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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19화: 늑대의 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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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아귀가 찢겨 나간 문틈으로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영혼을 긁어내는 듯한 불협화음, 살아있는 모든 것의 생기를 빨아들이는 음파의 칼날이었다. 오두막 안의 희미한 불빛이 그 기괴한 형체를 비췄을 때, 나는 내 생에서 처음으로 순수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인간도, 짐승도 아니었다. 썩어가는 시체 위에서 피어난 거대한 거미처럼, 뒤틀린 여덟 개의 다리가 삐걱거리며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늑대의 두개골을 가진 머리에는 여섯 개의 붉은 눈이 보석처럼 박혀, 어둠 속에서 탐욕스러운 빛을 발했다. 역겨운 점액질이 턱에서부터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며 얼어붙은 흙바닥을 지글거리며 녹였다.

“그림자 사냥개….”

내 앞을 막아선 카엘이 으르렁거렸다. 그의 목소리에는 경악과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 그는 단검을 고쳐 쥐었지만,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게 흔들렸다. 그의 체력은 이미 바닥이었다. 저 괴물의 상대가 될 리 없었다.

사냥개의 여섯 눈동자가 우리를 훑었다. 잠시 나에게 머무는가 싶더니, 이내 카엘에게로 고정되었다. 놈의 목표는 내가 아니었다. 이전 주인이었던 카엘, 그리고 그에게서 낙인을 빼앗아간 나. 우리 둘 모두였다.

크르르르….

목구멍 깊은 곳에서부터 들끓는 소리와 함께 놈이 한 발짝 안으로 들어섰다. 썩은 가죽과 피비린내가 뒤섞인 악취가 코를 찔렀다. 나는 뒷걸음질 치다 벽에 등이 부딪혔다. 도망칠 곳은 없었다. 이 좁은 오두막은 우리의 무덤이 될 터였다.

“전하, 내가 놈의 시선을 끄는 동안… 창문으로….”

“입 다물어.”

나는 그의 말을 잘랐다. 그의 어깨 너머로, 활활 타오르는 벽난로의 불길과 그 옆에서 아슬아슬하게 오두막을 지탱하고 있는, 굵게 금이 간 대들보가 눈에 들어왔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계산이 머릿속을 스쳤다. 승산 없는 싸움이라면, 판 자체를 엎어버려야 했다.

“카엘, 저 대들보가 보이는가?”

나는 턱짓으로 벽난로 옆을 가리켰다. 그는 내 의도를 즉시 알아차린 듯, 잿빛 눈동자를 가늘게 떴다. 그것은 미친 짓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길이었다.

“내가 신호를 보내면, 남은 힘을 전부 끌어모아 저것을 쳐. 그리고 무조건 내 뒤로 뛰어.”

“하지만 전하!”

“명령이야!”

내 외침은 오두막을 울렸다. 우리의 대화를 이해하지는 못했겠지만, 사냥개는 우리가 무언가 꾸미고 있음을 직감한 듯했다. 놈이 낮게 포효하며 우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그 거대한 몸집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였다.

나는 몸을 날려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장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바닥이 타들어 가는 끔찍한 고통이 느껴졌지만,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리고 내 앞을 가로막는 카엘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불타는 장작을 사냥개의 얼굴을 향해 힘껏 휘둘렀다.

치이이익!

놈의 붉은 눈 하나가 터져나가며, 살점이 타는 끔찍한 소리와 함께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놈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휘둘렀다. 날카로운 발톱이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드레스가 찢어지고 살갗이 벗겨져 나가는 격통에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지금!”

내 절규와 동시에, 카엘이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짜 단검을 쥔 주먹으로 대들보의 균열을 내리쳤다. 쩍, 하고 나무가 쪼개지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그는 비틀거리며 내 팔을 잡아챘고, 우리는 미친 듯이 오두막의 유일한 창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우리가 낡은 창틀을 부수고 눈밭 위로 굴러떨어지는 것과, 오두막 전체가 굉음을 내며 무너져 내리는 것은 거의 동시였다. 불길이 지붕을 집어삼키고, 거대한 대들보가 그림자 사냥개를 그대로 덮쳐버렸다. 놈의 마지막 단말마가 불길 속에서 울려 퍼졌지만, 이내 모든 소리는 화염이 장작을 집어삼키는 소리에 묻혀버렸다.

