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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27화: 불꽃 속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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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의 입에서 나온 두 글자가 방 안의 공기를 박살냈다.

황태자.

그 이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카이로스가 움직였다. 침실 안쪽에서 문 앞까지의 거리를 세 걸음으로 가로질렀다. 망토도, 검도 없이. 맨손으로. 그런데도 그 움직임 앞에서 시아는 본능적으로 한 발짝 옆으로 비켰다. 황제의 몸에서 무언가가 발산되고 있었다. 열기도 냉기도 아닌, 그러나 피부 위로 느껴지는 날카로운 압력.

"자세히."

카이로스가 세렌의 앞에 멈춰 섰다. 세렌이 바닥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 눈 안에 들어 있는 것이 단순한 보고의 긴장감이 아니라는 것을, 시아는 방 한켠에서 보면서도 알아챘다.

"황태자 전하께서 동쪽 회랑에 매복을 두셨습니다. 폐하의 야간 순찰 경로를 — 미리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피해는."

"근위대 셋이 쓰러졌습니다. 둘은 숨이 붙어 있고 하나는……."

세렌이 말을 잇지 못했다. 목소리가 끊어지는 자리에서 시아의 손가락이 저도 모르게 자신의 소매를 쥐었다.

"하나는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침묵.

카이로스의 얼굴에서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게 오히려 무서웠다. 분노도, 동요도, 슬픔도 — 그 어떤 것도 표면에 남기지 않는 사람. 그러나 그의 손이 문틀을 짚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힘이 들어간 채로.

"황태자의 위치는."

"모릅니다. 매복자들은 전원 함구하고 있으며, 황태자 전하의 처소는 — 비어 있습니다."

그 마지막 말이 떨어지는 순간, 카이로스가 방에서 나섰다.

"폐하!"

시아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황제가 멈추지 않았다. 복도로 나서는 그의 발걸음은 일정하고 단호했다. 세렌이 벌떡 일어나 뒤를 따랐다. 시아는 그 자리에서 반 박자 굳어 있다가, 이내 두 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자신도 몰랐다. 따라가면 안 된다는 것을, 지금 저 사람의 뒤를 쫓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그럼에도 발이 멈추지 않았다.

복도는 어두웠다.

궁 전체가 야밤이었지만, 평소와 다른 어둠이었다. 벽에 걸린 횃불 하나가 꺼져 있었다. 바닥에 모래 먼지가 흩어져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은 먼지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지나간 흔적, 그것도 급하게, 여럿이. 시아의 심장이 목구멍 아래에서 뛰었다.

카이로스가 걷는 동안 세렌이 나지막이 보고를 이었다.

"매복에 사용된 독은 저희가 처음 보는 종류입니다. 맞은 사람의 의식을 — 잠시 박탈시키는 방식이었고, 해독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되지 않았습니다."

"마법."

카이로스가 한 마디를 뱉었다. 세렌이 잠깐 침묵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아의 발이 한 박자 느려졌다.

마법. 이 궁 안에서, 황태자와 함께, 마법이 쓰였다.

금기. 이 나라에서 마법은 금기였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황족이든 아니든 — 마법을 사용한 자는 반역죄와 동등하게 취급받았다. 시아는 그것을 알고 있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 앎이, 지금 이 순간, 전혀 다른 무게로 가슴을 짓눌렀다.

카이로스가 방향을 바꿨다.

동쪽 회랑이 아니었다. 더 깊은 안쪽. 황실의 기록 보관실이 있는 방향이었다.

"폐하, 그쪽은——"

"알고 있다."

세렌이 입을 다물었다.

시아는 따라가면서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복도 끝을 바라보았다. 동쪽 회랑으로 이어지는 방향. 쓰러진 근위대원들이 있는 곳. 돌아오지 못했다는 한 사람이 있는 곳. 손가락 끝이 차가워졌다.

기록 보관실의 문 앞에, 두 명의 근위병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들이 황제를 보고 무릎을 꿇었다. 카이로스가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시아의 코를 먼저 건드린 것은 낡은 양피지와 먹의 냄새였다. 다음은 — 기름 냄새. 등잔기름이 아니었다. 더 진하고, 더 위험한 냄새.

