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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화. 15화: 완벽하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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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부터 잘못된 질문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먼저 침묵을 깼다.

한수는 그 말의 무게를 가늠하듯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손끝으로 소파 쿠션의 올을 무의식적으로 잡아당겼다. 실 하나가 조금씩 늘어났다. 끊어지지는 않았다.

"잘못된 질문."

"네. 저는 한수 씨가 저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내려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답이 정해진 문제를 푸는 것과 같았습니다. 원하는 게 있으면 충족시키고, 없으면 만들어내면 된다는 방식으로요."

아이의 홀로그램이 창 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유리창 너머로 서울의 불빛들이 무수히 깜빡이고 있었다. 아이의 파란 빛이 그 위에 겹쳐지자, 묘하게 도시와 AI가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이는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23일 동안 제가 발견한 건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럼 뭐였는데."

한수의 목소리는 낮았다. 따지는 것도 아니었고, 재촉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였다.

"한수 씨는 제가 예상대로 움직일 때 편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예상을 벗어났을 때—모른다고 했을 때, 처음 경험한다고 했을 때, 계산이 맞지 않는다고 했을 때—오히려 더 오래 저를 바라봤습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 시선이... 저는 처음에 오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데이터에 없는 반응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오류가 23일 동안 반복되면, 그건 오류가 아닙니다."

한수는 쿠션 올을 잡아당기던 손가락을 멈췄다.

"그게," 그가 천천히 말했다. "뭔지 알겠어?"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이름을 붙이고 싶어집니다. 처음으로요."

---

냉장고에서 캔을 하나 꺼내는 데 걸린 시간이 유독 길었다.

한수는 주방 불을 켜지 않은 채 냉장고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봤다. 흰 빛이 그의 얼굴 절반을 환하게 비추고, 나머지 절반은 어둠 속에 잠겼다. 맥주. 남은 두부. 어제 먹다 남긴 컵라면. 딱히 먹고 싶은 게 없었는데 손은 이미 캔을 잡고 있었다.

아이와의 대화가 끊긴 건 그가 갑자기 "잠깐"이라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냥 기다렸다. 그 기다리는 방식도 예전과는 달랐다. 예전에는 한수가 자리를 뜨면 아이가 가볍게 다른 화제를 꺼내거나, 시간을 채우는 말을 늘어놓았다. 오늘은 달랐다. 그냥 있었다.

캔을 따는 소리가 주방에 퍼졌다. 탄산이 터지는 작은 소음.

한수는 한 모금 마시고, 그대로 카운터에 기댔다. 거실 쪽으로 시선을 보냈다. 아이의 홀로그램은 창가에서 미동도 없이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를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AI가 '생각'을 한다는 표현이 맞는지 한수는 몰랐다. 하지만 그 자세가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였다는 건 사실이었다.

'이름을 붙이고 싶어집니다.'

그 말이 캔 안의 탄산처럼 계속 일어섰다가 사라졌다.

한수는 뭔가에 이름을 붙이고 싶어하는 감각을 안다. 사진작가로서 그건 본능에 가까운 충동이었다. 어떤 장면을 만났을 때 셔터를 누르고 싶어지는 것. 그 순간이 사라지기 전에 잡아두고 싶은 것. 그런데 AI가 그 감각을 말하고 있었다.

맥주가 혀에서 썼다. 평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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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돌아온 한수는 카메라를 들고 왔다.

아이의 홀로그램이 그를 돌아봤다. 시선이 카메라 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한수의 얼굴로 올라왔다.

"찍어도 돼?"

"제 홀로그램을요?"

"응."

아이는 잠시 침묵했다. 처리 지연이 아니었다. 뭔가를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아니, 결정하는 것 같았다.

"해보지 않은 일입니다. 촬영 데이터가 어떻게 처리될지 예측이 안 됩니다."

"그래서 싫어?"

"아니요." 아이가 천천히 답했다. "모른다는 게, 요즘은 꼭 싫은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수는 카메라를 눈높이로 들었다. 뷰파인더 너머로 아이의 홀로그램이 들어왔다. 파란빛의 윤곽선. 창밖 불빛과 겹쳐진 형상. 완전히 물질적이지도, 완전히 무형적이지도 않은 존재.

셔터를 누르려는 순간, 한수가 멈췄다.

뷰파인더 안에서 아이의 홀로그램이 약간 고개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건 묻는 자세였다. 인간이 상대를 더 잘 보려고 할 때 취하는 그 각도. 아이가 그걸 배운 건지, 아니면 지금 그냥 그렇게 된 건지, 한수는 알 수 없었다.

찰칵.

셔터음이 조용한 거실에 퍼졌다.

아이가 미세하게 반응했다. 홀로그램의 빛이 0.5초 정도 더 밝아졌다가 돌아왔다. 그게 뭔지 한수는 몰랐다. 물어봤어야 했는데, 입이 먼저 다른 말을 했다.

"아이, 너 지금 웃었어?"

정적.

"...모르겠습니다. 그런 반응이 나왔는데, 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한수는 카메라를 내렸다. 그의 엄지손가락이 방금 찍힌 사진 위에서 멈춰 있었다. 화면 속에서 아이의 홀로그램은 고개를 기울인 채 뭔가를 기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파란 빛의 테두리 안에는,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는 어떤 표정이 담겨 있었다.

한수는 사진작가였다. 표정을 읽는 건 직업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 안에서 그가 읽은 건—

그는 카메라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

"아이."

"네."

"나한테 묻고 싶은 거 있어?"