나는 차가운 눈밭에 엎드린 채, 불타는 오두막을 망연히 바라보았다. 살아남았다는 안도감보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공허함이 더 컸다. 어깨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하얀 눈을 붉게 물들였다.

“일어나셔야 합니다, 전하. 연기를 보고 다른 놈들이 몰려올 거요.”

카엘이 피를 토하는 소리를 내며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얼굴은 잿빛으로 변해 있었고, 입술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는 한계였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신감에 할퀴어진 마음과 육체의 고통이 뒤섞여, 차라리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는 충동마저 일었다.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마리아. 그 이름이 혀끝에서 독처럼 맴돌았다. 그녀의 상냥한 미소, 따뜻한 손길, 걱정 어린 눈빛. 그 모든 것이 거짓이었다. 나를 향한 모든 위로와 격려는, 나를 제단으로 이끄는 주술사의 달콤한 속삭임에 불과했다. 이전 생의 나는 어리석었고, 이번 생의 나는 더 어리석었다. 회귀는 나에게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했다.

“전부… 당신 때문이야.”

증오에 찬 목소리가 내 입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비틀거리는 카엘의 멱살을 잡았다. 그럴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지만, 필사적이었다.

“당신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당신이 내게 접근하지 않고, 내게 이 저주를 떠넘기지 않았더라면! 나는… 나는 내 사람들을 의심하지 않아도 됐어! 아무것도 모른 채, 내 복수에만 집중할 수 있었단 말이다!”

내 비난에, 그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의 잿빛 눈동자는 그저 깊은 슬픔에 잠겨 나를 담을 뿐이었다. 그 연민 어린 시선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우는 건 나중에 하시오, 전하. 지금 울면 눈물마저 얼어붙을 테니.”

그의 메마른 위로는 칼날이 되어 내 심장을 찔렀다. 나는 힘없이 손을 떨어뜨렸다. 맞았다. 울 시간조차 없었다. 우리는 다시 도망쳐야 했다. 목적지도, 희망도 없는 길 위로.

밤새도록 우리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산길을 걸었다. 더 이상 대화는 없었다. 서로의 거친 숨소리와 눈을 밟는 소리만이 유일한 소음이었다. 카엘의 상태는 눈에 띄게 악화되었다. 그는 몇 번이나 쓰러졌고, 그때마다 나는 그를 거의 끌다시피 일으켜 세웠다. 그가 죽으면 나도 죽는다는 단순한 생존 본능 때문이었다. 혹은, 그에게서 들어야 할 진실이 아직 남아있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동이 틀 무렵, 우리는 마침내 산맥의 능선에 다다랐다. 지평선 너머로 붉은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여명을 등지고, 거대한 산맥의 품 안에 안긴 채 안개에 둘러싸인 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계곡은 마치 세상과 단절된 것처럼 고요했고, 그 중심부에는 희미하게 모닥불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수십 개의 연기 기둥이었다.

“저긴….”

“북방의 유목민, ‘회색 늑대’들의 겨울 야영지다.”

카엘이 속삭이듯 말했다. 그의 눈에 처음으로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복잡한 빛이 떠올랐다.

“그들은 제국에도, 북부 영주들에게도 속하지 않은 자들이오. 오직 힘과 약속만을 믿지. 그들을 통과하지 않고서는 침묵의 현자의 탑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없소.”

“그들이 우리를 도와줄까?”

“그들은 아무도 돕지 않아. 특히 제국 황족은 더더욱. 하지만… 그들의 족장과는 오래된 빚이 있지. 그 빚을 이용해 길을 열어달라 청해 볼 수는 있을 거요.”

그의 말은 또 다른 도박이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우리는 비탈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계곡으로 내려갔다. 가까워질수록 가죽과 동물의 뼈로 만들어진 천막들, 그리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뚜렷해졌다. 그들은 거칠고 야성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아이들조차 허리춤에 단검을 차고 있었고, 우리를 발견한 경비병들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우리가 야영지 입구에 다다르자, 십여 명의 전사들이 창을 들고 우리를 둘러쌌다. 그들의 적의에 찬 시선이 온몸에 와서 박혔다. 그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얼굴에 흉터가 가득한 거구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웬 놈들이냐. 여긴 네놈들 같은 남부 놈들이 발 디딜 곳이 아니다.”

