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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28화: 심장이 먼저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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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의 입에서 한 마디가 떨어졌다.

"데려와."

그게 전부였다. 두 글자. 그런데 그 두 글자를 들은 세렌의 얼굴이, 시아가 지금껏 본 어떤 표정과도 달랐다. 두려움이 아니었다. 동정에 가까운 것이었다. 근위대장이 자신의 황제를 올려다보며 잠깐, 딱 한 순간,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다물었다. 그리고 고개를 숙였다.

"예, 폐하."

발소리가 멀어졌다. 문이 닫혔다.

방 안에는 시아와 카이로스만 남았다.

황제가 돌아서지 않았다. 문을 등지고 선 채로, 닫힌 문판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 등이 — 낮에도, 어젯밤에도, 조금 전에도 보았던 그 넓은 등이 — 이번에는 무언가 다른 방식으로 굳어 있었다. 단단한 것이 부서지기 직전의 형태. 버티는 것과 무너지는 것의 경계에 선 형태.

시아는 숨을 죽였다. 발끝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나가라고 했을 때 나갔어야 했다."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방 안을 가로질렀다. 낮고 건조했다. 분노도 아니고 질책도 아니었다. 그저 사실을 진술하는 것처럼. 그러나 그 안에 무언가가 숨어 있다는 것을 시아는 알았다. 말의 껍데기 안쪽에 숨겨진 것. 이름 붙이기 어려운,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것.

"그렇게 했다면 지금쯤 이 방 안에 있는 것들을 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저는——"

"황태자가 내 경호대원 하나를 죽였다."

그 말이 시아의 입을 막았다. 카이로스가 느릿하게 몸을 틀었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시아의 가슴 어딘가가 오그라드는 것 같았다. 분노는 없었다. 슬픔도 없었다. 있어야 할 것들이 모두 사라진 자리에, 그보다 훨씬 무거운 것이 남아 있었다. 어떤 이름으로도 담을 수 없는 무게.

"그 아이는 열아홉이었다."

황제의 눈이 시아의 어딘가를 관통하는 것 같았다. 시아를 보는 것도 아니었고, 시아 너머의 무언가를 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 바라보는 것.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눈으로.

"이름이 단이었다."

시아의 눈에 열기가 몰렸다. 참으려 했다. 참아야 했다. 지금 자신이 울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목구멍이 좁아지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폐하."

"황태자를 이쪽으로 데려오게 했다."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다시 평평해졌다. 아까의 그 짧은 틈이, 이름 하나를 발음하는 동안만 열렸다가 다시 닫힌 것처럼.

"네가 그 자리에 있으면 곤란하다."

"예."

"그런데도 나가지 않을 것이냐."

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를 보았다. 카이로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시아를 읽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무언가를 막으려는 것인지. 두 가지가 동시에 느껴졌다.

"……폐하께서 허락하신다면."

"내가 허락한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

"그렇습니다."

"——."

침묵이 길었다. 카이로스의 시선이 시아의 얼굴 위에 머물렀다. 시아는 시선을 내리지 않았다. 도망치지 않았다. 아까부터 계속 도망치지 않았다. 그게 황제에게 어떻게 읽히는지는 몰랐지만, 지금 이 순간 발을 떼는 것은 — 무언가를 포기하는 것 같았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다는 감각은 분명했다.

"벽 안쪽에 서 있어라."

카이로스가 먼저 시선을 거뒀다.

"보이지 않는 곳에. 소리도 내지 마라."

시아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예, 폐하."

---

황태자 이준이 들어온 것은 그로부터 삼십여 분이 지난 뒤였다.

시아는 침실 안쪽, 두꺼운 휘장 뒤에 서 있었다. 카이로스가 가리킨 자리였다. 등이 벽에 닿아 있었고, 두 손은 자연스럽게 가슴 앞에 맞잡혀 있었다. 휘장의 천 사이로 빛이 가늘게 새어 들어왔다. 방 안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소리는 들렸다. 발소리, 갑주 소리, 문이 열리고 닫히는 소리.

그리고 목소리.

"형님."

