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한지수는 자서전 사십칠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내용은 단 두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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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밤 현장에 있었다. 하지만 죽인 건 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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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있었다고 직접 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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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수사에서 강도현의 알리바이는 확인됐었다. 그런데 책에서는 현장에 있었다고 인정했다. 알리바이가 조작이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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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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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현은 출판 기념 사인회를 열고 있었다. 지수는 책을 들고 줄을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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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됐다. 강도현이 고개를 들었다. 지수를 보더니 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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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님이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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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칠 페이지. 현장에 있었다고 쓰셨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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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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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누가 죽인 건지도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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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죠. 그래서 책을 쓴 거예요. 형사님 같은 분이 읽어주길 기다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