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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7화: 본거지의 문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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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의 밤은 끝없이 깊고 차갑다. 네온사인의 희미한 빛이 골목길을 비추지만, 그 빛은 오히려 어둠을 더 짙게 만드는 것 같다. 공기는 습하고, 비 냄새가 코를 찌른다. 나는 유령과 미라지와 함께 좁은 골목을 빠져나가며 심장이 터질 듯한 긴장감을 느낀다. 손에 쥔 위장 장비의 차가운 금속 질감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고, 등에 멘 해킹 도구의 무게가 나를 현실로 끌어내린다. 리셋의 본거지로 향하는 길. 그곳에서 내 기억의 마지막 조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유령의 말이 머릿속을 맴돈다. 두려움이 가슴을 짓누르지만, 동시에 진실을 알아내고 싶은 열망이 나를 앞으로 밀어붙인다.

골목길 끝을 돌아서자, 뉴서울의 중심부가 눈앞에 펼쳐진다. 하늘을 찌를 듯한 초고층 빌딩들, 그 사이로 얽히고설킨 공중 도로와 드론들이 떠다니는 풍경. 리셋의 본거지는 그 중심에 위치한, 유리와 강철로 이루어진 거대한 타워다. 건물 외벽에 새겨진 ‘RESET’ 로고는 네온빛으로 빛나며, 마치 도시 전체를 지배하는 듯한 위압감을 뿜어낸다. 나는 숨을 삼키며 그 건물을 올려다본다. 저곳이 나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던 장소일지도 모른다. 저곳에서 내 기억이 지워졌을지도 모른다. 분노와 두려움이 뒤섞여 손끝이 떨린다.

미라지가 내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디지털 패드를 확인한다. 그녀의 손가락이 빠르게 화면을 터치하는 소리가 고요한 골목에 울려 퍼진다. 유령은 주변을 경계하며 나와 미라지 사이에 서 있다. 그의 눈빛은 날카롭고, 언제든 위험을 감지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그의 옆얼굴을 힐끔 바라본다. 땀에 젖은 그의 이마, 굳게 다문 입술. 그의 존재가 나를 안심시키지만, 동시에 의문이 사라지지 않는다. 그는 왜 나를 돕는 걸까. 그의 목소리가 익숙한 이유는 대체 뭘까.

"미라지, 보안 시스템 해킹은 얼마나 걸려? 드론들이 근처를 계속 맴돌고 있어. 시간이 없어."

유령의 목소리가 낮고 다급하다. 나는 그의 말에 고개를 돌려 미라지를 바라본다. 그녀는 패드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한다.

"조금만 더 기다려. 리셋의 방화벽이 생각보다 강력해. 하지만 걱정 마, 내가 뚫을 수 있어. 5분이면 충분해."

그녀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다. 나는 손을 꽉 쥐며 숨을 고른다. 5분.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멀리서 드론의 기계음이 희미하게 들려오고, 심장이 다시 빠르게 뛴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불안한 마음을 달랜다. 골목의 낡은 벽, 바닥에 쌓인 쓰레기, 그리고 네온빛에 비친 우리의 그림자. 모든 것이 위협적으로 느껴진다.

"이나, 괜찮아? 얼굴이 창백해."

유령이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묻는다. 그의 손이 따뜻하고, 그 온기가 나를 조금 진정시킨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미소를 짓는다.

"괜찮아. 그냥… 긴장돼. 저 건물에 들어가면 대체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내 기억이 정말 거기 있을까."

유령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의 눈빛에는 안타까움과 결의가 섞여 있다.

"거기 있을 거야. 리셋이 숨긴 네 데이터의 마지막 백업 파일이 그 본거지 서버에 저장되어 있어. 우리가 그걸 찾아내면, 네 기억을 완전히 되찾을 수 있어. 그리고… 리셋의 비밀도 밝혀낼 수 있을 거야."

그의 말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면서도, 동시에 희망을 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살짝 쥔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가 나를 버티게 한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의심이 남아 있다. 그가 말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프로젝트 네온. 그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대체 그게 뭘까. 내가 알아야 할 비밀의 핵심일까.

