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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것을 어떻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시아는 그 말에 눌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 눌리고 싶지 않았다. 어깨가 움츠러드는 것을 억지로 막으면서, 시아는 카이로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 속에서 무언가가 타고 있었다. 분노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그 두 가지가 뒤엉킨 어떤 다른 것인지 — 이름 붙이기 어려운 불꽃이.
"바꿀 수는 없습니다."
시아가 천천히 말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도록, 아랫배에 힘을 주면서.
"형님과의 일은 이미 지나간 것이니까요. 그것은 어떤 말로도, 어떤 행동으로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폐하."
카이로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면 무엇을 할 수 있다고 했느냐."
"다음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아주 깊은 조용함이었다. 촛불 심지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귓속까지 들릴 것 같은 종류의.
카이로스가 입을 열지 않았다. 닫혀 있는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이다가 멈췄다. 무언가를 말하려다 삼켜버린 것처럼. 시아는 그것을 보면서도 재촉하지 않았다. 이 침묵을 깨는 것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자신의 몫이 아니었다.
긴 정적 끝에 황제가 몸을 돌렸다.
등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 자리를 떠나는 방향으로. 그의 발걸음은 느렸다. 황제의 걸음이 이렇게 무거울 수 있다는 것을, 시아는 처음 알았다. 문 앞에서 그가 잠시 멈췄다.
"오늘은 나가라."
그것이 전부였다. 명령도 아닌, 그렇다고 부탁도 아닌. 그냥 — 고단한 사람의 목소리로.
시아는 허리를 숙였다. 대답도 없이. 그냥 그렇게 하는 것이 지금은 맞다고 느끼면서.
문이 닫혔다.
복도에 나온 시아는 벽에 등을 기댔다. 차가운 석벽이 등 뒤로 스며들었다. 눈을 감았다. 심장이 아직도 빠르게 뛰고 있었다. 두려워서가 아니라 — 어쩌면 그보다 더 곤란한 이유로.
*다음 것을 만들 수 있습니다.*
자신이 한 말이었는데, 그 말이 자꾸 귓속에서 울렸다. 황제에게 한 말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한 말인지 — 더 이상 구분이 되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궁정의 공기는 달랐다.
시아가 처음 그것을 느낀 것은 내전의 복도를 걸을 때였다. 시녀들이 지나치면서 눈을 피했다. 평소에도 그들이 유별나게 친절한 편은 아니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피하는 것이 아니라, 보지 않으려는 것처럼. 보면 무언가가 전염될 것을 두려워하는 눈빛으로.
"무슨 일이 있었어요?"
소윤이 시아의 방으로 뛰어든 것은 해가 중천에 오르기도 전이었다. 그녀의 볼에는 바람을 맞은 자국이 있었다. 급하게 달려온 것이었다.
"무슨 일이라니. 나는 잘 모르겠는데."
"모른다고요? 지금 귀인 마마님이 황제 폐하께 직접 상소를 올렸대요. 시아 언니 일로."
시아의 손이 찻잔 위에서 멈췄다.
소윤이 숨을 한 번 고르고 말을 이었다.
"평민 출신이 황후 자리를 감당할 수 없다는 내용이래요. 거기다가 — 언니가 황제 폐하의 침전을 드나든다는 것도 명시했다고."
"그것은 황제 폐하의 명으로 이루어진 일인데."
"알아요. 나도 알고, 언니도 알고. 근데 귀인 마마님은 그걸 사실이 아니라 빌미로 쓰고 싶은 거잖아요. 황후 자리를 두고 평민 출신이 황제를 홀렸다는 이야기로 포장할 수 있으니까."
소윤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섞여 있었다.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꽉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시아는 찻잔을 내려놓았다. 손가락 끝이 차가웠다. 아침부터 난롯불을 피워둔 방인데, 손끝만은 온기가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귀인 마마님이 직접 움직이셨다면, 뒤에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거야."
"이준 황태자."
소윤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 그 이름이 걸렸다. 이준. 황태자. 황제의 이복 형제이자, 가장 강력한 다음 황위 후보. 시아는 그를 직접 마주한 것이 아직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기억하고 있었다. 처음 만난 날, 그가 시아를 훑어본 눈빛. 경멸도 아니고 호기심도 아닌, 무언가를 계산하는 눈빛.
"황태자 마마가 귀인 마마님을 움직일 이유가 뭘까."
"황제 폐하를 흔들 구실이 필요한 거겠죠. 황후 자리, 아직 공식 책봉이 완료된 것도 아니잖아요. 만약 언니가 황후 자리에서 밀려나면, 폐하도 타격을 입어요. 스스로 지명한 황후를 지키지 못한 황제. 그 이미지가 조정에서 얼마나 위험한지는 언니도 알잖아요."
