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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비상 해치 너머에서 훅 밀려오며 얼굴을 때린다. 뉴서울 외곽 공장 지대의 어둠 속, 폐쇄된 통로를 뚫고 나온 순간, 폐에 스며드는 기름과 먼지 냄새가 목을 찌른다. 뒤에서 들려오는 창고 문 부서지는 소리와 연기 속 비명들이 귀를 파고들며 심장을 쥐어짜듯 두근거리게 한다. 손끝이 얼어붙은 듯 떨리고, 호주머니 속 USB의 딱딱한 모서리가 손바닥을 누르며 나를 현실로 끌어내린다. 리셋이 아닌 또 다른 추격자들, 그들의 외침—“뉴서울을 바꿀 열쇠”—이 머릿속을 맴돌며 혼란을 부추긴다. 대체 내 손에 쥔 데이터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이들이 나를 쫓는 걸까.
나는 이를 악물고 미라지가 이끄는 방향으로 발을 내디딘다. 낡은 철제 구조물들이 늘어선 공장 지대의 황량한 풍경 속, 발밑에서 자갈이 밟히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고요를 찢는다. 차가운 공기가 피부를 찌르며 소름을 돋게 하고,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드론의 기계음이 등골을 서늘하게 만든다. 미라지가 앞장서서 빠르게 움직이며 패드를 두드리는 손끝이 보인다. 그녀의 뒷모습은 긴장으로 굳어 있고,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유령이 내 뒤를 지키며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느껴진다. 그의 손이 내 팔을 살짝 스치며 나를 재촉하고, 그 짧은 접촉에서도 전해지는 온기가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유일한 위안이 된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굳어 있고, 눈빛이 어둠 속을 예리하게 훑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숨을 삼키며 뒤를 돌아보지 않으려 애쓴다. 창고에서 들려온 목소리, 그 간절함 섞인 외침이 계속 귓가를 맴돈다. 그들이 정말 리셋의 적이라면, 나를 도울 수 있는 자들일까. 아니면 또 다른 덫을 놓은 자들일까.
미라지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어 우리를 세운다. 그녀의 손끝이 패드 화면을 빠르게 터치하며,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 짙어 보인다. 주변은 고요하지만, 멀리서 자갈 밟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오며 긴장감이 공기를 무겁게 누른다. 그녀가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내뱉는다.
"드론 신호가 다시 잡혀. 근처에 있어. 그리고… 리셋이 아닌 다른 신호도 감지돼. 창고에서 나온 자들일 가능성이 높아. 방향 바꿔야 해. 이쪽으로!"
그녀의 말투는 짧고 단호하며, 명령조의 어조가 거부할 틈을 주지 않는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녀의 뒤를 따른다. 방향을 틀며 낡은 공장 건물 사이로 들어서자, 녹슨 철제 외벽이 어깨를 스치고, 습한 콘크리트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발밑에서 밟히는 부서진 유리 조각이 날카롭게 소리를 내며, 그 소리가 어둠 속에서 유난히 크게 메아리친다. 심장이 목까지 차오르며,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을 느끼지만 멈출 수 없다.
유령이 내 옆으로 바짝 다가오며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의 어조는 늘 여유롭지만, 어딘가 단단한 울림이 깃들어 있다.
"이나, 너무 앞서가지 마. 내가 뒤를 지킬게. 무슨 소리든 들리면 바로 몸 숙여."
그의 말이 나를 조금 안정시키지만, 손끝이 여전히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옆얼굴을 힐끔 본다. 땀에 젖은 그의 이마와 굳게 다문 입술이 보이고, 네온빛이 스치는 그의 눈빛에는 결의가 담겨 있다. 대체 그는 왜 나를 이렇게까지 지키는 걸까. 그의 정체,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를 믿는 것이 점점 더 불안하게 느껴진다.
공장 건물 사이를 빠져나가며, 멀리서 다시 자갈 밟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번엔 더 가까이, 더 뚜렷하게. 나는 숨을 죽이며 걸음을 늦춘다. 미라지가 손을 들어 우리를 멈추게 하고, 패드를 통해 주변을 스캔하는 듯 보인다. 그녀의 손끝이 빠르게 움직이며, 얼굴에 긴장감이 역력하다. 공기 속에는 차가운 습기와 함께 희미한 기름 냄새가 떠돌고, 어둠 속에서 우리의 숨소리만이 고요를 채운다.
