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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었다.
카이로스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어찌나 강렬한지, 시아는 그 손 위에 무언가가 실제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꼈다. 보이지 않는 피. 닦이지 않는 기억.
"폐하."
시아가 부드럽게 불렀다. 카이로스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손가락이 천천히 접혔다가 펴졌다. 마치 무언가를 쥐었다 놓는 연습을 하듯이. 반복적으로. 기계적으로.
"폐하께서 형님을 죽이신 것이 아닙니다."
시아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딛었다. 황제의 뒤통수는 여전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의 귀가 미세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듣고 있다는 신호였다.
"왕좌를 원하지 않은 사람에게 그것을 강요한 것도 아닙니다. 폐하는 설득하려 하셨다고 하셨잖습니까."
"그것이."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잘렸다.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이었다.
"그것이 더 나쁜 일이었을 수도 있다."
시아는 숨을 참았다. 차가운 야밤의 공기가 방 안으로 스며들어 왔다. 어느새 창밖은 완전한 어둠으로 변해 있었고, 방 안에 켜진 촛불만이 두 사람의 그림자를 흔들리게 만들었다. 카이로스의 그림자는 벽에 길고 기묘하게 뻗어 있었다. 마치 그 자신보다 더 크고 무거운 무언가처럼.
"형은 나보다 강했다."
그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창가에서 몸을 돌렸다. 시아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 속에 있는 것은 분노도, 슬픔도 아니었다. 더 깊고 고요한 무언가였다. 바닥이 없는 호수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고요함.
"싸움도. 학문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도. 무엇 하나 내가 형을 앞선 것이 없었다. 황제로서의 자질이라 불리는 모든 것을 형이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형님은 그것을 원하지 않으셨군요."
시아의 말에 카이로스의 눈썹이 아주 조금 일그러졌다. 고통이라기보다는 오래된 상처가 건드려졌을 때 나오는 반사적인 반응에 가까웠다.
"원하지 않는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알던 세상에서는."
그가 방 안을 천천히 가로질러 걸었다. 시아 옆을 지나쳤다. 그녀의 어깨에서 두 뼘쯤 떨어진 거리였다. 그의 옷에서 차가운 공기와 희미한 무쇠 냄새가 스쳤다. 언제나 황제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금속처럼 단단하고, 겨울 아침처럼 날카로운.
카이로스는 방 중앙에 있는 탁자 앞에 멈춰 섰다.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텅 빈 표면이 촛불을 반사하고 있었다.
"형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피할 수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의 턱이 조여들었다. 목의 근육이 눈에 띄게 팽팽해졌다.
"그래서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을 택한 것이다."
시아는 그 말의 뒤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들었다. 형은 왕좌를 거부하는 대신 목숨을 잃는 것을 선택했다. 하지만 황제의 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그것이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자유였다.
그녀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조여들었다.
"그런데 폐하는 지금도 그것이 폐하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계십니까."
그것은 질문이었지만, 물음표 없이 끝났다. 카이로스가 천천히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에는 무엇이 담겨 있을까. 시아는 그 눈을 정면으로 마주보았다.
"나는 살아남았다. 그것만으로도 이미."
"살아남은 것이 죄가 됩니까."
시아의 목소리가 그 순간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손끝은 차가웠고,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지만, 목소리는 고요했다. 마치 폭풍 한가운데의 눈처럼.
카이로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시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 그 사실이 어떤 대답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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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이 세 번, 짧고 절도 있게 두드려졌다.
두 사람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던 공기가 순식간에 흩어졌다. 카이로스의 얼굴이 단숨에 황제의 표정으로 돌아왔다. 마치 방금까지의 시간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들어라."
문이 열리고 근위대장 에로스가 들어섰다. 갑옷을 착용하지 않은 평복 차림이었지만, 그의 어깨에 걸린 긴장감은 전투복이나 다름없었다.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인 그의 손이 바닥을 짚었다.
"폐하. 보고드릴 일이 있습니다."
"말하라."
"동쪽 성벽에서 침입자가 발견되었습니다. 황궁 내부까지 진입한 흔적이 확인되었고..." 에로스가 잠깐 멈추었다. 망설임이라기보다는 다음 말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르는 것처럼 보였다. "황후 전하의 침실 인근에서 발자국이 발견되었습니다."
시아의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카이로스의 눈이 에로스에게서 시아에게로 천천히 이동했다. 그 눈 안에서 무언가가 단단하게 굳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침입자는."
"아직 미확인입니다. 하지만 흔적의 양식으로 보아 혼자가 아닌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에로스가 다시 멈추었다. 이번에는 시아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 눈빛 안에 담긴 것이 무엇인지 시아는 읽을 수 없었다.
"침실 창문 아래에 이것이 놓여 있었습니다."
에로스가 품에서 천으로 감싼 물건을 꺼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카이로스가 손짓하자 그가 천을 걷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손바닥만 한 패였다. 하지만 그 위에 새겨진 문양을 보는 순간, 시아의 눈이 커졌다.
그것은 그녀가 알고 있는 문양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어릴 적에 보았던 문양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서랍 속 깊이 숨겨진, 그가 죽기 전날 밤 불태운 문서들 위에서 본 문양. 기억 저 너머에 있어서 꿈인지 현실인지조차 확실하지 않았던 그것이.
지금 황제의 침소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시아."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황후라는 호칭도, 그대라는 거리감도 없이, 그냥 이름만으로. 그것이 오히려 더 무거웠다.
"이 문양을 아는가."
그의 눈이 그녀를 똑바로 향하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눈이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눈. 모든 감정을 안으로 밀어 넣고 오직 진실만을 요구하는 눈.
시아의 입 안이 건조해졌다. 맥박이 귓가에서 울렸다.
