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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의 밤은 끝없이 깊고 차갑다. 비상 계단을 내려가는 우리의 발소리가 녹슨 철제 계단에 울려 퍼지고, 끼익거리는 소리가 어둠 속에서 메아리친다. 공기는 습하고 곰팡이 냄새가 코를 찌르며, 비상등의 붉은 빛이 희미하게 깜빡이는 가운데 우리의 그림자가 벽에 어지럽게 흔들린다. 심장은 터질 것처럼 뛰고, 다리가 후들거리며 한계에 다다른 것 같다. 손에 쥔 USB는 내 과거의 마지막 조각을 담고 있지만, 그 무게가 지금은 천근만근처럼 느껴진다. 리셋의 본거지에서 빠져나가는 길, 이 어두운 계단이 끝날 때까지 우리는 멈출 수 없다.
위쪽에서 드론의 기계음이 점점 더 가까워진다. 그 붉은 눈이 우리를 향해 깜빡이는 것이 계단 난간 너머로 보인다. 나는 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한다. 드론의 움직임이 점점 빨라지고, 그 소음이 귀를 찌를 듯이 날카롭다. 땀이 이마를 타고 눈으로 흘러들어와 시야가 흐려지지만, 눈을 깜빡일 여유조차 없다. 나는 손을 뻗어 유령의 팔을 잡는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함이 나를 버티게 하는 유일한 힘이 된다.
"유령, 드론이 너무 가까워! 더 빨리 내려가야 해!"
내 목소리는 떨리고, 공포가 그대로 묻어난다. 유령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한다.
"걱정 마, 이나. 미라지가 신호를 교란하고 있어. 조금만 더 버텨. 아래층에 탈출로가 있어."
그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살짝 떨리는 울림이 섞여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더 세게 잡는다. 그의 옆얼굴을 힐끔 보니 땀에 젖은 이마와 굳게 다문 입술이 보인다. 그의 눈빛에는 다급함과 함께 나를 지키겠다는 결의가 담겨 있다. 대체 그는 누구일까. 왜 나를 이렇게까지 돕는 걸까. 의문이 머릿속을 스치지만, 지금은 그를 믿는 수밖에 없다.
미라지가 뒤에서 패드를 두드리며 숨을 헐떡인다.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움직이는 소리가 계단에 울려 퍼진다. 그녀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 있고, 눈빛에는 긴장감이 가득하다. 나는 그녀를 돌아보며 다급하게 묻는다.
"미라지, 드론 신호 교란은 얼마나 걸려? 저 소리, 점점 가까워지고 있어!"
미라지는 고개를 들지 않고 빠르게 대답한다.
"거의 다 됐어! 30초만 더 기다려! 드론의 추적 알고리즘을 교란하는 중이야. 그럼 우리 위치를 잃을 거야!"
30초. 그 짧은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나는 이를 악물며 계단을 더 빨리 내려간다. 발밑에서 끼익거리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리고, 다리가 후들거려 중심을 잃을 뻔한다. 유령이 내 팔을 잡아주며 나를 지탱한다. 그의 손이 따뜻하고, 그 온기가 나를 조금 진정시킨다. 하지만 심장은 여전히 터질 것처럼 뛰고,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드론의 기계음이 점점 더 크게 들려온다.
계단을 몇 층 더 내려가자, 드디어 아래층에 탈출로로 보이는 문이 보인다. 낡은 철제 문은 녹슬어 있고, 문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며든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그 문을 바라본다. 저 문 너머로 나가면, 리셋의 본거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희망이 가슴을 스치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그 희망을 짓누른다. 리셋이 우리를 이렇게 쉽게 놓아줄 리 없다. 저 문 너머에 또 다른 위험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미라지가 패드를 내려놓으며 외친다.
"드론 신호 교란 완료! 지금이야! 문 열고 나가!"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령과 함께 문으로 달려간다. 유령이 문을 힘껏 밀자, 녹슨 경첩이 끼익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치고, 뉴서울의 밤이 다시 눈앞에 펼쳐진다. 문 너머는 건물 뒤편의 좁은 골목이다. 네온사인의 희미한 빛이 골목을 비추고, 젖은 아스팔트 바닥이 반짝인다. 공기 속에는 비 냄새와 함께 도시의 퀴퀴한 냄새가 섞여 있다. 나는 숨을 고르며 주변을 둘러본다. 골목 끝에는 낡은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멀리서 자동차 소음이 희미하게 들려온다.
"여기서 잠시 숨을 돌려야 해. 하지만 오래 머물 순 없어. 리셋이 곧 우리 위치를 다시 파악할 거야."
유령의 목소리는 낮고 다급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에 쥔 USB를 내려다본다. 이 안에 담긴 데이터, 내 기억의 마지막 조각. 이걸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밀려온다. 나는 유령을 바라보며 물어본다.
"이 데이터, 지금 확인할 수 있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내가 뭘 잃었는지 알고 싶어."
유령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다. 그의 눈빛에는 망설임이 담겨 있다. 그는 골목 벽에 기대며 내 옆에 앉는다. 그의 어깨가 내 어깨에 살짝 닿고, 묘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는 숨을 삼키며 그를 바라본다.
"이나, 지금 확인하는 건 위험해. 리셋이 이 데이터를 추적할 가능성이 있어. 그리고… 네가 이걸 보면 충격받을 수도 있어. 안전한 곳에서, 네가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열어보는 게 나아."
