하고 있었다.

조심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