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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그림자 속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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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의 어둠이 내 숨통을 조여왔다. 선희의 목소리가 벽을 타고 스며드는 순간, 수아의 손끝이 내 팔을 파고들었다. 그 압력이 뜨거웠다. 그녀의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듯한 감촉이 피부 아래로 번졌다.

"수아, 거기 누구야? 대답해."

선희의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그녀의 하이힐이 바닥을 찍는 소리가 리듬처럼 울렸다. 수아가 몸을 돌려 나를 밀쳤다. 그 힘에 내가 벽에 부딪히며 숨을 삼켰다. 그녀의 흑발이 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꽃향기 대신 비에 젖은 흙 냄새가 코를 찔렀다.

"언니, 여기 아무도 없어. 그냥 바람 좀 쐬려고."

수아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랐다. 끝이 살짝 갈라졌고, 각 단어가 급하게 튀어나왔다. 선희가 문턱에 섰다. 그녀의 실루엣이 복도 불빛에 길게 드리워졌다. 선희는 수아를 노려보듯 바라보다가,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눈빛이 차가운 칼날처럼 느껴졌다.

"민재 씨? 여기서 뭐 하는 거지? 수아를 끌고 다니는 건 이제 그만두는 게 좋을 텐데."

나는 침을 삼켰다. 목구멍이 바짝 말라붙는 기분이었다. "그냥... 얘기 좀 나눴어요. 별일 아닙니다."

선희가 한 걸음 다가왔다. 그녀의 향수가 공기를 무겁게 눌렀다. 장미와 시가 연기가 섞인 듯한 냄새였다. "별일이 아니라고? 준호가 다 말해줬어. 너희가 여기서 몰래 만나고 있다는 거. 이 집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거야?"

수아의 어깨가 떨렸다. 그녀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했다. 관자놀이에 핏줄이 도드라지는 게 보였다. 나는 선희를 마주 보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그녀의 말이 내 가슴을 후벼 팠다.

"수아, 너 또 그 남자랑... 아버지한테 들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민호 그 사람이 다시 나타난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한데."

선희의 마지막 말에 수아의 몸이 완전히 굳었다. 그녀의 입술이 바짝 벌어졌다가 다물어졌다. 나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 민호라는 이름이 다시 튀어나오자,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는 듯했다.

선희가 돌아서며 문을 닫으려는 순간, 복도 끝에서 또 다른 발소리가 들렸다. 준호였다. 그는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천천히 걸어왔다. 웃는 얼굴이었지만, 눈빛은 이전과 달랐다. 날카롭고, 계산된 듯했다.

"선희 누님, 제가 좀 과하게 말한 것 같네요. 민재, 미안. 그냥 장난으로 한 말이었는데."

준호의 말투는 부드러웠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이 오히려 불길했다. 나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장난? 네가 선희 씨한테 우리 얘기를 했다고?"

준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냥... 걱정돼서. 민재, 너도 알잖아. 이 관계가 얼마나 위험한지. 수아 씨의 과거가 드러나면, 다들 다칠 거야."

수아가 준호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녀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준호 씨, 당신이 왜 이렇게 나서는 거예요? 민재한테 조언하러 온 거 아니었어요?"

준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조언? 맞아. 그런데 때로는 진실을 알려주는 게 더 나은 조언이지. 수아 씨, 민호가 왜 여기 나타났는지 진짜 이유, 말해줄까? 네가 아버지의 비서가 된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니잖아."

그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수아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녀의 손이 창틀을 움켜쥐었다.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나는 준호에게 다가가며 그의 팔을 잡았다. "그만해. 지금 여기서 그런 말을 할 때가 아니야."

준호가 내 손을 털어냈다. "민재, 너도 알아야 해. 수아 씨가 민호와의 관계를 숨긴 이유. 그게 네 가족과 연결돼 있다는 거. 아버지가 지은—아니, 수아를 데려온 진짜 목적 말이야."

선희가 그 말을 듣고 몸을 돌렸다. 그녀의 눈이 커졌다. "뭐라고? 그게 무슨 소리야, 준호?"

준호가 웃으며 한 걸음 물러섰다. "아, 이미 늦었나? 민재, 네 아버지가 수아를 비서로 쓴 건, 그녀의 과거를 이용하기 위해서였어. 민호가 그걸 폭로하려고 온 거고. 그리고... 수아 씨, 너도 민재의 진짜 정체를 모르는 거지?"

나는 숨이 막혔다. "무슨 정체?"

준호의 눈이 나를 향했다.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너는 태준이랑 진짜 형제도 아니야. 아버지가 입양한 거지. 그 사실을 숨기려고 수아를 끌어들인 거야. 수아 씨의 어머니가 그 비밀을 알고 있었거든."

수아의 무릎이 꺾였다.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빗소리가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선희가 준호를 노려보았다. "이게 다 무슨 헛소리야? 준호, 너 지금 우리를 갈라놓으려는 거야?"

준호가 손을 들며 말했다. "사실일 뿐이야. 이제 선택해, 민재. 수아를 지킬 건지, 아니면 가족의 비밀을 파헤칠 건지."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또 다른 그림자가 움직였다. 민호였다. 그는 손에 서류를 들고 서 있었다. 그의 미소가 어둠 속에서 번쩍였다. "늦었군. 하지만 이제 모든 게 드러날 거야."

민호가 서류를 흔들며 다가왔다. "이 안에 네 아버지가 수아를 왜 데려왔는지, 그리고 민재 네가 누구의 아들인지 다 적혀 있어. 읽어볼래?"

수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민호를 향했다. "그 서류... 어떻게..."

민호가 웃었다. "준호가 내게 준 거지. 이제 시작이야, 민재. 네가 선택할 순간이 왔어."

선희가 수아의 팔을 잡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수아의 몸이 완전히 굳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민호의 서류를 바라보았다. 그 종이 한 장이 내 모든 것을 뒤흔들 것 같았다. 빗소리가 점점 더 세차게 창문을 때렸다. 그리고 문 너머로 아버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다들 어디 있는 거지?"

그 소리가 복도를 타고 다가오는 순간, 모두의 시선이 내게 집중됐다. 다음 순간이 무엇을 가져올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