이준의 목소리였다. 시아가 한두 번 들은 적 있는 그 목소리. 부드럽고 낮았다. 그러나 그 부드러움 아래에 항상 무언가 다른 층이 깔려 있었다. 지금은 그 층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기름 위에 물이 떠 있는 것처럼 — 섞이지 않는 두 가지가 같은 표면에 공존하는 것처럼.

"앉아라."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명령이었다. 형이 동생에게 말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 앉겠습니다."

발소리가 움직였다. 의자가 끌리는 소리가 났다.

잠시의 침묵.

"동쪽 회랑에 사람을 두었느냐."

"무슨 말씀이신지."

"문장을 다시 듣고 싶다면 들려주지. 동쪽 회랑. 야간 순찰 경로. 매복. 네가 알고 있느냐는 것이다."

"……형님은 늘 그러셨습니다. 증거도 없이 결론부터 내리시는."

"경호대원 하나가 죽었다."

이준이 대답하지 않았다.

시아의 등이 벽에 더 바싹 붙었다. 숨을 고르게 유지하려 했지만, 공기가 목에 걸리는 것 같았다. 휘장 너머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답답하게 느껴졌다. 소리만으로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리고 그 그림이, 시아가 바라는 것보다 훨씬 어두웠다.

"이름이 단이었다. 열아홉이었어."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아까와 달랐다. 여전히 낮고 평평했지만, 그 안에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아주 조금. 침전된 것처럼 바닥에 가라앉아 있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는 것.

"…… 제가 했다면."

이준이 입을 열었다.

"증명할 수 있으시겠습니까."

"증명."

카이로스가 그 단어를 되받았다. 웃지 않았는데, 목소리 안에 웃음과 비슷한 것이 섞여 있었다. 차갑고 날이 선 웃음.

"아직도 그 수를 쓰는구나."

"형님이 저를 몰아붙이려 하신다면, 저도 방법을 택하겠습니다."

"방법을."

"예."

의자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가 — 멈췄다.

"형님이 그 황후를 들여놓기 전까지는."

이준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낮아짐이 협박에 가까웠다.

"궁 안에 형님 편이 더 많았습니다."

시아의 손가락이 서로를 더 세게 감쌌다. 손바닥에 땀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자기 이름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황후라는 호칭이었다. 그러나 그 두 글자가 방 안에 떠돌면서, 시아는 자신이 이 대화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휘장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 이미, 처음부터 그 안에 있었다는 것을.

"그 여자는 무엇입니까, 형님."

이준의 물음이 달라졌다. 협박이 걷히고 다른 무언가가 드러났다. 그것이 무엇인지, 시아는 이름을 붙이기가 어려웠다. 진심인지, 계산인지. 혹은 둘 다인지.

"평민 출신 황후. 귀족들이 코웃음을 칩니다. 폐하의 권위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걸 모르시진 않겠지요."

침묵.

"모르지 않는다."

카이로스의 목소리였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나."

황제의 목소리가 이준의 말을 잘랐다. 날이 선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한 것이었다. 날이 없어도 관통하는 종류의 무언가.

"그것이 네가 내 경호대원을 죽여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긴 침묵이 내려앉았다.

"……."

"이준."

카이로스가 처음으로 이름을 불렀다. 황태자도, 전하도 아닌. 이름. 시아의 목이 다시 좁아지는 것 같았다. 그 한 글자 안에 들어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 무게를 방 안에서 느끼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눌렸다.

"네가 원하는 것이 황위라면."

"……."

"내게 달라고 해라."

이준이 대답하지 않았다. 발소리가 들렸다. 가까워지는 것도 멀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제자리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 소리였다.

"……그렇게 쉽게 주실 겁니까."

"쉽지 않다."

"그럼."

"그러나 피를 쓰는 것보다는 쉽다."

또 침묵이었다. 이번에는 더 길었다. 시아는 숨을 참다가 조금씩 내쉬었다. 두 남자의 침묵 사이에서, 방 안의 공기가 여러 층으로 쌓이는 것 같았다.

"……나가겠습니다."

이준이 말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형님."

"한 가지만."

발소리가 멈췄다.

"다음에 내 사람에게 손을 대면."