"해킹 완료. 리셋 본거지의 외곽 보안 시스템을 일시적으로 무력화했어. 지금이 기회야. 움직여야 해."

미라지가 패드를 내려놓으며 우리를 재촉한다.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고,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유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를 바라본다.

"준비됐지, 이나? 위장 장비 착용하고, 미라지의 지시에 따라 움직여. 우리가 들어가면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해."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고개를 끄덕인다. 위장 장비를 착용하며 손끝이 떨린다. 이 장비는 리셋의 스캐너를 속일 수 있는 디지털 마스크와 신호 교란기를 포함하고 있다. 얼굴에 착용하는 마스크는 차갑고, 피부에 닿는 순간 소름이 돋는다. 나는 거울도 없이 손으로 마스크를 조정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좋아, 준비됐어. 가자."

내 목소리는 떨리지만, 단호함을 담으려 노력한다. 유령과 미라지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골목을 빠져나와 리셋 본거지로 향하는 공중 도로 아래로 숨어든다. 도로 아래는 어둡고, 습한 공기가 피부를 적신다. 발밑에서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메아리치고, 멀리서 드론의 기계음이 여전히 들려온다. 나는 숨을 죽이고 유령의 뒤를 따른다. 그의 뒷모습이 나를 이끄는 유일한 등불처럼 느껴진다.

리셋 본거지 외곽에 도착하자, 거대한 유리 벽이 우리를 가로막는다. 벽 너머로 보이는 로비는 차갑고 기계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경비 드론들이 천천히 순찰을 돌고, 입구에는 보안 스캐너가 붉은 빛을 뿜으며 작동 중이다. 나는 숨을 삼키며 그 광경을 바라본다. 저곳을 어떻게 뚫고 들어가야 할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미라지, 스캐너는 어떻게 할 거야? 저걸 통과하지 않으면 안으로 들어갈 수 없어."

내가 낮게 묻자, 미라지는 패드를 다시 꺼내들며 대답한다.

"걱정 마. 내가 스캐너의 데이터베이스를 조작했어. 우리 위장 장비의 신호가 리셋 직원으로 인식되도록 설정해놨어.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10분 안에 통과해야 해. 그 이후엔 시스템이 재부팅되면서 우리가 들킬 거야."

그녀의 말에 나는 긴장감이 다시 솟구치는 것을 느낀다. 10분. 그 짧은 시간 안에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유령이 내 손을 잡으며 낮게 말한다.

"이나, 나를 따라와. 자연스럽게 행동해. 스캐너 앞에서 망설이면 의심받아. 그냥 직원인 척 걸어가."

그의 손이 따뜻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꽉 쥔다. 우리는 유리 벽 옆의 입구로 천천히 다가간다. 스캐너의 붉은 빛이 우리를 향해 깜빡인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땀이 손바닥을 적신다. 나는 억지로 숨을 고르며 유령의 뒤를 따른다. 스캐너가 우리를 스캔하는 순간, 짧은 경고음이 울린다. 나는 순간 숨을 멈춘다. 들킨 걸까. 하지만 곧 초록빛으로 바뀌며 통과 신호가 뜬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유령을 바라본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잘했어. 이제 안으로 들어가자."

그의 목소리에 안도감이 묻어 있다. 우리는 로비 안으로 들어선다. 로비는 차갑고 거대한 공간이다. 유리와 강철로 이루어진 벽과 천장, 그리고 곳곳에 배치된 드론과 보안 카메라. 나는 고개를 숙이고 자연스럽게 걷는 척하며 주변을 살핀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그들 사이로 섞여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미라지가 뒤에서 낮게 속삭인다.

"엘리베이터로 가. 서버실은 87층에 있어. 거기서 네 데이터 파일을 찾아야 해. 내가 엘리베이터 보안 코드를 해킹할게."

