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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18화: 그가 놓아버린 손, 그녀가 잡은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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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손이 떨고 있었다.

황제의 손이. 제국의 모든 생사여탈을 쥐고 있다는, 전장에서 단 한 번도 흔들린 적 없다는 그 오른손이, 지금 시아의 손목 위에서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었다.

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숨조차 조심스럽게 들이켰다. 갑자기 몸을 빼거나 목소리를 내면, 지금 이 순간이 산산이 부서질 것 같았다. 유리로 만든 순간. 한 번 금이 가면 다시는 복원할 수 없는 종류의 것.

"형은 내 손을 피했습니다."

카이로스가 이전 화에서 멈췄던 말을 이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낮았다. 낮다 못해 거의 땅속으로 꺼져드는 것 같았다.

"내가 뻗은 손을. 형은 뒤로 물러서며 외면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이 또 한 번 떨었다. 이번에는 더 크게. 시아는 그것을 온 피부로 느꼈다.

"그 다음 날, 형은 없었습니다."

방 안에 침묵이 쏟아졌다. 촛불이 흔들렸다. 바람 한 점 없는 밤이었는데, 촛불이 흔들렸다.

시아는 심장이 조여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카이로스의 손을 감히 치우지 못했다. 그의 손이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손목이 그의 손을 붙들고 있는 것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카이로스가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어떤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더 무서웠다. 감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이미 모든 것이 타버린 잿더미 같은 목소리.

"손 한 번 잡지 못했습니다. 형을."

시아가 결심한 것은 그때였다.

머릿속에서 수십 개의 목소리가 동시에 떠들었다. 황제에게 함부로 손대면 안 된다는 예법. 지금 자신이 처한 위치에 대한 냉정한 인식. 이것이 황제의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계. 그리고 가장 크게, 가장 설득력 있게 울리는 목소리.

'그는 지금 너무 오래 혼자였다.'

시아는 천천히 자유로운 왼손을 들어올렸다. 카이로스의 손 위에 얹었다. 그의 손가락 마디 위로, 자신의 손가락을 포갰다.

카이로스가 굳었다.

돌처럼. 숨소리마저 사라진 것처럼. 그의 손에서 떨림이 멈추었다. 하지만 그것은 안정된 것이 아니었다. 폭풍 직전의 고요함이었다.

"폐하."

시아가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도 떨렸지만, 그것을 숨기려 하지 않았다.

"저도 마지막에 잡지 못한 손이 있습니다."

카이로스가 미세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를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 더 그녀 쪽을 향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이었습니다. 저는 손을 뻗었는데, 어머니의 손이 먼저 차가워져 버렸습니다. 제가 늦었습니다."

시아의 손가락이 카이로스의 손 위에서 살며시 힘을 주었다. 꽉 쥔 것은 아니었다. 그냥 거기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정도의 압력.

"그래서 저는 압니다. 폐하. 손이 얼마나 무거운지."

카이로스는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아를 뿌리치지도 않았다. 그저 자신의 손 위에 얹힌 그녀의 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아주 조금, 시아의 손목을 쥔 채 풀리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촛불이 두 개 더 꺼졌다. 방 안이 어두워졌다. 시아의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이면 이 순간이 끝날 것 같았다.

카이로스가 먼저 손을 거두었다.

천천히. 힘 없이. 그의 손가락이 시아의 손목에서 하나씩 떨어졌다. 마지막 손가락이 떨어지는 순간, 시아는 이유도 모른 채 그 손가락 끝을 향해 자신의 손이 조금 더 따라가는 것을 느꼈다. 곧 멈추었지만.

카이로스가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다시 황제의 얼굴이었다. 차갑고, 정돈되어 있고,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는. 하지만 그의 눈 아래가, 아주 미세하게 붉어져 있었다.

"나가시오."

그가 말했다. 명령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뭔가가 있었다. 시아는 그 뭔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 거부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후퇴였다.

더 깊이 들키기 전에 물러서는, 황제의 마지막 방어선이었다.

"예, 폐하."

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돌아섰다. 문까지 걸어가는 동안 그녀의 등이 따가웠다. 그가 자신의 등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꼈다. 확인하지 않았다. 확인할 용기가 없었다.

문고리를 잡는 순간.

"오시아."

카이로스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성이 아니었다. 직위도 아니었다. 이름이었다. 처음이었다.

시아가 굳었다. 돌아보고 싶은 충동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한꺼번에 치솟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오늘은 그것으로 족하오."

그것이 전부였다.

고맙다는 말도 아니었다. 사과도 아니었다. 그냥. 그것으로 족하다는, 그 말이 전부였다.

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한 번 더 깊이 숙이고, 방을 나왔다.

복도는 서늘했다.

궁의 밤 복도는 항상 이상하게 서늘했다. 낮에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차갑고, 밤이 되면 돌바닥이 냉기를 올려보내 발끝부터 얼어가는 느낌이었다.

시아는 열 걸음쯤 걸어가다가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긴장이 풀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무언가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옆의 기둥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았다. 가슴 안쪽 어딘가가 두근거렸다. 두근거린다기보다는, 무언가가 서서히 조여드는 느낌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머릿속이 차갑게 경고를 보냈다. 그 목소리는 소윤의 목소리를 닮아 있었다. 현실적이고, 걱정스럽고, 언제나 옳은.

