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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구름이 몰려오듯, 어둠이 성벽을 휘감았다. 사방은 고요했지만, 동요하는 마음속에서는 헐떡이는 소음이 들렸다. 나는 깨달았다. 이 순간이 가져다줄 의미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신경이 곤두선 가운데, 발밑에서부터 서서히 가슴으로 올라오는 감각이 있었다. 침묵 속에서도 명확히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이 세상의 경계 밖으로 나갈 순간은 이제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던 거지." 나는 입술을 굳게 깨물며 제안을 바라봤다. 그의 눈에는 결의가 빛나고 있었다. 우리 사이에 주고받는 믿음의 끈과 그로 인해 풀어져 갈진 그 모든 것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제안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둠 속에서 그의 얼굴은 만년설처럼 깎이고 조각된 것처럼 보였다. 그의 손은 무겁지만 따뜻했다. 흔들리지 않으려 애쓰는 그의 손끝에서부터 나는 위안을 얻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것도 있다." 나는 그의 손을 꼭 잡고 시선을 돌렸다. 방 끝에 금빛이 번뜩이는 순간, 그 안에서 거대한 날갯짓이 들려왔다. 마치 공기 중에서 성과 허위를 가르는 수루파처럼 날카로웠다.
그때였다. 갑자기 막힌 문이 쿵 하고 열리면서 차가운 바람이 휩쓸며 방 한편의 촛불이 휘어졌다. 그와 함께 팔걸이에 앉은 아리안이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어. 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먼 곳에서 온 것처럼 메아리쳤다.
"아리안, 왜?" 불안이 목에 걸려온 듯 나는 속삭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있었지만 그 안에 남은 고뇌가 깊게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엷은 웃음을 지어 보이며 덧붙였다.
"선택해야 할 때야, 세아. 모든 순간이 우리의 선택을 재촉하고 있어."
나는 그렇게 그녀를 더 이상 무어라 할 수 없었다. 아리안의 눈빛은 변함없으면서도 초조함을 담고 있었다. 그 사이, 제안의 목소리가 기운을 내며 울렸다.
"공간이 흔들리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든 확실히 해야 한다." 그의 한말씀에 아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을 둘러싸는 검은 기운 속에서, 그는 한 걸음 나섰다.
"준비되었다면, 이 길로 나아갈 수 있어." 그의 목소리는 강했고 그 안에는 자신감이 깃들었다. 더 이상 망설임 없이 손끝이 부딪히며 조각조각 엮인 운명이 하나로 합쳐졌다.
갑작스러운 충돌음이 귀를 찢었다. 눈부신 빛에서 폭발적인 힘이 깃들며, 벽이 무너지듯 쏟아지며 핏물이 하늘을 휘감아청 혼란을 가중시켰다.
제안은 나를 끌어안았고, 나는 그 순간 다시 한번 그의 등 뒤에서 견디며 다시 긴장을 풀었다. 그런 가운데, 불길한 그림자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끝인가요?" 나는 조용히 속삭였다. 하지만 그의 손안에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리안 역시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 그의 목소리는 굳세었다. "이제 시작이야."
그날 밤, 서리가 내려앉은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우리는 새로운 전쟁의 무대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나는 그를 믿었다.
우리가 결정한 모든 것이 어떤 가치로 변하든 간에, 남은 것은 오로지 이 선택이 담고 있을 미래였다. 무언가의 살 바람이 지나갔고, 그 안에서 한가지 확실해졌던 것, 그 시작점에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 순간, 수수께끼 같은 목소리가 허공을 가르며 울렸다. 잔악한 미소와 함께 날카로운 검의 섬광이 בלתי 피할 듯 덧칠해지는 가운데, 또 다른 그림자가 우리를 향해 발길을 내딛고 있었다.
"예상만이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회색의 그림자, 마치 염화 속에서 솟아나듯 그 모습은 불쑥 떠올랐다. 불현듯 나타난 인물에 당혹한 표정으로 그를 둘러싼 순간, 그의 귀를 찢는 울림으로 인해 방은 그 순간 삼켜질 듯했다.
그때 느껴지는 모든 것이 여전히 고동치고 있었다. 그래서 모두 알게 된 것처럼, 그 직전의 순간에서, 그 다음이 무엇인지 꾸준한 길이 되어야만 했다.
"사랑과 전쟁, 그 사이에 진정한 대답은 무엇일까?" 이 모든 사건 배후에서 감춰져 있던 진실의 브루투스가 진지함을 품은 포효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바로 날이었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에서 이 모든 것이 과연 어디로 가는 것인지..." 국제컨트롤센터의 빛에는 어떤 비밀이 있을까? 모든 갈등을 해소하지 않은 채로 다음화는 여기서 끝낸다. 누군가의 결정이 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