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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가 폐를 찌르는 듯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가슴이 저릿하다. 뉴서울의 밤, 미라지의 은신처 문이 열리는 순간,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진 기계적인 목소리가 머릿속을 맴돈다. "침입자 발견. 항복하라.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그 음성은 차갑고 날카로우며, 어딘가 깊은 기억 속에서 들어본 듯한 울림을 남긴다. 손끝이 얼어붙은 듯 떨리고, 손에 쥔 USB의 딱딱한 플라스틱 질감이 손바닥을 파고든다. 심장이 목까지 차오르며 숨이 가빠진다.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우리는 또다시 포위당한 걸까.
문이 완전히 열리기도 전에 유령이 내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뒤로 물러나게 한다. 그의 손아귀에서 전해지는 힘이 강렬해서 어깨가 욱신거린다. 눈빛은 날카롭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네온빛에 반짝인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게 섞여 나오는 가운데, 낮고 빠른 목소리가 귓가를 스친다.
"이나, 뒤로! 문 닫아, 미라지! 저 소리, 리셋의 강화형 드론이야. 일반 추적용이 아니라고!"
미라지가 재빨리 디지털 패드를 두드리며 문을 다시 잠그려 하지만, 그녀의 손끝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땀이 그녀의 관자놀이를 타고 흐르고, 입술이 굳게 다물어져 있다. 문이 덜컥 소리를 내며 잠기자, 그녀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우리를 돌아본다.
"잠겼어. 하지만 5분도 안 버틸 거야. 저 드론들, 장갑판 뚫을 수 있는 무기 장착했을 가능성이 높아. 다른 출구로 빠져야 해. 지금 당장!"
그녀의 말투는 짧고 단호하다. 명령조의 어조가 긴장감을 더하며, 나는 이를 악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방 안의 공기는 무겁고, 기계에서 나는 전기 냄새와 먼지 냄새가 뒤섞여 코를 찌른다. 모니터 화면에서 붉은 경고등이 깜빡이며 ‘추적 신호 접근 중’이라는 글씨가 눈을 어지럽힌다. 나는 손을 꽉 쥐며 USB를 호주머니 깊숙이 밀어 넣는다. 이 데이터를 잃을 순 없다. 내 과거, 내 진실이 담긴 유일한 열쇠를.
유령이 방 안 구석으로 달려가 낡은 철제 캐비닛을 힘껏 밀어낸다. 그의 팔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고, 철제 캐비닛이 바닥을 긁으며 끼익 소리를 낸다. 그 뒤로 드러난 좁은 비상 통로는 어둠에 잠겨 있고, 습한 곰팡이 냄새가 훅 밀려온다. 그는 뒤를 돌아보며 우리를 재촉한다.
"여기로! 이 통로가 공장 지대 뒤쪽으로 이어져 있어. 빨리 움직여, 이나!"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다급하지만, 어딘가 침착한 울림이 깃들어 있다. 나는 그의 뒤를 따르며 통로 안으로 뛰어든다. 발밑에서 물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메아리치고, 차가운 콘크리트 벽이 어깨를 스친다. 뒤에서 미라지가 따라오며 패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그녀의 숨소리가 거칠고, 가끔씩 낮은 욕설이 섞여 나온다.
통로 안은 끝없이 이어질 것처럼 어둡고, 비상등 하나 없이 발걸음마다 불안이 따른다. 손으로 벽을 짚으며 앞으로 나아가는데, 손끝에 끈적한 이끼 같은 것이 묻어나며 소름이 돋는다. 멀리서 들려오는 드론의 기계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은신처 문을 부수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통로를 타고 울려 퍼진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며,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저 소리가 우리를 삼키기 전에, 더 멀리 도망쳐야 한다.
통로 끝에 다다르자, 녹슨 철제 사다리가 위로 이어져 있다. 사다리 주변에는 물때가 끼어 있고, 철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유령이 먼저 사다리를 오르며 위를 확인한다. 그의 발소리가 철제 사다리를 두드릴 때마다 날카로운 소리가 울리고, 나는 숨을 죽이며 그의 뒷모습을 올려다본다. 그의 어깨가 긴장으로 굳어 있는 것이 보인다. 잠시 후, 그가 낮게 외친다.
"위는 안전해! 올라와! 공장 지대 뒤쪽으로 나갈 수 있어!"
나는 이를 악물고 사다리를 오른다. 차가운 철제 손잡이가 손바닥을 얼리며, 손끝이 저릿저릿하다. 사다리를 오르는 동안 다리가 떨리고,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미라지가 내 뒤에서 올라오며 계속 패드를 확인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녀의 숨소리가 점점 더 거칠어지고, 가끔씩 짜증 섞인 중얼거림이 새어 나온다.