그녀의 말에 따라 우리는 로비 한쪽에 위치한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또 다른 보안 스캐너가 있다. 나는 숨을 죽이며 미라지를 바라본다. 그녀는 패드를 두드리며 빠르게 작업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나는 유령과 함께 안으로 들어선다. 미라지가 뒤를 따르며 문이 닫히기 직전에 들어온다. 엘리베이터 안은 고요하고, 거울로 된 벽이 우리의 모습을 비춘다. 나는 마스크를 착용한 내 모습을 바라보며 묘한 기분을 느낀다. 내가 누구인지, 이 모든 것이 꿈은 아닌지 혼란스럽다.

"87층까지 가는 동안 카메라 신호를 교란해놨어. 하지만 도착하면 바로 움직여야 해. 서버실 보안은 더 강력해."

미라지의 목소리가 엘리베이터 안을 채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유령을 바라본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단호하다.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숫자가 빠르게 변한다. 50층, 60층, 70층… 심장이 점점 더 빠르게 뛴다. 드디어 87층에 도착하자,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복도는 어둡고, 기계음이 희미하게 울려 퍼진다. 서버실로 보이는 거대한 유리문이 복도 끝에 보인다. 나는 숨을 고르며 그 문을 바라본다. 저 안에 내 기억이 있을까. 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하지만 그 순간, 복도 끝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한 명이 아니다. 여러 명이다. 나는 숨을 죽이며 유령을 바라본다. 그의 표정이 굳어진다. 미라지가 낮게 중얼거린다.

"젠장, 경비대야. 스캐너 재부팅이 생각보다 빨리 끝난 모양이야. 우리가 감지된 거야."

그녀의 말에 나는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을 느낀다. 경비대가 다가오는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유령이 내 손을 잡으며 낮게 말한다.

"이나, 도망칠 시간 없어. 서버실로 들어가야 해. 미라지, 문 해킹 빨리 해!"

미라지는 패드를 두드리며 빠르게 작업한다. 하지만 경비대의 발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진다. 나는 문틈 사이로 그들의 그림자를 본다. 검은 복장의 남자들, 손에 전자 총을 든 모습.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뛴다. 문이 열리는 순간, 우리는 안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 순간, 경비대 중 한 명이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다! 침입자다! 문을 열지 마!"

그들의 외침이 복도에 울려 퍼진다. 미라지가 문 해킹을 완료하며 외친다.

"문 열렸어! 빨리 들어가!"

우리는 문이 열리자마자 서버실 안으로 뛰어든다. 문이 다시 닫히는 순간, 경비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버실 안은 차갑고, 수많은 서버 장치들이 윙윙 소리를 내며 작동 중이다. 푸른 빛이 공간을 채우고, 공기는 기계적인 냄새로 가득하다. 나는 숨을 헐떡이며 유령을 바라본다.

"이제 어떻게 해? 저 문,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내 목소리가 떨린다. 유령은 서버 장치 중 하나로 다가가며 대답한다.

"데이터를 빨리 찾아야 해. 미라지, 서버 접속해. 이나, 너는 문을 지켜. 무슨 일이 있어도 저 문이 열리지 않게 해."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 쪽으로 다가간다. 문틈 사이로 경비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손끝이 떨린다. 나는 근처에 놓인 철제 막대를 집어 들고 문을 지키기 위해 준비한다. 뒤에서는 미라지와 유령이 서버를 해킹하며 빠르게 작업하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문을 바라보며 이를 악문다. 저 문이 열리면, 모든 게 끝장이다.

그 순간, 문이 흔들리며 큰 소리가 난다. 경비대가 문을 부수려는 모양이다. 나는 숨을 죽이며 막대를 꽉 쥔다. 미라지가 다급하게 외친다.

"파일 찾았어! 다운로드 중이야! 2분만 버텨!"

2분. 그 시간이 왜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 문이 다시 흔들리고, 유리문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나는 문을 바라보며 두려움과 결의를 동시에 느낀다. 내 기억, 내 진실이 바로 저 서버 안에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한다. 하지만 문이 부서지는 순간, 경비대가 안으로 뛰어들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그 2분을 버틸 수 있을까.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고, 땀이 이마를 타고 흐른다. 다음 순간이 두렵지만, 동시에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간다는 설렘이 나를 버티게 한다. 뉴서울의 어둠 속에서, 나는 진실을 향해 마지막 싸움을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