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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10화: 네온빛 속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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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의 기계음이 귀를 찌를 듯 날카롭게 울리며, 뉴서울의 어둠을 가로지르는 전기차 안에서 내 심장은 터질 것처럼 뛴다. 차체가 급하게 꺾일 때마다 몸이 흔들리고, 뒷좌석에서 유령의 어깨에 부딪히며 그의 단단한 체온이 느껴진다. 창문 너머로 드론의 붉은 눈이 번쩍이며 우리를 노리는 모습이 보이고, 그 빛이 유리창에 반사되어 내 얼굴을 스친다. 땀이 이마를 타고 흘러내리고, 손끝이 차갑게 식어 USB를 쥔 손아귀에 힘이 들어간다. 이 안에 담긴 데이터, 내 기억의 마지막 조각을 지켜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미라지가 운전대를 꺾으며 거친 목소리로 외친다.

"꽉 잡아! 이 골목으로 들어가면 잠시라도 시야를 벗어날 수 있어!"

그녀의 말투는 날카롭고 짧다. 명령조의 빠른 어투가 긴장감을 더한다. 나는 차 문 손잡이를 잡으며 이를 악문다. 차가 좁은 골목으로 급히 들어서자, 양옆의 낡은 건물 벽이 스치듯 가까워지고, 타이어와 아스팔트가 마찰하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공기 속엔 젖은 콘크리트 냄새와 함께 희미한 기름 냄새가 섞여 코를 찌른다. 드론의 기계음이 잠시 멀어지는 듯하지만, 여전히 귀를 떠나지 않는다. 심장이 목까지 차오르는 기분이다.

유령이 내 어깨를 감싸며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건넨다. 그의 말투는 늘 여유롭지만, 어딘가 단단한 울림이 깃들어 있다.

"이나, 숨을 고르게 쉬어. 우리가 이걸 뿌리칠 수 있어. 눈 감고 잠시라도 진정해."

그의 손이 내 어깨를 살짝 누르는 순간, 따스한 온기가 피부를 통해 전해진다. 나는 눈을 감으려 하지만, 눈꺼풀이 떨리며 좀처럼 감기지 않는다. 그의 말대로 숨을 고르려 애쓰지만, 드론의 소음이 다시 가까워지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나는 손끝으로 USB를 더 세게 쥐며 눈을 뜨고 창밖을 노려본다. 저 붉은 빛, 저 기계의 눈이 나를 삼킬 것만 같다.

차가 골목을 빠져나오며 다시 넓은 도로로 접어든다. 네온사인의 번쩍이는 빛이 차 안을 스치고, 뉴서울의 외곽 풍경이 빠르게 지나간다. 공중 도로 위로 드론들이 떠다니는 모습이 멀리 보이고, 그중 하나가 다시 우리를 향해 방향을 틀고 있다. 미라지가 백미러를 보며 이를 악물고 중얼거린다.

"젠장, 끈질기네. 신호 교란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나 봐. 속도를 더 내야겠어."

그녀가 가속 페달을 밟자 차체가 앞으로 튀어나가며 내 몸이 뒤로 밀린다. 속도가 빨라질수록 차 안의 공기가 더 무겁게 느껴지고, 엔진의 진동이 손끝까지 전해진다. 나는 유령을 힐끔 바라본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고, 눈빛은 창밖을 예리하게 살피고 있다. 그의 손이 여전히 내 어깨를 감싸고 있지만, 그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나만큼이나 긴장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미라지, 은신처까지 얼마나 남았어? 이대로 계속 쫓기다간 끝장나."

내 목소리가 떨리며 갈라진다. 말하는 순간 입안이 바짝 마르고, 혀끝이 굳은 것처럼 느껴진다. 미라지는 백미러로 나를 잠깐 보며 퉁명스럽게 답한다.

"10분. 그 안에 도착해야 해. 내 은신처는 리셋의 감시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야. 조금만 더 버텨, 이나."

10분.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나는 손을 꽉 쥐며 창밖을 다시 노려본다. 드론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그 기계음이 차 안까지 울려 퍼진다. 나는 몸을 웅크리며 유령의 팔에 살짝 기대어 본다. 그의 체온이 나를 조금이라도 안정시키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으로 가득하다. 리셋이 나를 왜 이렇게까지 쫓는 걸까. 이 USB 안에 담긴 데이터가 그들의 비밀을 폭로할 만큼 중요한 걸까.