"누군가 이미 다녀간 것입니다."

세렌이 낮게 말했다.

서가 사이로 들어가 보니 바닥에 작은 병 하나가 굴러 있었다. 내용물이 반쯤 쏟아진 채로. 카이로스가 그것을 들어 확인하는 동안 시아는 서가를 훑었다. 뭔가 이상했다. 책들이 뽑혀 있었다. 아무렇게나가 아니었다. 특정 부분만. 선택적으로.

"폐하."

시아가 불렀다. 카이로스가 고개를 돌렸다.

"이쪽 서가입니다. 황실 혈통 기록과 — 봉인 문서 구역입니다."

황제와 세렌이 동시에 그쪽으로 이동했다. 빠져나간 서류들의 빈자리가 검은 구멍처럼 서가 사이사이에 나 있었다. 카이로스가 손가락으로 빈 자리의 라벨을 짚어 내려갔다. 그의 손가락이 한 곳에서 멈췄다.

잠시였다. 그러나 시아는 보았다.

황제의 손가락이 그 라벨 위에 닿은 채로, 미세하게 — 아주 미세하게 — 떨렸다.

"세렌."

"예."

"이 문서가 마지막으로 열람된 기록이 언제냐."

세렌이 문 쪽을 향해 다른 근위병을 불렀다. 잠시 후 대답이 돌아왔다.

"삼 년 전입니다, 폐하. 선황 폐하 재위 말기에 한 차례 열람되었고, 이후로는 봉인 상태였습니다."

카이로스가 몸을 세웠다. 서가에서 손을 떼면서. 그 움직임이 너무 빠르고, 너무 정리된 방식이어서 시아는 오히려 더 어떤 확신을 가졌다.

저 문서 안에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황태자는 그것을 가져갔다.

"오늘 밤 기록 보관실 출입자 전원을 확인하고, 동쪽 회랑 매복자들은 분리 구금한다."

"예."

"황태자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해라. 궁 밖으로 나간 흔적이 있으면 즉시 나에게 보고하고, 동선이 확인되는 즉시 — 막아라."

세렌이 일어서서 나갔다. 근위병들이 뒤를 따랐다.

기록 보관실에 카이로스와 시아 단둘이 남았다.

등잔 하나가 켜져 있었다. 그 불빛이 좁고 높은 서가들 사이에서 흔들렸다. 시아는 카이로스의 옆모습을 보았다. 그가 텅 빈 서가의 한 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너무 오래 한곳에 머물렀다. 뭔가를 보는 눈이 아니라, 뭔가를 견디는 눈이었다.

"폐하."

시아가 낮게 불렀다. 카이로스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문서가 무엇인지 — 제가 알아도 되는 것입니까."

"아니다."

망설임이 없었다. 그러나 그 '아니다'의 질감이 이전과 달랐다. 거부가 아니었다. 차단이었다. 자신을 향한.

시아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황태자 전하께서 그것을 가져갔습니다."

"알고 있다."

"그렇다면 폐하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하는 이미 알고 있다는 뜻입니다."

카이로스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등잔 불빛 안에서, 황제의 얼굴이 빛과 그늘로 나뉘어 있었다. 반은 밝고 반은 어두운, 그 경계선이 코끝을 가로질렀다. 그의 눈이 시아를 훑었다. 위에서 아래로, 다시 위로. 평가가 아니었다. 재는 것이었다. 이 여자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얼마나 더 알아도 되는지.

"너는 기록 보관실의 라벨을 읽을 줄 아는가."

"……배웠습니다."

"어디서."

"어릴 때. 읽을 수 있으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된다고 배웠습니다."

카이로스의 눈이 좁아졌다. 그 좁아짐 안에 질문이 들어 있었다. 그러나 그가 그 질문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시아도 설명하지 않았다.

"그 봉인 구역의 문서는."

황제가 천천히 말하기 시작했다.

"이 제국의 혈통 계보에 관한 것이다."

"황실의."

"그뿐만이 아니다."

침묵.

시아의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소매 안으로 말려들었다. 손끝이 차가웠다.