카엘이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나는 그의 팔을 잡았다. 지금 그의 상태로는 위압감은커녕 동정심만 살 터였다. 나는 찢어지고 피투성이가 된 드레스를 입고 있었지만, 턱을 꼿꼿이 세우고 남자를 마주 보았다. 황녀로서의 위엄, 그것이 지금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나는 제국의 황녀, 릴리아 드 로젠하임. 너희의 족장, ‘은빛 갈기’ 울프가르를 만나러 왔다.”

내 당당한 선언에 전사들 사이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흉터 가득한 남자는 코웃음을 쳤다.

“황녀? 이런 누추한 꼴을 한 황녀가 어디 있단 말이냐. 목숨이 아까우면 썩 꺼져라. 족장님께서는 네년 같은 애송이를 만나주실 만큼 한가하지 않다.”

그의 모욕적인 언사에 피가 거꾸로 솟았지만, 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오히려,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내 목에 걸려있던, 유일하게 남아있던 어머니의 유품인 작은 펜던트를 풀어 보였다.

“이것을 그에게 보여줘라. ‘밤안개 숲의 약속’을 기억한다면, 그가 직접 나를 맞으러 나올 테니.”

‘밤안개 숲의 약속’. 그것은 카엘이 열에 들떠 중얼거렸던 단어 중 하나였다. 무슨 의미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그의 잠꼬대가 단순한 헛소리가 아니라, 과거의 편린이라는 것에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흉터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는 잠시 나를 의심스럽게 쳐다보더니, 이내 내 손에서 펜던트를 낚아채 다른 전사에게 건넸다.

“기다려라. 만약 네년이 감히 우리를 기만한 것이라면, 네년의 가죽을 벗겨 저기 장대에 걸어둘 테니.”

그는 살벌한 경고를 남기고, 우리를 포위한 채 기다렸다.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만약 카엘의 말이 그저 헛소리였다면, 우리는 여기서 끝이었다. 숨 막히는 침묵 속에서, 펜던트를 가지고 갔던 전사가 황급히 달려왔다. 그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그는 흉터 남자에게 무언가 속삭였다. 남자의 얼굴이 경악으로 굳어졌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나와 카엘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이내 마지못해 길을 열었다.

잠시 후, 야영지의 가장 큰 천막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는 중년의 나이였지만, 온몸의 근육은 단단한 바위 같았고, 허리까지 내려오는 은발은 사자의 갈기처럼 위엄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눈은 살아온 세월의 지혜와 무자비함을 동시에 담고 있었다. 그가 바로 ‘은빛 갈기’ 울프가르였다.

그는 천천히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시선은 나를 지나, 내 옆에서 간신히 서 있는 카엘에게로 향했다. 그리고 그의 입가에 춥고 잔혹한 미소가 걸렸다.

“이게 누구신가. 제국의 배신자이자, 죽은 줄로만 알았던 ‘검은 늑대’가 아닌가.”

그의 말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검은 늑대? 그가 카엘을 부르는 호칭은 명백히 그를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

울프가르는 비틀거리는 카엘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고는, 그의 잿빛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

“그런데 그 꼴은 뭐지? 황녀 나부랭이를 지키다 이 꼴이 된 건가? 네놈의 어미가 이 모습을 봤다면 무덤에서 통곡을 하겠군.”

그의 입에서 나온 ‘어미’라는 단어에, 카엘의 눈동자가 증오로 불타올랐다. 울프가르는 카엘을 경멸 어린 시선으로 내팽개치고는, 이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의 눈빛은 나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렸다. 마치 가축의 값을 매기는 듯한 오만한 시선이었다.

“그리고 너는, ‘밤안개 숲의 약속’을 입에 올릴 자격이 있는가?”

그는 내 손에 들린 펜던트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 담긴 위협은 칼날보다 날카로웠다. 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대답했다.

“자격은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약속의 무게가 판단하는 것이지.”

내 대답에, 울프가르의 눈이 흥미롭다는 듯 빛났다. 그는 한참 동안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상상치도 못했던 말을 내뱉었다.

“좋다, 약속은 약속이니. 너희를 탑까지 안내해주지. 하지만 공짜는 없다.”

그는 내 쇄골 아래, 드레스 찢어진 틈으로 희미하게 빛을 발하는 붉은 낙인을 정확히 가리켰다.

“저 저주받은 표식의 주인이 너라면, 너는 우리 부족에게 아주 쓸모 있는 제물이 될 수 있겠어. ‘정원의 저주’를 푸는 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