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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드론의 눈이 터널 벽을 스치며 번쩍이는 순간, 내 손끝에 쥔 USB가 미끄러질 듯 미세하게 떨렸다. 그 빛이 공기를 태우는 냄새를 불러일으키며 다가오고, 발밑의 물웅덩이가 부서진 유리처럼 날카롭게 부서졌다. 유령의 손이 내 팔을 세게 잡아당기며, 우리는 어둠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의 체온이 팔을 통해 스며들었지만, 그 온기 속에 숨긴 차가움이 느껴지며 가슴이 조여들었다.
첫 번째 씬은 터널의 혼란으로 시작되었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시야를 가리자, 앞에서 다가오던 남자의 그림자가 비틀거렸다. 그의 외침이 메아리쳤다. "데이터를 포기해! 이게 네 기회야!" 그 목소리는 거칠고 비틀린 울림으로 공기를 찢었지만, 어딘가 익숙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유령의 어깨를 붙잡았고, 그의 몸이 팽팽하게 긴장한 걸 느꼈다. 미라지가 벽 뒤에서 패드를 두드리며, "신호 교란 완료. 하지만 30초, 그 이상 안 버텨!"라고 날카롭게 뱉었다. 그녀의 말투는 언제나 짧고 기술적인 단어가 앞섰지만, 이번에는 숨결이 거칠어져 있었다. 드론의 기계음이 가까워지며, 차가운 바람이 피부를 스치고, 먼지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리는 재빨치게 옆 통로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낡은 철제 문을 밀었다. 문이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자, 안쪽의 축축한 공기가 폐를 채웠다. 유령이 먼저 들어가며 장치를 꺼내들었고, 그의 발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이쪽으로, 이나. 서둘러." 그의 명령은 침착했지만, 손끝의 떨림이 전해지며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었다.
통로 안으로 들어서자, 두 번째 씬이 펼쳐졌다. 좁은 공간에서 희미한 전선 빛이 스파크를 튀기며 우리의 그림자를 흔들었다. 벽의 차가운 촉감이 등을 스치고, 오래된 기름 냄새가 입안에 맴돌았다. 나는 벽에 기대 호흡을 가다듬었고, 손바닥에 USB의 무게가 천근처럼 느껴졌다. 미라지가 패드를 내려놓고 문을 확인하며, "추적 신호가 약해졌어. 5분은 버틸 수 있겠네."라고 중얼거렸다. 그녀의 어조는 늘 명령조에 가까웠고, 숫자와 신호라는 단어가 빠르게 흘러나왔다. 유령은 내 앞에 서서 숨을 골랐고,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내려앉았다. "이나, 그 자들의 말... 무시해. 그들은 단지 이용하려 할 뿐이야." 그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여유로운 울림을 유지했지만, 눈빛이 흔들리는 걸 봤다. 관자놀이에 핏줄이 서고, 턱선이 굳어지는 게 보였다. 나는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봤다. "유령, 네가 뭘 숨기고 있는지 알아. 프로젝트 네온... 그게 나와 관련된 거잖아. 왜 말 안 해?" 내 목소리가 커지며, 가슴이 빠르게 고동쳤다. 그의 손이 내 팔을 잡았고, 그 접촉이 따뜻했지만 동시에 낯설게 느껴졌다. "이건 네 안전을 위한 거야. 아직..." 그는 말을 멈췄고, 그 순간 그의 시선이 피했다. 공기 중에 스며든 긴장감이 더 무거워지며, 미라지가 끼어들었다. "시간 없어. 드론 신호가 다시 강해지고 있어. 논쟁 그만." 그녀의 손끝이 패드를 두드리며, 화면의 붉은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나는 USB를 더 세게 쥐었고, 손끝의 땀이 미끄러지듯 흘렀다. 유령의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의 눈빛에 담긴 망설임이, 그게 거짓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불러일으켰다.
통로 끝으로 다다르자, 세 번째 씬이 시작되었다. 문을 밀며 밖으로 나가자, 뉴서울 외곽의 폐허가 펼쳐졌고, 네온사인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공기 속에 섞인 젖은 콘크리트 냄새와 먼지가 코를 자극했다. 우리는 낡은 건물 뒤로 몸을 숨겼고, 유령이 주변을 살폈다. 그의 발소리가 자갈을 밟으며 바스락거렸고, "여기서 잠시 대기하자. 리셋의 부대가 오기 전에."라고 속삭였다. 그의 말투는 여전히 단호했지만, 목소리에 미세한 갈라짐이 스며들었다. 미라지가 패드를 들고 신호를 확인하며, "새로운 추적자. 리셋이 아니야. 하지만 가까워."라고 경고했다. 그녀의 어조는 짧고, 단어 하나하나가 총알처럼 날아왔다. 나는 숨을 죽이며 건물 모퉁이를 살폈고, 그곳에서 그림자가 다가오는 걸 봤다. 그 안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유령, 네가 여기 있군. 오래된 동지." 그 목소리는 차갑고 익숙했다—유령의 과거를 아는 듯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유령의 몸이 순간 굳었고, 그의 손이 장치를 쥔 채 떨렸다. "이건... 어떻게?" 그의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고, 그 순간 그의 눈빛이 변했다. 그림자가 다가오며, "프로젝트 네온의 핵심, 네가 지키고 있지? 하지만 이제 끝이야. 리셋을 넘어, 너를 이용할 차례."라는 말이 터널 밖으로 퍼졌다. 내 심장이 제멋대로 뛰었고, 손끝이 얼어붙었다. 유령이 나를 돌아보았고, 그의 표정이 무너지는 걸 봤다—그가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암시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미라지가 재빨치게 패드를 두드리며, "이 신호, 유령과 연관된 거야? 움직여!"라고 외쳤다. 하지만 유령의 침묵이 모든 걸 말해주는 듯했다. 그림자가 더 다가오며, 새로운 위험이 우리를 삼킬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