그 순간, 건물 모퉁이 너머에서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한 명이 아니다. 두 명, 아니 세 명. 나는 숨을 삼키며 몸을 벽에 바짝 붙인다. 차가운 콘크리트가 등에 닿으며 소름이 돋고, 손끝이 얼어붙은 듯 떨린다. 유령이 내 앞을 막아 서며 디지털 장치를 손에 쥐고 자세를 낮춘다. 그의 어깨가 긴장으로 굳어 있고, 숨소리가 얕고 빠르게 변한다. 미라지가 패드를 내려다보며 낮게 속삭인다.
"신호 확인. 리셋의 부대는 아냐. 하지만 무장 상태야. 접근 중. 대화 시도는 위험해. 준비해, 유령."
그녀의 말에 나는 이를 악물고 주변을 둘러본다. 도망칠 곳은 보이지 않고, 좁은 골목은 우리를 가둔 덫처럼 느껴진다. 유령이 내 손을 살짝 잡으며 눈빛으로 신호를 보낸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차가운 공기 속에서 유일한 위로가 되지만, 심장은 여전히 터질 것처럼 뛴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싸우든 도망치든, 그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림자들이 점점 가까워지며, 낮은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목소리 중 하나가 날카롭고 거칠게 울린다.
"분명 이 근처야. 신호가 여기서 끊겼어. 그 여자, 데이터 가지고 있을 거야. 리셋보다 먼저 찾아야 해."
다른 목소리가 차갑고 단호하게 답한다.
"시간 없어. 리셋의 드론이 근처에 있어. 빨리 움직여. 데이터만 확보하면, 우리 위치는 안전해질 거야."
그들의 대화에 나는 숨을 삼키며 손을 호주머니 속 USB에 올린다. 그들이 말하는 데이터, 나를 노리는 이유가 바로 이 작은 장치 안에 담겨 있다. 대체 이 안에 무엇이 있기에 리셋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까지 나를 쫓는 걸까. 손끝이 떨리며, 땀이 손바닥을 적신다. 유령이 내 귀에 대고 낮게 속삭인다.
"이나, 몸 숙여. 내가 신호를 주면, 미라지 뒤로 움직여. 내가 시간을 벌게."
그의 숨결이 귀를 스치며 따뜻하게 느껴지지만, 그의 목소리에 담긴 다급함이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웅크린다. 미라지가 패드를 두드리며 우리를 향해 손짓한다.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고, 입술이 굳게 다물어져 있다.
갑자기 건물 모퉁이 너머에서 플래시라이트 빛이 번쩍이며 우리를 향한다. 나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숨을 죽인다. 빛이 콘크리트 벽을 스치며 우리의 그림자를 잠시 비추고, 심장이 목까지 차오른다. 유령이 디지털 장치를 작동시키며 작은 폭음과 함께 연기를 일으킨다. 연기가 골목을 채우며 시야를 가리고, 밖에서 놀란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온다.
유령이 나를 밀치며 외친다.
"지금이야, 이나! 미라지, 길 열어!"
미라지가 재빨리 골목 반대편으로 달리며 우리를 이끈다. 나는 연기 속에서 숨을 헐떡이며 그녀의 뒤를 따른다. 발밑에서 자갈이 미끄러지며 중심을 잃을 뻔하지만, 유령의 손이 내 팔을 잡아 끌어당긴다. 연기 너머에서 추격자들의 외침이 들려오고, 플래시라이트 빛이 어둠을 가르며 우리를 쫓는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달리며 손끝으로 USB를 더 세게 쥔다. 이걸 잃을 순 없다. 내 과거, 내 진실이 담긴 유일한 열쇠를.
골목을 빠져나오며, 우리는 또 다른 공장 건물 뒤로 몸을 숨긴다. 낡은 철제 컨테이너가 우리를 가려주고, 녹슨 표면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고요를 채운다. 공기 속에는 습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희미한 철 냄새가 떠돌고, 차가운 바람이 목덜미를 스치며 소름을 돋게 한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컨테이너에 몸을 기댄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땀이 이마를 타고 눈으로 흘러들어와 시야가 흐려진다.
미라지가 패드를 확인하며 낮게 중얼거린다. 그녀의 손끝이 빠르게 움직이고, 얼굴에는 짜증과 긴장이 뒤섞여 있다.
"추격자들, 아직 근처야. 신호는 잡히지 않지만, 드론도 다시 접근 중이야. 리셋과 이 자들, 둘 다 우리를 노리고 있어. 대체 이 데이터가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는 거야."
그녀의 말투는 날카롭고 짧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의 말에 담긴 짜증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나도 알고 싶다. 이 USB 안에 담긴 진실이 무엇인지, 왜 이렇게 많은 이들이 나를 쫓는지. 나는 손을 호주머니에 넣어 USB를 만지며 이를 악문다.