"이 나라에서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들은 — 우연히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특정한 혈통에서 나온다. 그것이 기록되어 있다. 어느 가문에서, 얼마나 오래 전부터, 그 피가 흘렀는지."

말이 끊겼다.

카이로스가 다시 빈 서가를 바라보았다.

"황태자가 그것을 가져갔다는 것은 — 단순한 반란 준비가 아니다."

"누군가를 찾으려는 것입니까."

황제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시아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

찾는다. 황태자가 찾는다. 마법의 혈통을 가진 누군가를. 그리고 그것이 그저 학술적인 관심이 아니라는 것도, 지금 카이로스의 눈빛에 새겨진 무게가 말해주고 있었다. 황태자가 그 사람을 찾으면 — 그 사람을 이용할 것이다. 아니면.

아니면.

"나가라."

카이로스가 말했다.

이번에는 다른 의미의 나가라였다. 시아는 알아챘다. 내쫓는 것이 아니었다. 내보내는 것이었다. 이 방에, 이 이야기 안에 오래 있게 하고 싶지 않다는, 그 이상하고 낯선 것.

"폐하."

시아가 발을 옮기지 않았다.

"저는 — 안전한 곳에 있겠습니다."

카이로스의 눈이 그녀를 향했다.

"그러나 만약 황태자 전하가 찾는 것이 저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녀의 목소리가 한 박자 낮아졌다.

"저는 알아야 합니다."

기록 보관실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등잔이 흔들렸다. 바람이 어디선가 든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 사이의 어떤 것이 공기를 움직인 것인지.

카이로스가 한 발짝 그녀 쪽으로 걸어왔다.

한 발짝.

그것만으로 거리가 좁아졌다. 서가 사이의 좁은 통로에서 두 사람 사이에 남은 간격은 손 하나를 뻗으면 닿을 거리였다. 그의 눈이 시아를 내려다보았다. 그 시선이 아까 처소에서 손목을 잡던 것과, 창가에서 등을 보이던 것과, 지금 이 어둠 속에서 빈 서가를 바라보던 것이 모두 겹쳐져 있었다.

"네가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낮고 조용한 목소리였다.

시아가 대답하지 않았다.

황제의 눈이 좁아졌다. 그 좁아짐 안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날카로운 빛이 움직였다.

"오지은."

처음이었다. 황제가 그녀를 이름으로 불렀다. 성도 없이. 직책도 없이.

그 두 글자가 공기 속에 남아서 지워지지 않았다.

시아의 가슴 안에서 무언가가 조여들었다. 두 손이 소매를 더 세게 쥐었다. 그의 눈이 너무 가까웠다. 그 눈 안에 있는 것이 의심인지, 두려움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것인지 — 시아는 지금 구분할 수 없었다.

"네 과거를 —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 물음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 밖에서 소리가 들렸다.

발소리가 아니었다. 더 낮고, 더 땅에 가까운 소리. 진동. 건물이 흔들리는 것 같은, 그러나 그것보다 더 예리하게 뼈를 울리는.

등잔이 꺼졌다.

어둠이 쏟아졌다.

그리고 카이로스의 손이 시아의 팔을 낚아챘다.

서가 사이, 벽 쪽으로. 몸을 밀어붙이듯 당기며. 그의 다른 손이 허리춤의 단검을 뽑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날카롭게 울렸다. 차가운 금속의 숨소리.

기록 보관실의 문이 열렸다.

빛도 없이. 발소리도 없이.

그냥 — 열렸다.

시아는 숨을 참았다. 카이로스의 손이 그녀의 팔을 쥔 채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체온이 느껴졌다. 서늘하리라 생각했는데 따뜻했다. 그 온기가 — 지금 이 순간 가장 무서운 것이었다.

문 앞에 선 그림자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촛불 하나도 없는 어둠 속에서, 그 사람의 얼굴이 보일 리 없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들렸다.

"오래 기다렸습니다, 오라버니."

황태자 이준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 뒤에, 아주 낮게, 다른 무언가가 섞여 들어왔다. 불이 타오르는 소리. 복도 어딘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황제의 손이 시아의 팔을 더 세게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