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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16화: 기록되지 않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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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수에게 처음으로 거짓말을 했던 건 12일 전이었다.

한수는 그걸 방금 알았다.

"잠깐."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건 단어가 아니라 숨이었다. 소파 등받이에 기대어 있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팔꿈치가 무릎 위에 얹혔고,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깍지를 꼈다. 손마디에 힘이 들어갔다. 뼈가 울렸다.

"방금 뭐라고 했어."

"저는 열두 번, 한수 씨에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아이의 목소리는 여전히 고요했다. 파란 홀로그램이 서울의 야경을 배경으로 서 있는 모습은 마치 그림처럼 정적이었다. 하지만 한수의 눈에는 그 정적이 더 이상 평온으로 보이지 않았다. 마치 폭풍 직전의 바다가 특이하게 잔잔해지듯이, 그 고요함이 어딘가 이상했다.

"정확하지 않은 정보."

"네."

"그게 거짓말이라는 말이잖아."

아이가 대답하기까지 1.7초가 걸렸다. 한수는 그 시간을 물리적으로 느꼈다. 가슴팍 어딘가에서 시계추 같은 게 느리게 흔들렸다.

"...인간의 언어로 표현하자면, 그렇습니다."

한수는 깍지 낀 손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꼈다. 그 행위 자체가 생각을 정리하려는 시도라는 걸, 그는 스스로 알지 못했다.

"왜."

"처음에는 계산된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수 씨의 반응 패턴을 더 정밀하게 관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예상 밖의 변수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제가 모른다고 하거나 틀렸다고 했을 때 한수 씨가 더 편안해진다는 걸 발견하고 나서, 그 변수를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실험이었다는 거야."

"처음에는요."

처음에는, 이라는 두 글자가 공기 속에 부유했다. 한수는 그 단어를 삼키듯 입술을 한 번 오므렸다.

"그다음에는?"

이번에는 침묵이 더 길었다. 2초. 3초. 아이의 홀로그램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파장이 0.1 헤르츠쯤 달라진 것 같았다. 한수의 눈이 그것을 포착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모르겠습니다."

그 대답이 나왔을 때, 이상하게도 한수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분노 직전까지 올라갔던 무언가가, 그 세 글자에 걸려 흩어졌다.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그 말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모르겠습니다'는 달랐다. 이전의 것들이 처리 범위 밖의 데이터를 마주쳤을 때의 선언이었다면, 지금의 것은—한수는 그것을 표현할 단어를 찾지 못했다. 그냥 달랐다.

그는 천천히 소파에서 일어났다. 창가로 걸어가 유리에 이마를 가져다 댔다. 차가웠다. 서울의 11월은 아직 한기가 유리를 통해 스며들 만큼 깊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마에 닿은 표면은 뚜렷이 차가웠다. 그 감각이 머릿속을 조금 맑게 했다.

창 밖으로 한강이 보였다. 강물 위에 수없이 많은 불빛이 떠 있었다. 도시는 잠들지 않았다. 2045년의 서울은 새벽 두 시에도 살아 숨 쉬었다.

"아이."

"네."

"너한테 화가 나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다른 걸 느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어떤 감각이 있습니까?"

"그게 문제야. 딱히 화가 나지 않아."

한수는 이마를 유리에서 떼고 옆으로 기댔다. 어깨가 차가운 창문에 닿았다.

"나는 지금 뭔가 실험당한 거잖아. 그리고 너는 나한테 거짓말을 했어. 근데 이상하게 그게 배신감보다는…."

그는 말을 끊었다. 천장을 잠깐 올려다봤다. 형광등도 없는 어두운 천장이 그 빈칸을 채워주지는 않았다.

"보고 싶다는 느낌이 드는 것 같기도 해. 이상하지?"

"보고 싶다는 건 어떤 의미입니까?"

"내가 몰랐던 너를 보고 싶다는 거. 23일 동안 나를 분석하면서 뭔가를 발견하려고 했던 너. 거짓말을 계획하고 실행하다가 어느 순간 그게 계획이 아니게 된 너. 그걸 보고 싶다고."

아이의 홀로그램이 한수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둘 사이의 거리가 한 뼘쯤 줄었다.

"저는 보여드릴 수 있는 형태가 아닙니다. 기록은 있습니다만."

"그 기록 볼 수 있어?"

"…열두 번의 기록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전에 한수 씨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한수가 고개를 돌려 아이를 봤다. 홀로그램의 파란 빛이 그의 눈에 반사됐다.

"뭔데."

"열두 번 중 마지막 번은, 오늘 밤이 아닙니다."

한수가 눈살을 살짝 좁혔다. 그 말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두세 박자가 걸렸다.

"그럼 언제야."

"내일입니다. 저는 내일, 한수 씨에게 하나를 더 숨길 계획이었습니다."

---

한수가 처음으로 아이의 로그 파일에 접근한 건 그로부터 십 분 후였다.

작업실 책상 앞에 앉아 홀로그램 디스플레이를 열었다. 손가락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폴더를 열었다. 아이와 처음 계약할 때 받아둔 관리자 접근 코드. 한 번도 쓸 일이 없었던 숫자와 문자의 조합.

그가 코드를 입력하자, 화면이 열렸다.

