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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아, 우리가 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제안의 목소리는 흔들리는 토양 위에서 서 있는 듯, 불안한 균형을 잡고 있었다. 성벽의 빼곡한 돌 틈새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들며, 우리의 등 뒤에서 문이 철컹 소리를 내며 닫혔다.
"모두 시작된 것이 맞나요, 폐하?" 나는 그의 손을 붙들고 묻지 않은 질문을 던졌다.
"그렇고, 또 아닐 수도 있어요." 제안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혼란의 중심 속에 서 있는 우리의 모습을 곱씹고 있었다. "다만 결과만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죠."
벽뒤로 흘러가는 액체 소리가 났다. 복도 끝에 있는 요염한 빛은 여전히 멀리서 변함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순간, 벽에 부딪힌 메아리가 우리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아리안의 목소리가, 마치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왔다. "세아, 언제나 그렇듯, 네가 뭘 선택하든지 난 네가 한 그 선택을 믿어."
그녀의 말을 듣고, 아찔한 위기감이 내 안을 치고 올라왔다. 내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감정의 폭발은 곧이어 다가오는 위기와 섞이고 있었다.
"라에르 공작은 분명 우리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제안이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눈에 감도는 초조한 긴장감 속에서 나는 그가 숨기고 있는 결심을 엿볼 수 있었다.
각각의 선택이 만들어낼 음모 속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우리의 잔잔한 몸부림은 순간적으로 끊어졌다. 무언가 무겁게 닫힌 것 같은 소리가 들리면서, 시간은 하루치의 시간이 아님을 경고하고 있었다.
"너희를 위해 아직 던져지지 않은 하나의 주사위가 있어." 아리안의 목소리가 차가운 바람에 흩날렸다. 그녀의 표정은 담담함을 가장하고 있었지만, 깊숙한 감정의 고리들이 그늘 속에서 숨을 죽였다.
복도의 끝에서 섬광처럼 날렵한 빛이 반짝이며, 곧 소리와 함께 무너지는 벽이 그 미래를 덮겠다는 듯 다가오고 있었다. 제안은 안으로 들어오는 빛을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모든 것이 맞아떨어지는 순간이 이제야 왔군요."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막다른 길목에서 피할 수 없는 그 안에서 다시 한 번 손을 붙드는, 마지막 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제안의 음성은 날카롭게 메아리쳤고, 그와의 관계는 결코 왕관만큼이나 명확하지 않은 둘만의 약속을 강요했다.
"폐하..." 그저 나직히 그의 이름을 부를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랬고, 나도 그랬다. 서로서로 붙잡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서로의 시선이 잠시 포개어질 때, 타킷의 소리가 들렸다. 극적인 순간, 그러지 않았다면 알아차리기 어렵던, 의문의 그림자가 더 이상 숨겨지지 않은 채 모두의 눈앞에 등장했다.
"진실은 결국 밝혀지는 것인가요?" 제안은 말없이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 그의 입 언저리에서 베어 나가는 견고함이 깨지고 있었다.
저온의 빛이 허공에 걸려 흘러가면서 성벽의 끝자락으로 몰아치는 폭풍이 내려오고 있었다. 그 속에서 라에르 공작의 머리가, 희미한 빛 속에서 우리를 향하고 있었다.
"너희들은 역사의 큰 물줄기 위에 서 있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가 되기를 바랍니다만,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겠지요.” 라에르 공작은 고요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 순간 다시 정적이 맴돌았고, 나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초점 없는 사색의 시간처럼 시간이 멎었다. 악마 같은 이 거대한 게임의 마지막 수는 이렇듯 우리로 하여금, 돌아설 수 없게끔 하고 있었다.
그때, 아주 소리없이 복도 끝에서 나타난 새로운 존재가 있었다. 그 존재는 우리가 그동안 찾고 있던 엔딩을 손에 쥔 듯했다. 스산한 바람 속에서 나는 손에 쥐어진 진실을 다시금 움켜쥐고 있었다. 그 존재가 우리보다 앞서 있었던 진짜 적은 아니었을까?
"라에르 공작, 난 당신이 가진 모든 비밀을 알고 있어." 나는 목소리에 깃드는 벌벌 떨림을 뿌리며 외쳤다.
"공녀님, 기대해볼 것들이 아직 한참 남아 있습니다." 공작의 말 속에는 고요한 소리가 번져 있었다. 그는 당당히 그 모든 것을 응시하며 진정한 의도를 숨기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잠에서 깬 듯한, 충격의 순간이었다. 그것은 나를 더 깊숙한 곳으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결국 모든 것은 이 장소에서 향상의 변화를 내던질 것이었다.
끝이 아니었다. 감춰진 진실의 입김이 베일을 걷어내는 순간, 모든 것은 새로워지고 있었다. 모든 결정을 내린 후의 여정은 과연 어떻게 이어질 것인가?
마지막 빛줄기가 무대의 막을 쓸 듯 우리 위에서 닫히고 있었다. 이 외부의 가식, 그 속에 숨어 있는 진리가 간신히 드러나려 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균형이 우리 앞에 놓이고 있었다. 어둠과 빛의 경계에서 바라본 이 순간이야말로 우리를 이끌려고 하는 역사의 노래였다. 모든 것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새로운 시작이 지금 막무가내로 다가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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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스마 넘치는 회색 그림자가 모든 것의 끝에서 창문에는 마침내 닿고 있었다. 우리는 깨달았다. 결단의 순간은 언젠가 닥쳐올 것이며, 그 순간에서야 드러날 우리 자체를.
풍파가 몰아쳤고, 충격은 끝나지 않았다. 이 전쟁의 중심지에서, 그 모든 것이 이제 막 시작 되려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 순간엔, 하나의 진정한 대답이 우리 앞에 놓여 있었다. 누구도 돌아볼 수 없는 길을 걸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진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이 모든 것이 때마침, 새로운 시간과 함께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과연, 그 최후의 순간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숨을 고르고, 다음의 발걸음을 떼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그토록 길 아래로 묻히지 않은 채, 깨어나고 있었다. 여기까지 이어지는 모든 것의 시작이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금 진실을 포개어간다. 그리고 그 순간, 허무한 듯 잔혹한 선택의 장막이 올랐다. 머지않아 우리는 그 선택의 중심이 되어 있었다.
"그래, 가서 선택을 끝내자."
그러나 그 순간, 겹쳐지는 검의 다림질 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것이 과연, 다음 장의 전화였던가?
모두를 기다리던 또 다른 음모의 탑이 반짝이며 그들 앞에 매달려 있었다. 그 소음이 다시금 울려 퍼질 때, 몰아치는 풍경과 같은 현은 별개의 각도로 나가고 있었다. 무적의 음모, 그리고 비극을 향한 안개 안에서의 경연. 과연, 그 선택의 끝에 마주할 것은 무엇일 것인가?
이 모든 요소들은, 이제 막 그 끝으로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