차가 또 한 번 급하게 방향을 틀며 골목으로 들어선다. 이번 골목은 더 좁고, 양옆의 건물들이 거의 차를 스칠 정도로 가까이 다가온다. 차체가 벽에 스치며 긁히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리고,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인다. 미라지가 운전대를 꽉 잡으며 계속 속도를 유지한다. 드론의 기계음이 잠시 멀어지는 듯했지만, 곧 다시 뒤를 바짝 쫓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를 악물며 중얼거린다.

"이렇게 계속 쫓기다간 정말 끝장이야. 다른 방법은 없어?"

유령이 내 말을 듣고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더니, 곧 단호하게 변한다.

"방법이 하나 있어. 하지만 위험해. 드론을 직접 무력화해야 해. 미라지, 차를 잠시 세울 수 있겠어?"

미라지가 백미러로 유령을 날카롭게 쏘아보며 대꾸한다.

"미쳤어? 지금 멈추면 바로 잡혀! 네가 뭘 하든 차 안에서 해야 해!"

유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뒷좌석 창문을 살짝 내린다. 차가운 밤공기가 순식간에 차 안으로 밀려들어와 얼굴을 스치고, 네온빛이 눈을 어지럽힌다. 그는 주머니에서 작은 디지털 장치를 꺼내들더니 창밖으로 몸을 살짝 내민다. 나는 그의 팔을 잡으며 다급하게 외친다.

"유령, 뭐 하는 거야? 위험해!"

그는 나를 돌아보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그 미소에 담긴 자신감이 나를 잠시 멈칫하게 만든다.

"걱정 마, 이나. 드론의 신호를 직접 교란할 거야. 이 장치로 저 기계의 시스템을 과부하시키면 잠시 멈출 거야. 그 틈에 거리를 벌리자."

그의 손이 빠르게 장치를 조작하고, 나는 그의 손끝이 떨리는 것을 본다. 차가 흔들릴 때마다 그의 몸이 창문 너머로 기우뚱거리고, 나는 그의 팔을 더 세게 잡는다. 심장이 목까지 차오르고, 그의 몸이 떨어질까 봐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드론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붉은 눈이 우리를 향해 번쩍이는 순간, 유령이 장치를 작동시킨다. 작은 빛이 장치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드론이 갑자기 방향을 잃고 공중에서 흔들리는 모습이 보인다.

"됐어! 미라지, 빨리 가!"

유령의 외침에 미라지가 가속 페달을 더 세게 밟는다. 차가 앞으로 튀어나가며 드론과의 거리가 벌어진다. 나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유령을 끌어당겨 차 안으로 다시 앉힌다. 그의 이마에 땀이 맺혀 있고, 숨소리가 거칠다.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낀다.

"괜찮아? 다치지 않았지?"

유령은 나를 바라보며 살짝 웃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괜찮아. 드론은 잠시 멈췄어. 하지만 리셋이 또 다른 걸 보낼 거야. 시간이 없어."

그의 말에 나는 다시 긴장감이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차는 계속해서 뉴서울의 외곽을 향해 달리고, 창밖의 풍경이 점점 더 황량해진다. 네온빛이 줄어들고, 낡은 공장 지대와 폐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공기 속엔 먼지 냄새와 함께 희미한 철 냄새가 섞여 있다. 나는 창문을 바라보며 손에 쥔 USB를 내려다본다. 이 안에 담긴 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지만, 동시에 그 진실을 알고 싶은 열망이 나를 밀어붙인다.

미라지가 차를 멈추며 낮게 말한다.

"도착했어. 여기가 내 은신처야. 빨리 내려."

나는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선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주변의 황량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낡은 공장 건물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고, 건물 외벽은 녹슬고 페인트가 벗겨져 있다. 멀리서 희미한 기계 소음이 들려오고, 공기 속엔 먼지와 함께 퀴퀴한 냄새가 떠돈다. 미라지가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며 건물 뒤편의 좁은 문으로 향한다. 문은 낡고, 자물쇠 대신 디지털 패드가 붙어 있다. 그녀가 빠르게 코드를 입력하자 문이 덜컥 열린다.

"안으로 들어가. 여기라면 리셋의 감시망을 잠시라도 피할 수 있어."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안으로 들어선다. 유령이 내 뒤를 따르며 주변을 경계한다. 안으로 들어가자 좁은 공간이 펼쳐진다. 방 안은 어둡고, 벽에는 여러 개의 모니터가 붙어 있다. 책상 위에는 키보드와 각종 디지털 기기들이 어지럽게 놓여 있고, 한쪽 구석에는 낡은 매트리스와 담요가 보인다. 공기는 퀴퀴하고, 기계에서 나는 희미한 전기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나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이곳이 정말 안전한 곳일까. 불안이 다시 밀려온다.

미라지가 책상으로 다가가 모니터를 켜며 우리를 돌아본다.

