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현의 자서전 제목은 '나는 결백하다'였다. 출판 이틀 만에 베스트셀러 1위. 10년 전 미해결 살인 사건의 유일한 용의자가 쓴 책이었다. 증거 불충분으로 석방됐고, 이제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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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수 형사는 책을 사지 않았다. 동료가 사준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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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도 싫어. 피해자 가족들이 어떤 기분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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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읽었다. 직업이었으니까. 강도현은 책 내내 사건 이야기를 피했다. 어린 시절, 꿈, 억울함. 그런데 47페이지에서 지수의 손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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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비가 왔다. 나는 집에 있었다. 창문에 빗소리가 들렸고, 나는 잠을 자려 했다. 그러나 잠들 수가 없었다. 그 이유는 이 책 마지막에 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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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비가 왔다. 그 말이 문제였다. 피해자 사망 당일, 기상 기록에는 비가 없었다. 맑은 날이었다. 이 사실은 공식 수사 기록에만 있었다. 공개된 적 없는 정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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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왔다고? 그날 맑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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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책장을 다시 넘겼다. 53페이지. 강도현은 피해자의 이름을 한 번도 쓰지 않았다. 그냥 '그 사람'이라고만 했다. 근데 그 사람이 어떤 향수를 뿌렸는지, 구두 뒷굽 소리가 어떠했는지는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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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관찰한 거야. 이 자식이 직접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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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는 책 전체를 다시 읽기 시작했다. 형광펜을 들고. 강도현이 알 수 없는 것들을 아는 척 쓴 문장들이 점점 많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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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서전이 아니야. 자백이야. 꼭꼭 숨겨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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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서점에 강도현의 사인회 공고가 붙었다. 이번 주 토요일 오후 두 시. 지수는 날짜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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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야겠어. 표정을 봐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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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강도현의 자서전이 전국 베스트셀러 2주 연속 1위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는 인터뷰에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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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은 마지막 페이지에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