그의 말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충격받을 수 있다니, 대체 어떤 기억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나는 손을 떨며 USB를 쥔 손을 내려다본다. 하지만 그의 말이 맞다. 지금은 안전이 우선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알았어. 그럼 어디로 가야 해? 또 도망쳐야 하는 거야?"
유령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이다가 입을 연다.
"미라지의 또 다른 은신처로 갈 거야. 거기라면 리셋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은폐되어 있어. 네 기억을 확인하기에도 적합한 장소지.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쉽진 않을 거야. 리셋이 우리 흔적을 놓치지 않았어."
그의 말에 나는 긴장감이 다시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동시에, 미라지의 은신처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긴다. 그곳에서 유령의 정체를 조금 더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물어본다.
"미라지의 은신처라면… 거기서 너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거야? 넌 대체 누구야, 유령? 왜 나를 돕는 거야?"
유령은 내 질문에 잠시 침묵한다. 그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는 고개를 돌리고 골목의 어둠 속을 바라본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살짝 떨리는 것처럼 들린다.
"그 질문엔… 아직 대답할 수 없어. 하지만 한 가지는 약속할게. 나는 너를 해치지 않아. 네가 진실을 찾을 수 있도록 끝까지 도울 거야."
그의 말이 진심처럼 들린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의 목소리, 그 익숙함. 내 기억 속 어딘가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는 걸까. 나는 그의 옆얼굴을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두려움과 설렘이 뒤섞인 감정. 그를 믿고 싶은 마음과 의심하는 마음이 충돌한다.
미라지가 우리를 재촉하며 일어선다. 그녀는 패드를 확인하며 낮게 말한다.
"시간 없어. 리셋의 드론이 다시 근처로 접근 중이야. 지금 움직여야 해. 내 은신처까지는 차로 20분 거리야. 따라와."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선다. 우리는 골목을 빠져나와 낡은 건물들 사이로 숨어든다. 미라지가 앞장서서 우리를 이끌고, 유령은 내 뒤를 지키며 주변을 경계한다. 골목 끝에 다다르자, 낡은 전기차 한 대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차체는 긁히고 녹슬어 있지만, 작동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미라지가 운전석에 올라타며 우리를 재촉한다.
"빨리 타! 드론이 근처에 있어!"
나는 유령과 함께 차 뒷좌석에 올라탄다. 문이 닫히는 순간, 차가 출발하며 골목을 빠져나간다. 차 안은 좁고, 낡은 가죽 시트의 냄새가 코를 찌른다. 창문 너머로 뉴서울의 밤이 스쳐 지나간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거리, 공중 도로를 오가는 드론들, 그리고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수많은 눈들. 나는 창문을 바라보며 숨을 고른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고, 손끝이 떨린다. 하지만 유령의 손이 내 손을 살짝 스치는 순간, 묘한 안도감이 가슴을 채운다.
"이나, 괜찮아? 얼굴이 창백해."
유령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담겨 있다. 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괜찮아. 그냥… 긴장돼. 이 데이터, 정말 내 기억을 되찾게 해줄까. 그리고 리셋의 비밀, 우리가 정말 밝혀낼 수 있을까."
유령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눈빛에는 결의가 담겨 있다.
"할 수 있어. 네 기억, 네 과거, 모든 걸 되찾을 거야. 리셋이 숨긴 비밀도 반드시 밝혀낼 거야. 나를 믿어, 이나."
그의 말이 나를 조금 안심시키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불안이 남아 있다. 프로젝트 네온. 그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대체 그게 뭘까. 내가 알아야 할 비밀의 핵심일까. 나는 USB를 손에 쥐며 그 단어를 곱씹는다. 유령이 그 비밀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를 믿고 싶지만, 완전한 신뢰를 주기란 쉽지 않다.
차가 뉴서울의 외곽으로 향하며 점점 속도를 높인다. 미라지는 운전하며 패드를 확인하고, 유령은 창밖을 경계한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낀다. 우리는 과연 미라지의 은신처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리셋의 추격은 계속되고, 드론의 기계음이 멀리서 희미하게 들려온다. 나는 USB를 더 세게 쥐며 이를 악문다. 이 안에 담긴 진실을 확인하는 순간, 내 삶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지만, 동시에 그 진실을 알고 싶은 열망이 나를 앞으로 밀어붙인다.
그 순간, 차 뒤쪽에서 갑작스러운 폭음이 들린다. 나는 놀라 고개를 돌린다. 창문 너머로 드론 한 대가 우리를 향해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 붉은 눈이 번쩍이며 우리를 겨냥하는 것이 보인다. 미라지가 거울을 보며 다급하게 외친다.
"젠장, 드론이 따라붙었어! 신호 교란이 완벽하지 않았나 봐! 꽉 잡아!"
그녀의 말과 함께 차가 급하게 방향을 틀며 골목으로 들어간다. 나는 차 안에서 몸이 흔들리며 유령의 어깨에 부딪힌다. 그의 손이 내 어깨를 감싸며 나를 지탱한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창밖을 바라본다. 드론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그 기계음이 귀를 찌를 듯이 날카롭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두려움이 온몸을 감싼다. 우리는 과연 이 추격을 뿌리치고 은신처에 도착할 수 있을까. 다음 순간이 두렵지만, 동시에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는 설렘이 나를 버티게 한다. 뉴서울의 어둠 속에서, 리셋의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를 쫓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어둠을 뚫고 안전한 곳에 도달할 수 있을까. 그 끝에서 기다리는 진실은 무엇일까. 가슴이 두근거리며, 나는 다음 순간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