"여기서 네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이나. 리셋의 추적 신호를 차단하는 시스템이 설치되어 있으니까 안전해.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야."

그녀의 말에 나는 손에 쥔 USB를 내려다본다.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손끝이 떨린다. 나는 미라지를 바라보며 물어본다.

"마음의 준비라니… 대체 이 안에 뭐가 있는 거야? 내가 뭘 알게 되는 거야?"

미라지는 잠시 침묵하다가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그녀의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담겨 있다.

"그건 나도 몰라. 하지만 리셋이 이렇게까지 네 데이터를 지키려 한다는 건, 단순한 기억 이상의 뭔가가 있다는 뜻이야. 각오해야 해."

그녀의 말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나는 유령을 바라본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고,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보인다. 그는 내 시선을 피하더니 낮게 말한다.

"이나, 미라지 말이 맞아. 이 안에 담긴 게 네가 원하는 기억만이 아닐 수도 있어. 리셋이 숨기고 싶은 진실, 네가 감당하기 힘든 사실이 있을지도 몰라. 그래도… 확인하고 싶어?"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럽고, 어딘가 망설이는 울림이 깃들어 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고개를 끄덕인다. 손끝이 떨리고, 목이 메이는 기분이지만, 단호하게 대답한다.

"확인해야 해. 더 이상 도망치고 싶지 않아. 내가 누구였는지, 리셋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야 해."

유령은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미라지에게 눈짓을 보내며 USB를 건넨다. 미라지가 USB를 컴퓨터에 꽂고, 모니터 화면이 깜빡이며 데이터가 떠오른다. 나는 숨을 죽이고 화면을 응시한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손바닥에 땀이 맺힌다. 화면에 고아원의 낡은 복도, 아이들의 희미한 그림자, 그리고 흰 가운을 입은 사람들의 모습이 다시 보인다. 나는 이를 악물며 그 영상을 바라본다.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지만, 눈을 뗄 수 없다.

영상이 계속 재생되며, 어린 내가 다시 보인다. 이번에는 고아원의 지하 연구실 같은 곳이다. 차가운 철제 테이블 위에 내가 누워 있고, 머리에 연결된 기계에서 희미한 전기 소리가 들린다. 나는 화면 속에서 겁에 질린 표정으로 몸을 떨고 있다. 그 모습을 보자 눈앞이 흐려지고, 손끝이 차갑게 식는다. 나는 주먹을 꽉 쥐며 화면을 노려본다.

"이건… 또 무슨 실험이야? 대체 나한테 뭘 한 거야?"

내 목소리가 갈라지며 떨린다. 미라지가 화면을 멈추고 나를 바라본다. 그녀의 눈빛에는 분노와 안타까움이 섞여 있다.

"리셋의 기억 조작 기술 중 하나야. 네 뇌에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거나 삭제하는 실험. 고아원을 이용해 아이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반복했어. 너는… 그들의 주요 대상이었던 것 같아."

그녀의 말이 머릿속을 강타한다. 주요 대상. 나는 단순히 실험 도구가 아니었다는 말인가. 나는 화면을 노려보며 이를 악문다. 눈물이 고이지만, 이를 악물고 참는다. 유령이 내 손을 살짝 잡더니 낮게 말한다.

"이나, 괜찮아.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리셋이 한 짓이야. 우리는 그들의 비밀을 밝혀낼 거야."

그의 손이 따뜻하고, 그 온기가 나를 조금 진정시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눈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는 진심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한 기운이 느껴진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어본다.

"유령, 너는 이 모든 걸 알고 있었던 거야? 프로젝트 네온… 그게 나와 관련이 있는 거지? 왜 말하지 않는 거야?"

유령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고개를 돌리고 모니터를 바라본다. 그의 손이 내 손을 놓으며 살짝 떨리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낮게 한숨을 쉬며 말한다.

"지금은… 그 얘기할 때가 아니야. 네가 더 알아가기 전에 준비가 필요해. 이건 단순한 기억 문제가 아니야, 이나. 더 큰 비밀이 얽혀 있어."

그의 말이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더 큰 비밀이라니. 대체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나는 그의 팔을 잡고 다시 묻는다.

"숨기지 마, 유령. 나한테 말해. 프로젝트 네온이 뭐야? 왜 나한테 말하지 않는 거야?"

유령은 나를 바라보며 잠시 망설인다. 그의 눈빛에는 갈등이 담겨 있다. 그는 결국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미안해, 이나. 지금은 말할 수 없어. 하지만 약속할게. 때가 되면 다 말해줄 거야. 지금은… 네가 안전한 게 우선이야."