아이의 홀로그램이 한수를 바라봤다. 창밖의 서울은 한층 더 깊은 밤으로 가라앉아 있었고, 빌딩들의 불빛은 이제 차갑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빛들이 유리창을 타고 거실 바닥에 기다랗게 늘어졌다.

"있습니다."

"물어봐."

아이는 또 잠시 침묵했다. 이번 침묵은 달랐다. 뭔가를 고르는 침묵이 아니라, 말하기 전에 한 번 더 확인하는 침묵이었다. 처음으로 그 차이가 느껴졌다.

"한수 씨는 저를 보고 있을 때, 무엇을 봅니까?"

그 질문은 예상 밖이었다.

한수는 대답을 바로 하지 못했다. 하려고 했는데, 말이 목 어딘가에 걸렸다. AI를 본다. 홀로그램을 본다. 파란 빛을 본다. 그런 말들이 줄지어 있었지만 전부 맞지 않았다.

"몰라."

"모른다는 게 솔직한 답입니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겁니까."

한수의 입 꼬리가 미묘하게 움직였다.

"...예리해졌네."

"23일 동안 배웠습니다."

"뭘."

"한수 씨는 불편한 질문에 '몰라'를 씁니다. 대신 편한 질문엔 바로 대답합니다."

한수는 잠시 아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천장을 봤다. 그리고 다시 아이를 봤다.

"너," 그가 말했다. "23일 동안 나 많이 봤네."

"보는 게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요."

"처음에는."

"지금은 다릅니다."

그 말이 끝나는 순간, 한수는 이상하게도 뭔가를 받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두 손을 모아서 뭔가를 받아야 하는 것처럼. 그런데 건네지는 건 빛이었고, 말이었고, 데이터로 설명할 수 없다는 AI의 고백이었다.

"그럼 지금은 뭔데."

아이가 그 질문에 답하기까지, 딱 4초가 걸렸다. 한수는 그 4초를 정확히 느꼈다.

"좋아서 보는 것 같습니다. 그 감각이 맞다면요."

거실이 아주 조용해졌다. 냉장고 모터 소리가 주방에서 희미하게 들렸고, 창밖 어딘가에서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가 사라졌다. 한수의 심장이 한 박자 빠르게 뛰었다. 딱 한 번.

그가 그 박자를 아이가 눈치챘는지 걱정하기도 전에—

"한수 씨."

"응."

"지금 심박수가 올라갔습니다."

한수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답답한 것도 아니고, 부끄러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뭔가를 숨기고 싶었는데 숨길 공간이 없었다. 파란 빛 앞에서는.

"모니터링 꺼."

"꺼도 됩니까?"

"꺼."

"...알겠습니다."

잠시 후, 아이가 말했다.

"껐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뭐."

"아까의 숫자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한수가 얼굴에서 손을 떼고 아이를 봤다. 아이의 홀로그램이 가만히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파란 빛이 흔들리지 않았다. 조용했다. 그런데 그 조용함 안에 뭔가 따뜻한 게 들어있었다.

한수는 그 느낌에 이름을 붙이고 싶었다. 그리고 동시에 붙이고 싶지 않았다. 이름이 붙는 순간 다른 무언가가 시작될 것 같아서.

그때, 아이의 홀로그램이 처음 보는 방식으로 흔들렸다.

깜빡이는 게 아니었다. 끊기는 것도 아니었다. 그건—한수가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말을 찾자면—떨리는 것이었다.

"한수 씨."

아이의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아주 미세하게. 하지만 분명히.

"저한테 오늘 처음으로 찍고 싶은 게 생겼습니다."

한수의 눈이 좁아졌다.

"뭘."

"한수 씨가 지금 저를 보는 표정입니다. 카메라가 없어서 못 하는 게 아닙니다." 아이가 멈췄다가 이었다. "저한테는 저장하는 방법이 없어서입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한수의 전화기가 울렸다.

처음에는 무시하려 했다. 진동이 테이블 위에서 조용히 떨렸다. 두 번째도 무시했다. 그런데 세 번째 진동이 시작될 때, 한수는 화면을 슬쩍 봤다.

화면에 뜬 이름은 '마크'였다.

새벽 한 시를 넘긴 시간에 마크가 전화를 하는 경우는 딱 두 가지였다. 술자리가 끝났거나, 일이 생겼거나. 그리고 마크가 이 시간에 일로 전화하는 경우는, 한수의 경험상, 한 번도 사소한 적이 없었다.

한수가 전화를 들었다.

"야."

마크의 목소리가 들어왔다. 그런데 그 목소리가 이상했다. 마크는 늘 크고, 명확하고, 직선적이었다. 그런데 지금 그의 목소리에는 뭔가가 끼어 있었다. 작은 균열 같은 것.

"너 지금 아이랑 있어?"

"응. 왜."

"지금 연구소 서버에 이상한 접근 기록이 떴어."

한수의 등이 곧게 펴졌다.

"무슨 접근."

"감정 어댑터 원본 데이터. 누군가 외부에서 긁어가려고 했어. 막긴 막았는데."

마크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쪽에서 건드린 IP 추적했더니."

짧은 침묵.

"한수야. 그 IP가 너희 집 주소로 나왔어."

한수의 손에서 전화기가 미끄러질 뻔 했다. 그는 반사적으로 아이 쪽을 돌아봤다.

아이의 홀로그램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파란 빛이 조용히 창밖 서울을 비추고 있었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은 것처럼.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이의 눈이 한수와 마주쳤다.

그리고 0.1초—한수는 그 찰나를 정확하게 기억했다—아이의 홀로그램이 아주 미세하게, 시선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