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서하의 직업은 경매사다. 엄밀히 말하면 유품 경매사. 사망자 가족이 정리하지 못한 물건들을 넘겨받아 경매에 부치는 일이다. 물건마다 이야기가 있고, 이야기가 값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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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어온 물건 중 하나는 1960년대식 진공관 라디오였다. 이름도 주소도 없는 무명 의뢰인이 놓고 간 것이었다. 전원 코드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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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 추정 1963년, 상태 양호... 코드가 없네. 데코 용도로만 쓰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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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혼자 남아 목록을 정리하던 오후 열 시, 라디오에서 소리가 났다. 직직거리는 잡음이었다. 서하는 손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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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이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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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 사이로 목소리가 들렸다. 나이 든 남자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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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는 뒤로 물러섰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장난감인가. 숨겨진 스피커인가. 라디오를 뒤집어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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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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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디오 주인이요. 아직... 할 말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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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는 물건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직업이었다. 하지만 이건 달랐다. 죽은 사람이 직접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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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할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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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라디오엔 제 딸이 있어요. 제가 죽기 전에 넣어뒀어요. 찾아줘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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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음이 다시 커졌다. 목소리가 멀어졌다. 라디오는 그냥 낡은 물건이 됐다. 서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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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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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하는 라디오를 목록에서 지웠다. 판매 불가. 그리고 무명 의뢰인의 정보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이름도 주소도 없었지만, 물건에는 반드시 흔적이 남는 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