그의 말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은 그를 믿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의심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나를 정말 끝까지 도울 수 있을까. 아니, 그는 나를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 순간, 모니터 화면이 깜빡이며 새로운 파일이 열린다. 이번에는 텍스트 로그다. 고아원에서의 실험 기록. 내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옆에는 ‘프로젝트 네온 - 핵심 데이터’라는 단어가 보인다. 나는 눈을 좁히며 그 단어를 읽는다. 핵심 데이터.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고, 손끝이 떨린다. 나는 유령과 미라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물어본다.

"이게 뭐야? 핵심 데이터라니… 나랑 관련이 있는 거야?"

미라지의 표정도 굳어진다.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모니터를 끄고 나를 바라본다.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신중하다.

"이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깊은 비밀이야. 리셋이 숨기고 싶은 무언가, 뉴서울 전체와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 이나, 이걸 계속 파헤치는 건 위험해."

그녀의 말에 나는 숨을 삼킨다. 뉴서울 전체와 관련이 있다니. 대체 내가 무슨 비밀의 중심에 있는 걸까. 나는 손을 꽉 쥐며 단호하게 말한다.

"위험해도 알고 싶어. 이게 나와 관련이 있다면, 더 이상 피할 수 없어. 계속 파헤치자."

유령과 미라지가 서로 눈빛을 교환한다. 그들의 눈빛에는 걱정과 망설임이 담겨 있다. 유령이 결국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았어, 이나. 네 뜻대로 하자. 하지만 이건 우리 모두의 목숨을 건 일이 될 거야. 각오해."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지만, 동시에 진실을 향한 열망이 나를 밀어붙인다. 그 순간, 방 안의 모니터 중 하나에서 갑작스러운 경고음이 울린다. 미라지가 재빨리 모니터를 확인하며 표정이 굳어진다. 그녀가 낮게 중얼거린다.

"젠장, 리셋의 추적 신호가 이 근처까지 왔어. 우리가 여기 있는 걸 감지한 것 같아. 움직여야 해."

내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안전하다고 믿었던 이곳마저 위험해졌다. 나는 벌떡 일어나며 그들을 바라본다.

"어디로 가야 해? 또 도망쳐야 하는 거야?"

미라지는 패드를 확인하며 빠르게 대답한다.

"그래, 하지만 이번엔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해. 리셋의 본거지에서 얻은 데이터로 그들의 약점을 알아낼 기회가 있어. 뉴서울 외곽에 있는 리셋의 비밀 연구소로 접근해야 해. 거기서 더 많은 진실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녀의 말에 나는 숨을 삼킨다. 리셋의 비밀 연구소라니. 그곳은 나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또 다른 장소일지도 모른다. 두려움이 밀려오지만, 동시에 진실을 알아야 한다는 열망이 나를 밀어붙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단호하게 말한다.

"각오했어. 가자. 내 기억을 되찾아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유령은 나를 잠시 바라보다가 미소를 짓는다. 그의 미소에는 안도감과 함께 무언가 슬픈 기운이 담겨 있다. 그는 내 손을 잡으며 문 쪽으로 향한다. 우리는 다시 어둠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한다. 뉴서울의 밤은 여전히 깊고, 추격자들의 그림자는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리셋의 비밀 연구소로 가는 길, 그곳에서 어떤 진실이 기다리고 있을까.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지만, 유령의 손을 잡고 있는 한 나는 멈출 수 없다. 다음 순간이 두렵지만, 동시에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는 설렘이 나를 앞으로 이끈다.

그 순간, 방 안의 모니터에서 또 한 번 경고음이 울리며 화면에 붉은 글씨가 떠오른다. ‘추적 신호 접근 중. 예상 도착 시간: 5분.’ 나는 숨을 삼키며 화면을 바라본다. 5분. 그 짧은 시간 안에 우리는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미라지가 다급하게 외친다.

"빨리 움직여! 리셋의 부대가 근처에 있어! 이곳이 완전히 포위되기 전에 탈출해야 해!"

그녀의 외침과 함께 우리는 문을 향해 달린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멀리서 들려오는 기계음과 함께 낯선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진다.

"침입자 발견. 항복하라.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그 목소리는 차갑고 기계적이며, 어딘가 익숙한 울림이 담겨 있다. 나는 숨을 멈추고 유령을 바라본다. 그의 표정이 굳어지고, 눈빛이 흔들린다. 대체 저 목소리는 누구의 것일까. 리셋의 새로운 추격자일까, 아니면 내 과거와 관련된 누군가일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며, 나는 다음 순간을 기다린다. 이 어둠 속에서, 또 어떤 위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