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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의 밤은 여전히 차갑고 깊다. 서버실 안의 공기는 기계적인 냄새와 함께 얼어붙은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다. 푸른 빛을 뿜는 서버 장치들이 윙윙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그 소음은 내 심장 박동과 뒤섞여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유리문 너머로 경비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더 거세진다. 유리문에 금이 가는 소리가 날카롭게 귀를 찌르고, 나는 손에 쥔 철제 막대를 더 세게 움켜쥔다. 땀이 손바닥을 적시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2분. 미라지가 다운로드를 완료하기까지 단 2분만 버티면 된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이 왜 이렇게 영원처럼 느껴질까.
나는 문에 몸을 바짝 붙이고 숨을 죽인다. 유리문 틈 사이로 보이는 경비대의 검은 복장과 손에 든 전자 총의 차가운 금속 빛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의 외침이 문을 뚫고 들려온다. 목소리에 담긴 분노와 다급함이 공기를 더 무겁게 만든다. 나는 이를 악물고 문을 지키기 위해 자세를 낮춘다. 뒤에서는 미라지와 유령이 서버를 해킹하며 빠르게 작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미라지의 다급한 숨소리, 그리고 유령의 낮은 중얼거림. 그 모든 소리가 뒤섞여 나를 더 긴장하게 만든다.
문이 다시 흔들리며 큰 소리가 난다. 유리문의 금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가고, 나는 순간 숨을 멈춘다. 저 문이 부서지면, 모든 게 끝이다. 내 기억의 마지막 조각이 담긴 데이터를 손에 쥐기 전에, 리셋의 손아귀에 다시 잡힐지도 모른다. 그 생각만으로도 온몸이 떨린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가 나를 버티게 한다. 리셋이 나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내 기억을 왜 지웠는지, 그 모든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 나는 여기까지 왔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문이 또 한 번 흔들리고, 유리 조각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날카롭게 울린다. 나는 철제 막대를 들어 문을 지탱하려 하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손끝이 떨리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두려움이 목을 조여오지만, 나는 이를 악물고 버틴다. 저 문 너머에 있는 경비대가 들어오면, 나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내 기억을 되찾기 위해, 내 삶을 되찾기 위해.
갑자기 뒤에서 미라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나, 1분 남았어! 조금만 더 버텨! 다운로드 80%야!"
그녀의 목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대답한다. 내 목소리는 떨리지만, 단호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
"알았어! 무슨 일이 있어도 버틸게. 빨리 끝내!"
미라지의 대답 대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더 빨라진다. 나는 다시 문으로 시선을 돌린다. 유리문의 금이 점점 더 커지고, 경비대 중 한 명이 문을 발로 차는 소리가 들린다. 유리가 흔들리며 부서질 듯한 소리가 나를 소름 돋게 한다. 나는 철제 막대를 문에 대고 몸으로 버티며 이를 악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땀이 이마를 타고 눈으로 흘러들어간다. 눈이 따끔거려도 나는 눈을 깜빡일 여유조차 없다.
그 순간, 유령의 낮은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이나, 내가 도울게. 뒤로 물러나."
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본다. 그는 서버 장치 옆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그의 손에는 작은 디지털 장치가 들려 있다. 땀에 젖은 그의 얼굴, 굳게 다문 입술, 그리고 단호한 눈빛이 보인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빨리! 문이 곧 부서질 거야!"
유령은 내 옆에 서서 디지털 장치를 문의 잠금 장치에 연결한다. 그의 손끝이 빠르게 움직이며 장치를 조작한다. 문이 다시 흔들리고, 유리 조각이 더 많이 떨어진다. 경비대의 외침이 점점 더 가까워진다. 나는 유령의 옆에서 철제 막대를 쥔 채로 그를 돕기 위해 주변을 경계한다. 그의 손이 떨리는 것이 보인다. 그도 나만큼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상하게도 그 떨림이 나를 조금 안심시킨다. 그는 나와 같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지만, 나를 위해 싸우고 있다.
"이 장치로 문 잠금을 강화할게. 하지만 시간은 못 벌어. 미라지, 얼마나 남았어?"
유령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미라지가 서버 앞에서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한다.
"30초! 거의 다 됐어! 파일 복사 중이야!"
30초.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문이 다시 흔들리고, 이번에는 유리문의 한쪽이 완전히 부서지며 구멍이 뚫린다. 나는 숨을 삼키며 그 구멍을 바라본다. 검은 복장의 경비대원이 구멍 너머로 보이고, 그의 손에 든 전자 총이 나를 겨누는 것이 보인다.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숙이며 유령을 끌어내린다.
"유령, 총이야! 몸 숙여!"
그의 몸이 내 손에 끌려 바닥으로 쓰러진다. 그 순간, 전자 총에서 발사된 전기 파장이 문을 뚫고 서버실 안으로 날아온다. 파장이 서버 장치 중 하나에 맞으며 불꽃이 튀고, 기계음이 불안정하게 변한다. 나는 숨을 죽이며 유령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와 다급함이 섞여 있다. 그는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며 나를 바라본다.
"괜찮아, 이나? 다쳤어?"
그의 목소리에 걱정이 묻어 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한다.
"괜찮아. 너는? 다치지 않았지?"
유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문을 바라본다. 경비대가 부서진 구멍을 통해 손을 뻗어 문을 열어보려 하고 있다. 유령은 디지털 장치를 다시 조작하며 낮게 중얼거린다.