모른다고 말하는 것이 쉬웠다. 아버지와 관련된 것을 드러내는 것은 그 무엇보다도 위험했다. 황실에서는 이유가 어떻든 비밀을 가진 황후는 의심의 대상이 된다. 특히 자신처럼 출신이 불분명한 평민 황후에게는.
하지만 카이로스의 눈이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 조금 전 그가 형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수십 년간 혼자 안고 있었을 무게를 그녀 앞에 처음으로 내려놓았을 때. 그 용기와 지금 자신이 감추려는 것이 동시에 마음속에서 충돌했다.
"...본 적이 있습니다."
시아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에로스가 빠르게 그녀를 쳐다보았다. 카이로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디서."
"아버지의 물건들 중에서 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의 기억이라 확실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그것을 보기 전에 모두 불태우셨고, 그 이후로는..."
"아버지가."
카이로스가 조용히 끊었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좁아졌다. 날카로워졌다.
"아버지의 이름이 무엇이라 했지."
시아는 대답했다. 이미 황궁에 들어올 때 신상 서류에 기재한 내용이었다. 숨길 것도 없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카이로스의 얼굴에 처음 보는 표정이 스쳤다.
인식.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충격.
아주 잠깐이었다. 0.5초도 되지 않았다. 하지만 시아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눈 안에서 무언가가 폭발했다가 순식간에 다시 봉인되는 것을.
"폐하."
시아가 그를 불렀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이미 에로스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침입자 수색을 계속하라. 황후 전하의 침소 경비는 두 배로 늘려라. 그리고."
그는 잠깐 멈추었다.
"황후 전하의 아버지에 관한 기록을 모두 가져와라. 황궁 문서고에 있는 것은 물론, 지방 행정청 기록까지 전부."
에로스가 무릎을 더 깊이 꿇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에로스가 물러나고 문이 닫혔다. 방 안에 다시 두 사람만 남았지만, 조금 전과는 완전히 다른 공기가 흘렀다.
시아는 카이로스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보려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시선은 에로스가 떠난 문을 향하고 있었지만, 그 눈 안에서 보이는 것은 문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알고 있다. 아버지에 대해서. 그 문양에 대해서.
시아의 두 발이 바닥을 단단히 붙잡았다. 그녀가 먼저 물어야 했다.
"폐하."
"오늘은 그만하겠다."
카이로스가 그녀의 말을 자르며 돌아섰다. 짧고, 날카롭게.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그것은 거절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거절이 아니었다. 그 말 뒤에 무언가 더 있다는 것을, 시아는 느꼈다. 두려움인지, 계산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인지. 황제의 얼굴 뒤에 무엇이 있는지를 읽는 것은 아직 시아에게 너무 높은 벽이었다.
"...알겠습니다, 폐하."
시아가 고개를 숙였다. 무릎이 바닥에 닿기 전에 카이로스가 말했다.
"그런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
그의 목소리는 다시 낮고 무감각했다. 황제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 안에 아주 미세하게, 피로한 사람의 숨결이 섞여 있었다.
시아는 인사를 생략하고 일어섰다. 방을 나서면서 문 앞에서 한 번 뒤를 돌아보았다.
카이로스는 다시 창가에 서 있었다. 어둠 속의 창. 그 너머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보고 있거나, 혹은 무언가를 보지 않기 위해서.
시아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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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침소로 돌아가는 복도는 길었다. 촛불이 일정 간격으로 놓여 있었지만, 그 불빛은 충분히 밝지 않았다. 발자국 소리만이 대리석 위에서 울렸다.
시아는 걸으면서 생각했다.
아버지.
아버지는 조용한 사람이었다. 웃음이 많지 않았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았다. 평민 출신으로 작은 서책 상점을 운영하며 시아를 홀로 키웠다. 그것이 시아가 알고 있는 전부였다.
하지만 죽기 전날 밤, 아버지는 서랍에서 문서들을 꺼내어 화로에 넣었다. 시아는 그 장면을 침대 위에서 반쯤 눈을 뜬 채로 보았다. 어른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그 문서들 위에 오늘 본 것과 같은 문양이 있었다. 분명히.
왜 아버지는 그것을 불태웠을까. 왜 아버지는 그 문양을 갖고 있었을까. 그리고 왜 황제는 아버지의 이름을 듣는 순간 그런 눈을 했을까.
침소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시아는 걸음을 멈추었다.
문 앞에 무언가가 있었다.
작고, 하얀 천으로 감싸인 것이었다. 발밑에 놓여 있었다. 오늘 에로스가 가져온 것과 같은 방식으로 감싸여 있었다.
침입자가 황후 침소 인근까지 접근했다는 말이 다시 머릿속을 울렸다.
시아는 주위를 빠르게 살펴보았다. 복도는 비어 있었다. 경비가 두 배로 배치되기 전이었다. 촛불이 흔들렸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었다.
그녀는 쪼그려 앉아 천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 끝이 차가운 비단 위를 스쳤다.
천을 걷었다.
그 안에 있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시아의 손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그것은 작은 초상화였다. 손바닥 크기의, 낡고 오래된 그림. 하지만 그림 안에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시아는 알아볼 수 있었다.
어머니였다.
시아가 두 살 때 죽었다는, 아버지가 단 한 장의 그림도 남기지 않았다고 했던. 시아가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어머니였다.
그런데 그 그림의 아래쪽에, 작은 글씨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 이름 아래에는, 그녀가 오늘 두 번째로 보는 그 문양이 찍혀 있었다.
그 옆에 붉은 잉크로 쓰인 단 한 줄의 문장이 있었다.
시아의 눈이 그 문장 위에서 멈추었다. 손이 떨렸다. 초상화가 흔들렸다.
*황후 전하, 아버지가 말하지 않은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