유령이 내 옆에 앉으며 숨을 고른다.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혀 있고, 숨소리가 거칠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이나, 잠시라도 숨 돌려. 우리가 뿌리쳤어. 하지만 오래 머물 순 없어. 리셋의 비밀 연구소로 가는 길, 아직 멀었어."
그의 말이 나를 조금 안정시키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유령, 저 사람들이 말한 거… 뉴서울을 바꿀 열쇠라는 거, 그게 정말일까? 이 데이터, 나랑 관련된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거야?"
유령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어둠 속을 응시한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이고, 턱선이 긴장으로 굳어 있다. 그는 낮게 한숨을 쉬며 답한다.
"그건… 아직 알 수 없어. 하지만 네 데이터가 단순한 기억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건 분명해. 리셋이 이렇게까지 쫓는 이유, 그리고 저 자들이 나선 이유… 모두 그 안에 담겨 있을 거야."
그의 말에 나는 숨을 삼킨다. 단순한 기억 이상이라니. 대체 내가 무슨 비밀의 중심에 있는 걸까. 나는 USB를 손끝으로 만지며 이를 악문다. 진실을 알고 싶은 열망이 가슴을 짓누르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나를 옭아맨다. 유령이 내 손을 살짝 잡으며 말을 잇는다.
"걱정 마, 이나. 우리가 끝까지 지켜낼 거야. 네 기억, 네 진실… 그리고 리셋의 비밀까지. 나를 믿어."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나를 잠시나마 안심시키지만, 그의 눈빛에 담긴 망설임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는 뭔가를 숨기고 있다. 프로젝트 네온, 그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나는 그의 손을 잡은 채로 물어본다.
"유령, 프로젝트 네온… 그게 나와 관련이 있는 거지? 왜 말하지 않는 거야? 나를 믿지 않는 거야?"
그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쉰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조심스럽다.
"이나, 지금은 때가 아니야. 네가 더 알아가기 전에 준비가 필요해. 이건 단순한 기억 문제가 아니야. 더 큰 그림이 얽혀 있어. 미안해."
그의 말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더 큰 그림이라니.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나는 그의 손을 놓으며 이를 악문다. 그를 믿고 싶지만, 완전한 신뢰를 주기란 쉽지 않다. 미라지가 우리 대화를 끊으며 패드를 확인하고 날카롭게 외친다.
"시간 없어! 드론 신호가 다시 근접 중이야. 리셋의 부대도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 움직여야 해. 비밀 연구소 방향으로 계속 가자!"
그녀의 말에 나는 벌떡 일어나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다시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공장 지대의 황량한 풍경 속, 낡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며 숨을 헐떡인다. 발밑에서 자갈이 밟히며 소리가 나고,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리며 피부를 얼린다. 멀리서 드론의 기계음이 다시 들려오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리셋의 비밀 연구소, 그곳에서 내 기억의 또 다른 조각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공장 지대를 빠져나와 뉴서울 외곽의 폐쇄된 도로로 접어든다. 도로 양옆에는 버려진 차량들과 부서진 간판들이 늘어서 있고, 아스팔트 위에는 물웅덩이가 고여 네온빛을 희미하게 반사한다. 공기 속에는 젖은 콘크리트 냄새와 함께 퀴퀴한 쓰레기 냄새가 섞여 코를 찌른다. 미라지가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며 패드를 확인한다. 그녀의 손끝이 빠르게 움직이고, 얼굴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갑자기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손을 들어 우리를 세운다.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며, 입술이 굳게 다물어져 있다. 나는 숨을 죽이며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가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내뱉는다.
"신호 이상해. 리셋의 드론이 근처에 있어. 그리고… 또 다른 신호가 잡혀. 아까 그 자들일 수도 있어. 함정일 가능성이 높아. 방향 바꿔야 해."
그녀의 말에 나는 이를 악물고 주변을 둘러본다. 도로 끝에는 어두운 터널 입구가 보이고, 그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깜빡인다. 터널 안은 어둠에 잠겨 있고,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메아리치는 것이 들린다. 유령이 그쪽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단호하게 말한다.