사다리 끝에 다다르자, 유령이 손을 내밀어 나를 끌어올린다. 그의 손아귀가 강하고,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잠시나마 안도감을 준다. 위로 올라오자, 뉴서울 외곽의 공장 지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낡은 철제 구조물들이 녹슬어 무너져 가고, 곳곳에 쌓인 폐자재들이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인다. 공기 속에는 기름 냄새와 먼지 냄새가 뒤섞여 숨을 쉴 때마다 목이 따끔거린다. 멀리서 네온빛이 희미하게 비치지만, 이곳은 도시의 빛이 닿지 않는 잿빛 공간이다.
미라지가 사다리에서 올라오자마자 패드를 확인하며 얼굴을 찌푸린다. 그녀의 눈썹이 잔뜩 찌푸려져 있고, 입술이 굳게 다물어져 있다. 그녀가 짧고 날카롭게 내뱉는다.
"드론이 근처야. 신호 교란은 해놨지만, 완벽히 뿌리치진 못했어. 리셋의 부대도 곧 이쪽으로 몰려올 거야. 서둘러야 해."
나는 숨을 헐떡이며 주변을 둘러본다. 공장 지대의 황량한 풍경 속에서, 낡은 창고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문이 반쯤 열려 있고, 안에서 희미한 기계 소음이 새어 나온다. 나는 손으로 그쪽을 가리키며 물어본다.
"저 창고는 어때? 잠시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은데."
유령이 그쪽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고, 턱선이 긴장으로 굳어 있다.
"좋아, 일단 저기로. 하지만 오래 머물 순 없어. 리셋이 이 지역을 스캔할 거야. 움직이면서 계획을 짜자."
우리는 창고를 향해 빠르게 이동한다. 발밑에서 자갈이 밟히며 바스락 소리가 나고,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치며 피부를 얼린다. 창고에 가까워질수록 안에서 새어 나오는 기계 소음이 점점 더 커지고, 희미한 전기 냄새가 코를 찌른다. 문틈 사이로 보이는 어두운 내부가 불안감을 더한다. 이곳이 정말 안전할까.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창고 안으로 들어서자, 낡은 기계 부품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고,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가 고요한 공간을 채운다. 공기는 습하고, 녹슨 철 냄새가 강하게 풍긴다. 한쪽 구석에 낡은 철제 책상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먼지 쌓인 서류 더미가 보인다. 나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은 한때 누군가의 작업 공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버려진 폐허일 뿐이다.
미라지가 문 근처에서 패드를 두드리며 주변을 경계한다. 그녀의 손끝이 빠르게 움직이고, 눈빛이 예리하게 빛난다. 그녀가 낮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신호 교란은 유지 중이야. 하지만 리셋의 부대가 근처에 있어. 드론이 다시 접근하기 시작했어. 10분, 길어야 15분 버틸 수 있어. 그 안에 다음 행선지를 정해야 해."
유령은 창고 한쪽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며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과 결의가 뒤섞여 있다. 그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이나, 괜찮아? 잠시라도 숨 돌려. 네 데이터, 아직 안전하지. 우리가 지켜낼 거야."
그의 말이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지만, 손끝이 여전히 떨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나는 철제 책상 옆에 앉아 호주머니에서 USB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지만, 그 무게가 천근만근처럼 느껴진다. 이 안에 담긴 진실, 고아원에서의 실험, 프로젝트 네온. 대체 내가 무슨 비밀의 중심에 있는 걸까.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얕게 쉬어진다.
그 순간, 창고 밖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자갈이 밟히는 바스락 소리와 함께, 낮은 목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나는 숨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유령이 재빨리 몸을 일으키며 문 쪽으로 다가간다. 그의 손이 허리춤에 걸린 작은 디지털 장치로 향하고, 등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한 것이 보인다. 미라지가 패드를 내려놓고 우리를 향해 손짓하며 낮게 속삭인다.
"쉿, 소리 내지 마. 누가 근처에 있어. 드론 소음은 아니야. 사람 발소리야."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손끝이 차갑게 식는다. 나는 USB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으며 몸을 웅크린다. 창고 안의 어둠이 우리를 숨겨주지만, 그 어둠이 동시에 위협으로 다가온다. 유령이 문틈 사이로 밖을 살피며 낮게 중얼거린다.
"두 명, 아니 세 명. 리셋의 부대는 아닌 것 같아. 복장이 달라. 하지만 무장하고 있어. 접근 중이야."
그의 말에 나는 이를 악물고 숨을 죽인다. 리셋의 부대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일까. 또 다른 적일까, 아니면 뜻밖의 아군일까. 가슴이 두근거리며, 땀이 손바닥을 적신다. 미라지가 패드를 다시 들어 주변 신호를 확인하며 짧게 내뱉는다.
"신호는 잡히지 않아. 리셋과 연관 없는 자들일 수도 있어. 하지만 위험해.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알아선 안 돼."
유령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곧 단호하게 변한다. 그는 손짓으로 나를 구석으로 물러나게 하며 낮게 말한다.
"이나, 저쪽으로 숨어. 내가 먼저 확인하고 올게. 소리 내지 마."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창고 구석의 낡은 기계 뒤로 몸을 숨긴다. 차가운 철제 표면이 등에 닿으며 소름이 돋는다. 유령이 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가고, 미라지가 그의 뒤를 지키며 패드를 준비한다. 밖에서 들려오는 발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낮은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온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인다. 목소리 중 하나가 날카롭고 거칠게 울린다.
