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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서울의 밤은 여전히 깊고 어둡다. 그 어둠 속에서, 유령의 손은 내 손을 강하게 잡고 있다. 그의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는 내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유일한 위안이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지만 어디엔가 미묘한 떨림이 담겨 있다. 우리는 그의 은신처를 빠져나와 골목 사이를 달리고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해, 유령? 리셋의 본거지에 접근하는 계획이라니, 너무 위험한 거 아니야?"
내 목소리는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의 의도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를 믿어야 한다는 사실이 조심스러웠다.
"맞아, 위험해. 하지만 네 기억과 진실을 찾으려면 피할 수 없어. 네 선택이야, 이나. 계속 도망만 다니면서 진실을 모른 채 살고 싶어?"
나는 잠시 멈칫했다. 그의 말이 정곡을 찌른다.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강한 욕망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
"아니, 난 준비됐어. 무슨 일이 있어도 그 진실을 확인하고 싶어."
그의 얼굴에 미묘한 미소가 떠오른다. 그는 내 결의를 확인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방향을 틀었다. 우리는 조금 더 달려 간신히 드론의 시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갑작스러운 탈출은 우리를 다시 한번 긴장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잠깐 쉬자. 네가 이제부터 정말 준비해야 할 게 있어."
그는 바닥에 앉자마자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었다.
"준비하라니, 무슨 말이야? 그냥 뛰어들면 되는 거 아니야?"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리셋의 본거지에 들어가기 위해선 단순히 용기만으로는 부족해. 거기엔 수많은 보안 시스템과 감시 장치가 있어. 해킹과 위장, 그리고 네 용기가 함께 필요해."
그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다잡았다. 유령의 눈은 의지를 다잡은 듯 빛났고, 나 역시 그로부터 받은 결의를 느끼기 시작했다.
다시 걸음을 옮긴 우리는 점점 복잡한 골목길로 빠져들어가며 드론과의 쫓고 쫓기는 게임을 계속했다. 우리는 그 길에서 방향을 잃기 십상이었다.
"우리, 여기가 맞는 거지? 길을 잃은 것 같은데."
나는 불안한 마음에 그에게 물었지만, 유령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답했다.
"정확히 가고 있어. 저기 보이지? 벽에 그래피티가 그려진 건물. 저 건물 뒤쪽이면 우릴 도와줄 사람이 있어."
그가 가리킨 건물은 아무런 특징도 없어 보였으나, 그의 말대로라면 중요한 만남이 있을 예정이었다. 우리는 부드러운 걸음걸이로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그래피티가 불타오르듯 그려져 있는 건물 뒤편 골목은 겉으로 보기엔 평범했지만, 그 속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었다. 유령은 그곳에 다다르자 벽의 특정 부분을 두드렸다. 그러자 벽이 부서지듯 열리며 조그마한 숨겨진 문이 나타났다.
"우리가 여기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신뢰할만한 사람이지. 리셋에 반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중요한 사람 말이야."
그는 그 문을 통해 나를 안내하며 말했다.
문을 통과하자마자 작은 방이 드러났다. 방 안에는 모니터와 다양한 장비들이 놓여 있고, 그 중심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 그녀는 반갑게 우리를 맞이하며 말했다.
"오랜만이야, 유령. 이분이 이나인가 보군."
그녀의 눈빛은 날카롭지만 따뜻했다. 나는 조심스레 그녀를 바라보았다.
"반가워요, 이나. 나는 '미라지'라고 불려요. 리셋과 싸우는데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줄 사람이죠."
유령이 나서서 그녀를 소개했다. 미라지라니, 이름은 낯설지만 어딘가에서 들어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유령이 꽤 오랫동안 널 도왔다는 얘기는 들었어. 여기까지 온 것도 대단해. 리셋 본거지로 갈 준비는 되어 있겠지?"
그녀의 질문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녀의 약간의 기대와 의심 섞인 눈빛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네, 준비됐어요. 하지만 솔직히 두렵기도 해요. 리셋이 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될까봐."
미라지는 내 말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너무 당연한 거야, 두려워하는 건. 하지만 진짜 너를 찾기 위해, 그리고 리셋이 더 이상 같은 짓을 하지 않도록 막기 위해선 네가 필요해."
그녀의 말은 마치 나를 위한 위로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더 마음을 다잡았다.
"도와주세요, 미라지. 난 이 모든 걸 끝내고 싶어요."
미라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우리에게 장비를 건네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기 있는 장비들을 사용할 거야. 가는 길에 필요한 위장과 해킹 도구들이야. 이걸 착용하면 리셋의 감시를 피해 본거지에 접근할 수 있어."
유령과 나는 그녀의 지시에 따라 장비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장비들은 가볍고 착용하기 쉽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그동안 유령과 나 사이에 침묵이 흐르는 동안, 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그 미소는 나에게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줬다.
"이나, 이제 준비됐어? 가자."
유령의 말에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드디어 우리는 리셋의 본거지로 향할 준비가 끝났다. 그곳에서 어떤 진실이 날 기다릴지 두렵지만, 동시에 기대감이 가슴을 가득 채웠다.
뉴서울의 어둠은 여전히 깊었지만, 지금은 그 어둠이 나를 가리지 못하게 해야만 했다. 진실에 도달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며, 나는 앞으로 나아가기로 결심했다. 이 여정의 끝에, 어떤 미래가 나를 맞이할지 알 수 없지만, 유령과 미라지와 같은 동맹이 있다면 나는 반드시 그 길을 완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