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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보이지 않는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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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공기 속에서도 교실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바람은 싸늘했다. 흩날리는 커튼이 공간을 가로지르며 부드럽게 펄럭였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의 마음은 거칠게 흔들리고 있었다. 수현은 손끝으로 댄 노트북 자판을 내려다보았다. 그 위에 얇게 얹어진 그의 손가락은 마치 언제라도 쥐어 부술 듯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어떻게 배신이라니, 그 말을 믿을 수 있는 거야?" 민재가 고개를 젖히며 마른 침을 삼켰다. 그의 눈동자는 어느새 흔들리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이 교실 안에 두서없이 앉아 그들에게 시선을 돌린 채, 조심스레 소문 속의 한비를 응시했다. 한비는 그런 기류 속에서도 미소를 유지하려 애썼다. 그러나 그녀의 눈 깊숙이 감춰진 흔들림은 부정하기 어려웠다.

"너희 말대로, 신뢰가 중요한 순간이야." 그녀가 조용히 그러면서도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믿음을 배신할 생각이 없었어."

연주는 조용히 의자에 앉아 한비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녀는 차가운 공기처럼 투명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바로 지금, 그 어떤 말도 쉽사리 믿기 어려웠다.

"한비, 네가 믿음을 잃지 않으려 했다면 왜 이런 모든 일이..." 수현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희미한 속삭임이 끼어들었다. 그 순간, 교실 문이 밀려지고 두 명의 선생님이 들어왔다.

"여기 있었구나, 다들." 첫 번째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날카롭지 않았지만,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가로지르며 말 그대로 떨어졌다. "최근 소문에 대해서 얘기를 해야겠어."

그 말에 연주는 얼굴을 찡그렸다. 이제 그들은 설 명된 진실을 넘어선 또 다른 층위를 마주해야 할 시간에 다가섰음을 느꼈다. 그녀의 손바닥에 맺힌 땀이 차갑게 스며들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것처럼, 이번 전시회는 특별한 의미가 있어." 두 번째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그녀는 모두의 얼굴을 스쳐 지나가며 잠시 멈칫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복잡해지고 있어서 학교 차원에서의 결정을 알려야 해."

"무슨 결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민재의 눈빛이 빈틈없이 선생님을 향해 쏘았다.

선생님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전시회의 참가 여부가 다시 심사에 들어갔고, 거기서 연주 학생이 제외되었다는 것이 오늘 발표된 상태야."

황망한 순간이 그들 사이를 헤집었다. 수현은 깊게 한숨을 뱉으며 고개를 젖혔고, 민재의 주먹은 탁자를 세게 짚었다. 어딘가 잘못된 퍼즐이 이제 어긋난 위치로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왜 열심히 준비한 연주가 제외되었다는 거죠?" 수현은 입을 떼며 차분하게 물었다. 하지만 그 속엔 감춰진 분노의 불씨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비는 한 걸음 더 다가가서 말했다. "사실은 학교 측에서 연주의 삶을 존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고 들었어. 전시회 참석이 그녀의 예술적 자유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단 뜻이야."

다시 한번 차가운 벽이 그들 사이에 모습을 드러냈다. 연주는 그 벽에 머리를 기대며 마지막 말을 묵묵히 삼켰다. 지울 수 없는 자국처럼 그 순간이 그녀의 내면에 찍혀든 느낌이었다.

한비가 연주에게 다가가며 두 손을 내밀었다. "내가 널 돕고 싶어. 어떤 식으로든 이걸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더 나은 방법이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무언가가 그들을 가로막는 듯했다. 연주는 주저하다 손을 잡기를 망설이면서, 차마 눈 맞추지 못한 채 조용히 말했다. "알겠어, 그럼 뭘 해야 하지?"

"함께 회의를 열어보자." 한비는 결단력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방침을 다시 검토하고, 서로의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할 것 같아."

그러나 이제 더 큰 그림이 그들 앞에 있었다. 각각의 마음 속에서 솟구치는 갈등, 그리고 연합을 이루어지는 방법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모든 것이 결코 간단하지 않은 방법으로 흩어져 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멀리서 들려오는 시계 소리는 점점 더 커져갔다. 모두의 귀에 맺힌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른 채, 그들은 서서히 마음을 가라앉히며 새로운 길로 걸어갔다. 그 길은 어쩌면 여전히 보이지 않는 장벽 위로 걸어가는 여정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순간, 다시 한번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그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문틈 사이로 어렴풋이 들려오는 이번 발소리는, 새로운 갈등의 시작이 될 수 있었다.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진 건가요?"

그들은 한 순간 당황하더니, 서로를 향해 돌아보았다. 소리의 주인공은 낯익은 얼굴로 그들 앞에 서 있었다. 그러나 그 얼굴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는, 그저 한 순간의 숨막히는 정적 속에 감춰져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모든 힘을 다해 다음 선택을 향해 걸어나가야 할 길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장막이 그들 앞에 펼쳐졌다. 그들이 분명히 알아낸 것은 단 하나였다. 다음에 무엇을 선택할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 하지만, 그로 인해 얽히고설킨 비밀들은 이제 막장을 향해 고꾸라질 수도 있었다.

다시 돌아온 고요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모든 흐름 속에서 분명히 다음을 향해 두 발을 힘껏 내디뎌야 했다. 눈앞의 결단에 맞서 그들의 이야기 골짜기에 걸어드리운 선택의 순간은, 다시 한번 그들을 엄습하고 있었다.

이제 그러한 마음으로 새로운 장을 기대할 차례였다. 그들 앞에 놓인 갈등이 결국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에 그들이 가야 할 길은 조금 더 묘연히 드리워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