카이로스의 목소리에서 처음으로 열기가 느껴졌다. 차가운 열기였다. 냉기가 타오르는 것처럼 — 말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그러나 분명하게 피부 위로 전해지는 온도.

"황태자의 자리도 없다."

발소리가 다시 움직였다. 문이 열렸다. 닫혔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

시아가 휘장 밖으로 나온 것은 한참이 지난 뒤였다.

카이로스는 창가에 서 있었다. 또 그 자리였다. 등을 보이고, 밤을 향해. 그러나 이번에는 어딘가가 달랐다. 어깨선이, 목의 각도가 — 이전보다 몇 도쯤 낮아져 있었다.

시아가 다가갔다. 조심스럽게. 발소리를 죽이지는 않았다. 들리게 걸었다. 카이로스가 돌아보지 않았지만, 자신이 거기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었다.

"폐하."

"들었겠구나."

"예."

"어디까지."

"처음부터."

짧은 침묵이 지나갔다.

"……그런데도 서 있느냐."

"예."

카이로스가 창틀에 얹었던 손을 내렸다. 몸을 틀어 시아를 마주 보았다. 촛불이 그의 얼굴 한쪽을 비추고, 나머지 반을 그늘 속에 두었다. 빛과 그림자가 똑같이 나뉜 얼굴. 그 경계선이, 시아가 이 남자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 안에 있었던 무언가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 같았다.

"무섭지 않느냐."

"무엇이요."

"이 자리. 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시아가 대답하기 전에, 카이로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황태자의 말이 틀리지 않다. 네가 여기 있음으로 해서 귀족들이 흔들린다. 폐하의 권위가 흔들린다고."

"그것이 폐하의 뜻이시라면."

"그게 아니라."

카이로스가 말을 잘랐다. 다음 말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렸다. 황제가 말을 고르는 것을 시아는 지금껏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분명히 그렇게 하고 있었다.

"네가."

"예."

"위험하다는 것이다."

시아의 심장이 한 박자 멎었다가 다시 뛰었다.

"폐하를 곁에서 보필하는 것이 위험하다면——"

"그런 말이 아니다."

카이로스가 시아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 눈빛이 아까와 달랐다. 황제의 눈이 아니었다. 황제라는 이름 아래에, 그 이름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을 눈빛. 시아가 처음부터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꼈던, 그러나 이름을 붙이지 못했던 것.

"네가 여기 있으면."

한 음절씩, 천천히.

"내가——"

바로 그때였다.

문이 다시 열렸다.

세렌이 아니었다. 시아가 본 적 없는 인물이었다. 검은 복장. 궁정 내위도, 근위대도 아닌. 얼굴의 반이 두건으로 가려진 채로, 그 인물은 문을 열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카이로스를 향해 무언가를 내밀었다.

종이였다. 작고 접힌, 봉인된 종이.

카이로스의 눈빛이 그것을 보는 순간 — 변했다. 시아가 오늘 밤 그에게서 본 어떤 표정과도 다른 변화였다. 아주 짧은 순간, 눈 안에서 무언가가 지나갔다. 놀람과 경계가 뒤섞인 것. 황제가 그런 눈을 한다는 것이, 그것 자체가 시아에게 경보처럼 울렸다.

그가 종이를 집어 들었다. 봉인을 뜯었다. 읽었다.

한 줄이었을 것이다. 길어야 두 줄. 그러나 그것을 읽는 동안 카이로스의 몸이, 조금 전 이준을 상대할 때와도 달라졌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종이가 구겨졌다. 시아의 눈에 그 구겨지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황제가 천천히 종이를 내렸다.

그리고 시아를 보았다.

그 눈빛이 — 시아의 발이 바닥에 박히게 만들었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도망치고 싶다는 것도, 다가가고 싶다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 눈빛 앞에서, 심장이 무언가를 먼저 알아채고 있었다. 머리보다 빠르게. 이름보다 빠르게.

카이로스가 입을 열었다.

"오지은."

시아는 숨을 들이켰다.

황제가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성과 이름을 붙여서. 처음이었다. 한 번도 그렇게 부른 적이 없었다. 황후라고도, 시아라고도 아닌. 이름. 이름만.

그 한 마디가 방 안의 공기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네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느냐."

시아의 세계가 멈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