'그는 황제야, 지은아. 너는 평민이고. 그가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그게 너를 향한 감정이 될 수는 없어. 그건 착각이야. 네가 하면 안 되는 착각이야.'

시아는 눈을 떴다.

차갑고 긴 복도가 앞에 펼쳐져 있었다. 양쪽으로 늘어선 촛불들이 일렬로 흔들리고 있었다. 그 끝이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착각이 맞았다. 착각이어야 했다.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처소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복도 모퉁이에서 인기척이 났다.

시아가 걸음을 멈추었다. 이 시각 궁의 내부 복도에서 인기척이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근위병도 있고, 내관도 있었다. 하지만 그 인기척은 달랐다. 걸음 소리가 없었다. 옷깃 스치는 소리가 없었다. 오직, 숨소리만.

누군가 숨어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시아는 발이 얼어붙는 것을 느끼면서도 천천히 몸을 돌렸다.

모퉁이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림자만이 촛불 아래에서 이상한 각도로 누워있었다. 사람의 형태를 한 그림자가. 하지만 그 그림자를 만들 사람이 없었다.

시아의 심장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 순간, 모퉁이 너머에서 발소리가 났다. 빠르고 가벼운 발소리. 멀어져가는 발소리였다.

도망가는 발소리였다.

다음 날 아침.

시아는 소윤의 처소 문을 두드렸다. 두드리기 전에 잠시 머뭇거렸다가, 생각을 다시 정리하고 두드렸다.

문이 열렸다. 소윤은 아직 머리를 단정히 정리하지 않은 상태였다. 새벽에 깨어난 얼굴이었다.

"지은아. 이 시각에 무슨 일이야?"

소윤이 시아의 표정을 보자마자 문을 활짝 열었다. 시아를 안으로 끌어들이고 문을 닫았다.

"무슨 일 있었어?"

"어젯밤에."

시아가 입을 열었다가 멈추었다. 어젯밤에 황제와 나눈 대화를 어떻게 요약해야 할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말해야 할지가 문제가 아니었다. 정작 그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었다.

"복도에서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었어."

소윤의 눈이 좁아졌다.

"감시?"

"그림자만 있었어. 사람은 없었는데, 그림자가 먼저 있었고. 그다음에 발소리만 나면서 사라졌어."

소윤이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손가락이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소매 끝을 만지작거렸다. 시아는 그 동작이 소윤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디 복도였어?"

"황제 폐하의 집무실에서 나오는 길이었어."

소윤의 얼굴이 굳었다.

"지은아. 너 어젯밤에 황제 폐하 집무실에 있었어?"

"응."

"얼마나 오래?"

시아는 잠시 생각했다. 정확히 얼마나 있었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촛불이 두 개 꺼질 만큼. 그 정도라고 하면 소윤이 얼마나 걱정스러운 얼굴을 할지 눈에 보였다.

"조금."

"조금이 어느 정도야."

"꽤 조금."

소윤이 미간을 짚었다.

"지은아. 나 지금 네가 황제 폐하 집무실에서 한밤중에 나왔다는 것보다, 그 사실을 누군가 봤을 수도 있다는 것이 더 무서워."

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소윤의 말이 옳았다. 그 발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가 중요했다. 그리고 그 인물이 무엇을 보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이황태자 이준 전하일 수도 있어."

소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분이 최근에 궁내 첩자를 늘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어. 황제 폐하와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시아의 뒷목이 서늘해졌다.

"이준 전하가 왜."

"황제 폐하에게 후사가 없잖아. 다음 황위가 이준 전하에게 가야 하는데, 황제 폐하가 갑자기 황후를 맞이한다면..."

소윤이 말을 끊었다. 하지만 나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황후가 황자를 낳으면, 이준 전하의 황위 계승권은 물거품이 된다.

시아의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그 발소리가 이준 전하 쪽 사람이었다면."

소윤이 시아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 안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날 것 그대로 담겨 있었다.

"어젯밤 황제 폐하와의 일이, 네 목숨을 위협하는 빌미가 될 수 있어."

방 안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창문으로 이른 아침의 빛이 비스듬히 들어오고 있었다. 따뜻한 빛이었지만, 시아의 피부에는 닿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이었다.

소윤의 처소 문 아래로 무언가가 미끄러져 들어왔다.

종이였다.

접힌 채로. 봉인도 없이. 이름도 없이.

두 사람이 동시에 그것을 바라보았다. 시아가 먼저 몸을 숙여 집어들었다. 소윤이 "잠깐" 하며 손을 뻗었지만, 시아는 이미 종이를 펼치고 있었다.

거기에는 단 두 줄이 적혀 있었다.

'오시아. 황제의 황후가 되기 전에 사라지는 것이 네 목숨을 지키는 길이다. 황태자 전하는 이미 알고 계신다.'

그리고 마지막 줄.

'어젯밤, 황제가 네 손목을 잡았다는 것도.'

시아의 손 안에서 종이가 바들바들 떨렸다. 아니, 종이가 아니었다. 그것을 쥐고 있는 그녀의 손이 떨고 있었다.

누군가 보고 있었다.

처음부터, 어젯밤의 그 방 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