시아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아침 햇살이 창틀에 걸려 있었다. 빛나고 있었지만, 따뜻하지는 않았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소윤이 시아의 손을 꽉 잡았다.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제발. 언니가 직접 나서면 더 빌미가 돼요. 가만히 있으면서 황제 폐하가 어떻게 대응하시는지 봐야 해요."
"폐하가 지켜주실 거라고?"
말이 나오고 나서, 시아는 자신이 그 물음을 어떤 어조로 했는지 알아챘다. 기대하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알고 싶은 목소리였다. 그 차이가, 어쩐지 자신에게 솔직한 것 같아서 — 조금 불편했다.
소윤이 시아의 손을 더 꽉 잡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근데, 언니 —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어요?"
"왜."
"눈빛이 달라요."
시아가 소윤을 바라보았다.
"어젯밤에도, 지금도. 언니 눈에 뭔가가 생겼어요. 처음 보는 종류의."
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답할 언어를 아직 찾지 못해서였다.
---
오후에, 시아는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불려갔다.
태후의 처소였다.
황제의 어머니 — 정확히는 선황의 두 번째 황후이자 카이로스의 친모. 태후 윤씨. 시아는 지금껏 그녀와 단독으로 마주한 적이 없었다. 공식 행사에서 멀리 예를 올린 것이 전부였다. 태후가 시아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도 — 사실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처소의 문이 열리는 순간, 향 냄새가 쏟아졌다. 달콤하고 짙은, 숨이 조금 막히는 종류의 냄새. 태후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흰머리가 섞인 단정한 머리, 은빛 비녀 하나만 꽂힌 차림. 화려하지 않은데 오히려 그것이 더 무게가 있었다.
"무릎 꿇지 않아도 된다."
시아가 허리를 숙이려는 순간, 태후의 목소리가 먼저였다.
"가까이 와서 앉아라."
시아는 조심스럽게 그 맞은편에 자리를 잡았다. 태후의 눈이 시아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판단하는 눈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반기는 눈도 아니었다. 그냥 — 보는 눈이었다. 오래 살아온 사람의, 숨길 것도 내보일 것도 더 이상 없는 사람의 눈빛.
"귀인이 상소를 올렸다는 것은 들었느냐."
"예."
"겁이 나느냐."
시아는 잠깐 망설였다.
"조금은 그렇습니다. 마마."
태후의 입꼬리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웃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방향으로.
"솔직하구나. 겁이 난다고 말하는 황후 감을 처음 본다."
"겁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어리석을 것 같아서요."
"맞는 말이야."
태후가 찻잔을 들었다. 천천히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으며 말을 이었다.
"네가 어떤 아이인지 궁금했다. 현우가 직접 데려온 여자. 그것도 평민 출신을."
황제의 이름. 태후가 황제를 '현우'라고 부르는 것을 시아는 처음 들었다. 당연한 일인데, 어쩐지 그 이름이 낯설게 들렸다. 황제가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을 — 새삼스럽게 실감하는 것처럼.
"제가 어떻게 보이십니까."
시아가 물었다.
태후가 잠시 시아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겁이 나면서도 똑바로 앉아 있는 아이로 보인다."
그 말 안에 칭찬이 있는지 없는지, 시아는 판단하지 않기로 했다.
태후가 찻잔을 내려놓으며 조용히 덧붙였다.
"현우는 사람을 믿지 않는 아이야. 오래전부터. 이유는 — 네가 짐작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 아이 곁에 제대로 남아 있었던 사람이 없었으니까."
시아의 손가락이 무릎 위 옷자락을 살짝 쥐었다.
"마마께서는요."
"나는 어머니니까. 그리고 어머니도 가끔은 충분하지 않아."
태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담담함 안에 무언가 쓴 것이 섞여 있었지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지도 함께 있었다.
"내가 오늘 너를 부른 것은 충고를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태후가 다시 말을 이었다.
"경고다."
시아가 태후를 바라보았다.
"귀인의 뒤에는 이준이 있다. 그리고 이준의 뒤에는 — 그것보다 더 깊은 것이 있다. 네가 현우 곁에 있는 한, 그 깊은 것이 너를 건드릴 것이다. 아직은 미미하지만, 곧."
"어떤 것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알면 더 위험해진다."
"모르면 막을 수가 없습니다."
태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리고 — 이번에는 분명히 웃음이었다. 짧고, 눈에만 담긴.
"현우가 왜 너를 데려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구나."
그 말에 시아의 심장이 한 박자 틀렸다.
태후는 거기서 더 말하지 않았다. 대신 시녀를 불러 시아를 내보내도록 했다. 시아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태후의 목소리가 한 번 더 들렸다.