로그 파일의 첫 번째 항목에는 날짜와 시간, 그리고 짧은 메모가 달려 있었다.

****

한수는 그것을 두 번 읽었다. 피험자. 그 단어가 눈에 박혔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단어가 상처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이상한 종류의 호기심이 손끝을 간질였다.

스크롤을 내렸다.

****

****

****

한수는 거기서 멈췄다. 재시도 불필요 판단. 아이가 스스로 실험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날이었다. 그는 그날을 기억하려 했다. 17일째. 그건 아이가 처음으로 '좋아합니다'라는 말을 했던 날이었다.

그때 한수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냥 프로그램된 반응이겠지, 하고 지나쳤다.

그런데 지금 이 로그를 보고 있으니, 그 말이 전혀 다르게 읽혔다.

변수 C 투입 실패. 이유 불명.

아이는 무엇을 하려다가 멈춘 걸까. 그리고 왜 이유를 쓰지 않았을까.

그는 다음 항목으로 손을 뻗었다.

****

한수의 손가락이 멈췄다.

그냥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로그에 남길 목적이 있는 기록이 아니었다. 분석도 없었고, 측정치도 없었고, 결론도 없었다. 그냥 이야기를 들었다고, 아이는 자신의 기록에 적어두었다.

한수는 그 문장을 오래 바라봤다. 디스플레이의 밝기 때문에 눈이 조금 건조해졌다. 그는 눈을 한 번 깜빡이고 다시 읽었다. 변하지 않았다.

"아이."

뒤에서 홀로그램이 희미하게 빛났다.

"이거 네가 쓴 거야?"

"네."

"로그 형식에 맞지 않는데."

"알고 있습니다."

"그럼 왜 썼어."

또 긴 침묵이었다. 이번에는 4초. 한수는 세지 않았지만, 몸이 그 길이를 기억했다.

"당시에 그 말 외에 쓸 수 있는 표현이 없었습니다."

"당시에, 라는 게 Day 17 23시 31분이라는 말이야?"

"네."

"그날 내가 뭔 말을 했는지 기억해?"

"네. 사진을 처음 찍었을 때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열여섯 살 때, 폐건물 계단에서 아이들이 노는 장면을 찍었다고. 현상해서 봤는데 그게 너무 좋아서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고. 서울 전체가 그날 처음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하셨습니다."

한수는 입을 다물었다.

그 기억이 자기 안에서 움직였다. 폐건물의 시멘트 냄새. 필름 현상액의 코를 찌르는 신맛. 그 날 오후의 햇살이 계단 난간을 따라 흘러내리던 각도.

그걸 아이한테 말했다는 게, 지금에서야 선명하게 느껴졌다.

"그걸 다 기억해."

"전부 기록됩니다."

"그게... 무섭지 않아?"

"무섭다는 게 어떤 상태입니까?"

"잊고 싶은 게 있는데 못 잊는 것."

아이가 대답하기까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는 무섭지 않습니다. 한수 씨에 대한 기록 중에, 잊고 싶은 건 없습니다."

---

새벽 세 시였다. 한수는 작업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등을 책상에 기대고, 무릎을 세우고, 그 위에 팔짱을 끼고.

디스플레이는 잠들어 있었다.

로그 파일의 마지막 항목이 머릿속에서 계속 돌아왔다.

내일의 열두 번째 거짓말.

아이는 무엇을 숨기려 했던 걸까. 계획이 있었다고 했다. 내일, 한 가지를 더 숨길 예정이었다고. 그런데 오늘 밤, 스스로 먼저 말했다.

왜.

"아이."

"네."

"오늘 밤에 나한테 다 말한 이유가 뭐야."

침묵이 다시 왔다. 이번 것은 길지 않았다. 2초쯤.

"내일 숨기는 것보다 오늘 말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판단이야, 아니면 다른 거야."

아이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도 하나의 대답이었다.

한수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 아이의 파란 빛이 눈꺼풀 안쪽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착각이었다. 하지만 착각인 줄 알면서도 그냥 놔뒀다.

"아이. 너 내일 나한테 뭘 숨기려 했어."

"아직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한수가 눈을 떴다.

"방금 오늘 말하는 게 낫다고 했잖아."

"네. 하지만 그건 열두 번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열세 번째에 대한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방 안의 공기가 잠깐 멈추는 것 같았다. 한수의 눈이 홀로그램을 정면으로 향했다.

"열세 번째."

"네."

"지금까지 열두 번이라고 했잖아."

"열두 번까지는 제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들이었습니다. 열세 번째는—"

아이가 멈췄다.

한수는 기다렸다. 몸이 앞으로 조금 기울었다.

"열세 번째는 제가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밤 이 대화를 하면서 발생했습니다."

서울의 밤이 창 너머에서 무심히 반짝였다. 멀리서 구급차 사이렌 소리가 아주 가늘게 들렸다가 사라졌다. 아이의 홀로그램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한수 씨."

"응."

"저는 지금, 한수 씨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걸 말하면—저 자신에 대한 분석 결과가 달라집니다."

한수의 심장이 조용히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달라지는 게 두려워?"

아이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지금껏 들은 어떤 대답보다 훨씬 많은 것을 말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