"여기 근처야. 신호가 끊겼지만, 분명 이 공장 지대에 있어. 찾아내면 보상이 크다고 했어."
다른 목소리가 낮고 차갑게 답한다.
"리셋이 쫓는 자들이라면, 위험할 수도 있어. 조심해. 무슨 일이 있어도 데이터를 뺏아야 해."
그들의 대화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리셋이 쫓는 자들, 데이터. 그들은 우리를 노리고 있는 게 분명하다. 하지만 리셋의 부대가 아니라면, 대체 누구일까. 나는 이를 악물고 숨을 얕게 쉰다. 유령이 문틈 사이로 밖을 살피며 손짓으로 미라지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턱선이 굳게 다물어져 있다.
그 순간, 문이 갑작스럽게 덜컥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나는 숨을 삼키며 몸을 더 웅크린다. 심장이 목까지 차오르고, 손끝이 얼어붙은 듯 떨린다. 유령이 재빨리 몸을 낮추며 디지털 장치를 꺼내든다. 미라지가 패드를 두드리며 낮게 속삭인다.
"문 잠금 해제 시도 중이야. 내가 지연시킬게. 준비해, 유령."
문이 다시 흔들리고,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나는 이를 악물고 숨을 죽인다. 그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면, 우리는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좁은 공간에서, 우리가 과연 이길 수 있을까. 손끝이 떨리며, USB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이 데이터를 지켜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문이 다시 흔들리는 순간, 유령이 내 쪽을 돌아보며 낮게 속삭인다.
"이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저 뒤쪽에 비상 해치가 있어. 내가 신호하면, 그쪽으로 도망쳐. 미라지가 길을 열어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리가 후들거려 움직일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유령의 눈빛이 단호하고, 그의 손끝이 디지털 장치를 꽉 쥐고 있다. 문이 다시 흔들리고, 밖에서 누군가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안에 있는 거 알아! 문 열어! 우리랑 협력하면, 리셋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어!"
그 목소리는 날카롭고, 어딘가 간절함이 섞여 있다. 나는 숨을 삼키며 그 소리를 곱씹는다. 리셋의 손아귀에서 벗어난다니. 그들은 정말 아군일까. 아니면 또 다른 함정을 파놓은 자들일까. 유령이 나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으며 낮게 말한다.
"믿지 마, 이나. 리셋이 아니더라도, 우리를 이용하려는 자들일 가능성이 높아. 준비해."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들이 말하는 협력이 진짜라면, 우리는 리셋과 싸우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끝이 떨린다. 문이 다시 흔들리고, 밖에서 누군가 문을 부수려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미라지가 패드를 두드리며 낮게 중얼거린다.
"문 잠금 지연 최대치야. 2분 안에 부서질 거야. 유령, 결단 내려. 싸울 건가, 도망칠 건가?"
유령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는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단호하게 말한다.
"도망친다. 이나, 비상 해치로 가. 미라지, 길 열어. 내가 시간을 벌게."
그의 말에 나는 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인다. 미라지가 재빨리 구석으로 달려가 비상 해치를 열기 시작한다. 녹슨 철제 해치가 끼익 소리를 내며 열리고, 차가운 바람이 훅 밀려온다. 나는 이를 악물고 그쪽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유령이 문 근처에 남아 있는 모습을 보자,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다. 그가 다치지 않기를, 그가 나를 위해 더 이상 위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유령이 디지털 장치를 작동시키며 문 근처에서 폭발음을 일으킨다. 연기가 창고 안을 채우고, 밖에서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숨을 죽이며 비상 해치로 달린다. 미라지가 앞장서서 나를 이끌고, 유령이 뒤에서 따라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그 순간, 연기 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다시 울려 퍼진다.
"도망치지 마! 우리는 리셋의 적이야! 네가 가진 데이터, 그게 뉴서울을 바꿀 열쇠야!"
그 목소리에 나는 순간 멈칫한다. 뉴서울을 바꿀 열쇠라니. 대체 그들은 누구일까. 내 데이터가 그토록 중요한 것일까. 나는 숨을 삼키며 유령을 돌아본다. 그의 표정이 굳어지고, 눈빛이 흔들린다. 그는 나를 향해 외친다.
"이나, 가지 마! 믿지 말고 움직여!"
하지만 그 목소리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리셋의 적이라면, 그들은 나를 도울 수 있는 자들일까. 아니면 또 다른 위협일까. 심장이 빠르게 뛰며, 나는 비상 해치 너머의 어둠 속으로 뛰어든다. 하지만 그 목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돌며, 새로운 의문을 남긴다. 내 손에 쥔 데이터가 정말 뉴서울 전체를 뒤흔들 비밀을 담고 있는 걸까. 그 비밀을 파헤치는 순간, 나는 과연 어떤 진실과 마주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