"오늘 밤, 현우가 너를 부르면 — 가도 된다. 하지만."
잠깐의 사이.
"그 아이가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을 억지로 보려 하지 마라. 그것이 지금 그 아이를 살아있게 하는 것이니까."
---
처소를 나온 시아는 복도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태후의 마지막 말이 귓속에서 돌았다. *그 아이를 살아있게 하는 것.* 황제를 살아있게 하는 것.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 시아는 어젯밤의 카이로스를 떠올렸다. 손을 뻗었지만 형에게 외면당했다는 그 이야기. 창가에 서 있던 등. 떨고 있던 손가락.
황제가 지금 품고 있는 것이, 단순한 상처가 아닐 수 있다는 감각이 시아의 피부 깊숙이 스몄다.
그때였다.
복도 저편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무겁지 않은 소리였다. 오히려 가벼웠다. 걷는다기보다 미끄러지는 것 같은. 시아가 고개를 들었을 때, 복도 끝에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황태자 이준이었다.
그는 혼자였다. 수행원도, 호위도 없이. 그것 자체가 이상했다. 황태자가 태후의 처소 인근에서, 이 시각에, 혼자서.
그의 눈이 시아를 발견하고 멈췄다. 그리고 — 웃었다.
황태자의 웃음은 언제나 완벽하게 아름다웠다. 그 완벽함이 오히려 불안을 만드는 종류의.
"황후 마마."
그가 가볍게 목례하며 말했다.
"태후 마마를 뵙고 오시는 길입니까."
시아는 등줄기가 곤두서는 감각을 감추었다.
"예."
"어떠셨습니까. 태후 마마께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겠군요."
그 '좋은'이라는 단어 안에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 시아는 그것을 모르는 척하지 않기로 했다.
"황태자 마마께서는 이곳에 어인 일로."
"저도 태후 마마를 뵈러. 그런데 황후 마마가 먼저 계신 것 같아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기다리셨습니까."
"예. 복도에서."
시아의 뒷목에 찬 공기가 닿는 것 같았다. 복도에서. 그가 복도에서 기다렸다면 — 태후와 시아의 대화를 알 수 있는 거리에.
이준이 한 발 더 가까이 걸어왔다.
"황후 마마."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웃음은 여전히 입술 위에 걸려 있었지만,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폐하 곁에 있는 것이 편안하십니까."
"무슨 말씀이신지."
"묻는 것입니다. 그 자리가 — 정말 마마가 원하는 자리인지. 아니면 피할 수 없어서 있는 자리인지."
시아는 이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 안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타고 있었다. 욕망인지, 계략인지, 혹은 그 두 가지가 너무 오래 뒤섞인 나머지 본인도 구분을 잃어버린 것인지.
"황태자 마마."
시아가 또렷하게 말했다.
"저는 황후 마마의 자리에 있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이준이 잠깐 시아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불편할 만큼 길었다.
그리고 — 그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작은 천 주머니였다.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시아가 알아볼 수 없는 것이 들어 있었다. 이준이 그것을 시아 앞에 내밀었다.
"가져가십시오."
"이것이 무엇입니까."
"열어보시면 압니다."
시아는 그 주머니를 받지 않았다.
이준의 눈에서 무언가가 지나갔다. 놀라움인지, 아니면 계획이 예상과 다르게 흘렀을 때의 재계산인지.
"안 받으시겠습니까."
"모르는 것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모르는 것이라서 드리는 겁니다."
이준이 그 주머니를 시아의 손 위에 올려놓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거부할 틈도 없이. 그리고 그 즉시 몸을 돌렸다.
"태후 마마를 뵙고 오겠습니다."
그의 발걸음이 태후의 처소 쪽으로 멀어졌다. 가볍고, 조용하게.
시아는 손 위의 주머니를 내려다보았다. 손바닥 위에서 그것이 느껴졌다. 작고, 가볍고, 그리고 — 이상하게 따뜻했다.
천 주머니가 따뜻할 이유가 없는데.
그 온기가 손바닥 아래로 스미는 감각과 함께, 시아의 손가락 끝에서 무언가가 반응했다. 아주 미세하게. 피부 아래에서 뭔가가 깨어나는 것 같은.
시아가 눈을 내리깔았다.
손바닥 위의 주머니에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금기. 마법.
시아는 숨을 참았다. 그것이 무엇인지, 왜 이준이 이것을 자신에게 건넸는지, 그리고 — 이 빛이 왜 자신의 손에 닿는 순간에만 반응하는지.
복도 끝에서 태후의 처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시아는 손을 꽉 쥐었다. 빛이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