"조금만 더 버텨. 문 잠금이 거의 완료야."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이 완전히 부서지며 경비대가 안으로 뛰어든다. 나는 숨을 삼키며 철제 막대를 들어 그들을 향해 자세를 잡는다. 검은 복장의 남자들, 그들의 얼굴에는 차가운 표정이 담겨 있다. 선두에 선 남자가 나를 바라보며 외친다.
"침입자! 항복해라! 더 이상 도망칠 곳은 없다!"
그의 목소리가 서버실 안에 울려 퍼진다. 나는 이를 악물며 대답한다.
"항복? 내가 왜 너희 말대로 해야 해? 리셋이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야겠어!"
내 목소리는 떨리지만, 분노가 담겨 있다. 경비대원은 차갑게 웃으며 전자 총을 겨누며 다가온다. 나는 철제 막대를 휘두르며 그를 막으려 하지만, 힘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그 순간, 유령이 내 앞을 막으며 경비대원을 향해 몸을 날린다. 그는 경비대원의 팔을 잡고 총을 떨어뜨리게 만든다. 둘이 바닥에서 뒤엉키며 싸우는 소리가 서버실을 채운다.
"이나, 뒤로 물러나! 내가 막을게!"
유령의 목소리가 다급하다. 나는 그의 말을 따르며 뒤로 물러나지만, 다른 경비대원들이 문을 통해 계속 들어오고 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두려움이 온몸을 감싼다. 나는 미라지를 돌아본다. 그녀는 여전히 서버 앞에서 작업 중이다. 그녀의 손끝이 빠르게 움직이고, 땀이 그녀의 이마를 적시고 있다.
"미라지, 다 됐어?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내 목소리가 절박하다. 미라지는 고개를 들지 않고 대답한다.
"10초! USB 뽑을 준비해! 다 됐어!"
그녀의 말에 나는 숨을 고르며 그녀 옆으로 다가간다. 유령은 여전히 경비대원들과 싸우고 있다. 그의 몸이 바닥에 쓰러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보인다.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가 다치지 않기를, 그가 나를 위해 더 이상 위험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금은 그를 도울 여유가 없다. 미라지가 USB를 뽑는 순간, 나는 그것을 받아 손에 쥔다. 내 기억의 마지막 조각. 이 안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을 것이다.
"받았어! 이제 도망쳐야 해!"
내 목소리가 서버실에 울린다. 미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패드를 꺼내든다. 그녀는 빠르게 키를 두드리며 외친다.
"비상 탈출로를 열었어! 서버실 뒤쪽 문으로 가! 내가 드론 신호를 교란할게!"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령을 돌아본다. 그는 여전히 경비대원들과 싸우고 있다. 그의 몸에 땀과 먼지가 묻어 있고, 그의 숨소리가 거칠다. 나는 그를 향해 외친다.
"유령, 가자! 데이터 확보했어! 빨리 와!"
유령은 내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다. 그의 눈빛에 안도감이 스친다. 그는 마지막으로 경비대원을 밀쳐내고 내 쪽으로 달려온다. 경비대원들이 우리를 쫓아오며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유령의 손을 잡고 미라지가 열어준 뒤쪽 문으로 달린다.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스친다. 복도는 어둡고, 비상등의 붉은 빛이 희미하게 깜빡인다. 우리는 그 복도를 따라 달린다. 뒤에서는 경비대원들의 발소리와 외침이 계속 들려온다.
"놈들을 놓치지 마! 데이터 뺏아!"
그들의 외침이 복도에 메아리친다. 나는 손에 쥔 USB를 더 세게 쥔다. 이 안에 담긴 데이터가 내 삶을 바꿀 것이다. 내 기억, 내 과거, 그리고 리셋의 비밀. 모든 것이 이 작은 장치 안에 있다. 나는 유령의 손을 잡고 달리며 숨을 헐떡인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하지만 멈출 수 없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경비대원들의 그림자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다.
복도 끝에 다다르자, 미라지가 앞장서서 비상 계단으로 우리를 이끈다. 계단은 녹슬고, 발을 디딜 때마다 끼익 소리가 울린다. 나는 계단을 내려가며 숨을 고른다. 유령이 내 뒤에서 나를 지키며 달리고 있다. 그의 숨소리가 거칠고, 그의 손이 내 손을 꽉 쥐고 있다. 나는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조금 안심한다. 하지만 동시에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른다. 우리는 과연 이 건물을 빠져나갈 수 있을까. 리셋의 본거지에서 탈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계단을 내려가던 중, 갑자기 위쪽에서 드론의 기계음이 들려온다. 나는 숨을 삼키며 고개를 든다. 비상 계단 위로 드론이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그 붉은 눈이 우리를 향해 깜빡인다. 미라지가 낮게 외친다.
"젠장, 드론이야! 내가 신호를 교란할게! 계속 내려가!"
그녀는 패드를 꺼내 빠르게 작업한다. 나는 유령과 함께 계단을 더 빠르게 내려간다. 드론의 기계음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나는 손에 쥔 USB를 바라본다. 이걸 지켜내야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하지만 드론이 점점 더 가까워지고, 계단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우리는 이 어둠을 뚫고 탈출할 수 있을까. 다음 순간이 두렵지만, 동시에 이 데이터 안에 담긴 진실을 확인하고 싶은 설렘이 나를 앞으로 밀어붙인다. 뉴서울의 밤은 끝없이 깊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 나는 진실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는다. 하지만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리셋의 그림자는 여전히 우리를 쫓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 추격을 뿌리치고 진실에 도달할 수 있을까. 다음 순간이 두렵지만, 동시에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