"터널로 들어가자. 저 안에서 잠시 몸을 숨기고 상황을 정리해. 드론이 터널 안까지 추적하긴 힘들 거야."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터널 입구로 향한다. 터널 안으로 들어서자, 차가운 습기가 피부를 적시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발밑에서 물웅덩이가 밟히며 찰박 소리가 울리고, 어둠 속에서 우리의 숨소리만이 고요를 채운다. 터널 벽은 녹슬고, 곳곳에 낙서와 부서진 타일 조각들이 흩어져 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앞을 바라본다. 이곳이 정말 안전할까. 아니면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터널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희미한 불빛이 점점 더 뚜렷해진다. 나는 눈을 좁히며 그 불빛을 응시한다. 불빛 너머에서 낮은 대화 소리가 들려오고,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나는 숨을 삼키며 유령의 팔을 잡는다. 그의 어깨가 긴장으로 굳어지고, 손끝이 디지털 장치를 쥐는 것이 느껴진다. 미라지가 패드를 확인하며 낮게 속삭인다.
"신호 감지. 리셋이 아냐. 아까 그 자들일 가능성이 높아. 함정일 수도 있어. 조심해."
그녀의 말에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웅크린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며, 손끝이 떨린다. 유령이 내 귀에 대고 낮게 속삭인다.
"이나, 뒤로 물러나. 내가 먼저 확인하고 올게. 소리 내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터널 벽에 몸을 바짝 붙인다. 차가운 콘크리트가 등에 닿으며 소름이 돋고, 땀이 손바닥을 적신다. 유령이 천천히 불빛 쪽으로 다가가고, 미라지가 그의 뒤를 지키며 패드를 준비한다. 불빛 너머에서 목소리가 점점 더 뚜렷해진다. 한 목소리가 날카롭고 거칠게 울린다.
"여기 근처야. 신호가 터널 안에서 끊겼어. 그 여자, 분명 이 안에 있어. 데이터만 뺏으면 끝이야."
다른 목소리가 차갑고 단호하게 답한다.
"리셋이 오기 전에 끝내야 해. 그 여자, 우리한테 협력하면 살 수 있어. 아니면… 끝장나겠지."
그들의 대화에 나는 숨을 삼키며 이를 악문다. 협력이라니. 그들이 정말 나를 도울 의도가 있는 걸까. 아니면 또 다른 위협일까. 유령이 나를 돌아보며 손짓으로 물러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의 눈빛이 단호하고, 턱선이 굳게 다물어져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라지와 함께 뒤로 물러난다.
하지만 그 순간, 터널 입구 쪽에서 드론의 기계음이 다시 들려온다. 나는 숨을 삼키며 고개를 돌린다. 드론의 붉은 눈이 터널 입구를 스치며 우리를 향해 깜빡이는 것이 보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앞에는 정체 모를 추격자들, 뒤에는 리셋의 드론. 우리는 완전히 포위된 걸까. 나는 이를 악물고 유령을 바라본다. 그의 표정이 굳어지고, 눈빛이 흔들린다.
미라지가 패드를 두드리며 다급하게 외친다.
"드론이 터널 안으로 들어왔어! 신호 교란 시도 중이지만, 시간이 없어! 빨리 결단 내려, 유령!"
유령이 나를 바라보며 이를 악문다. 그의 손끝이 디지털 장치를 쥐며,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르는 것이 보인다. 그는 낮고 다급한 목소리로 말한다.
"이나, 미라지와 함께 터널 옆 통로로 빠져. 내가 드론을 막을게. 빨리 움직여!"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라지의 뒤를 따른다. 하지만 터널 옆 통로로 들어서려는 순간, 불빛 너머에서 그림자가 빠르게 움직이며 우리를 향해 다가온다. 한 남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친다.
"거기 서! 도망칠 곳 없어! 네가 가진 데이터, 우리와 함께라면 리셋을 무너뜨릴 수 있어!"
그의 목소리에 나는 멈칫하며 숨을 삼킨다. 그의 얼굴은 어둠 속에서 뚜렷이 보이지 않지만, 손에 든 무기에서 반사되는 차가운 빛이 눈에 들어온다. 리셋을 무너뜨린다니. 대체 그들은 누구일까. 나는 이를 악물고 유령을 돌아본다. 그의 표정이 굳어지고, 눈빛이 흔들린다. 그는 나를 향해 외친다.
"이나, 믿지 마! 도망쳐!"
하지만 그 순간, 터널 입구에서 드론의 기계음이 귀를 찌를 듯 가까워지고, 붉은 빛이 터널 벽을 스치며 우리를 겨냥한다. 앞에는 정체 모를 남자, 뒤에는 리셋의 드론. 나는 숨을 삼키며 손끝으로 USB를 쥔다. 대체 누구를 믿어야 할까. 이 데이터가 정말 뉴서울을 바꿀 열쇠라면, 나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걸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며, 나는 다음 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