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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3화: 미소 뒤에 숨은 칼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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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의 새벽은 고요했다. 창문 너머로 희미한 안개가 정원을 감싸고 있었고, 아직 해가 뜨기 전이라 세상은 푸르스름한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침대에 누운 채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어제 황비 마마와의 만남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의 상냥한 미소, 부드러운 말투. 하지만 그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눈빛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이번 생에서는 그녀의 의도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를 악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릴리가 문을 열고 들어오며 아침 인사를 건넸다.

"전하, 일어나셨습니까? 오늘 아침은 황비 마마와 함께 시간을 보내신다고 들었습니다. 준비를 도와드릴까요?"

그녀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따뜻했지만, 나는 차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에 휘둘릴 여유는 없었다.

"그래, 준비해. 그리고 오늘 일정 중 다른 약속은 없는지 다시 확인해 줘."

릴리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전하. 황비 마마와의 오전 시간을 제외하면, 오후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습니다. 다만, 황태자 전하께서 전하를 찾으실지도 모른다고 하셨습니다."

황태자 오라버니. 어제의 차 모임에서 그의 따뜻한 미소와 제국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떠올랐다. 그를 믿고 싶었다. 하지만 이번 생에서는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다. 심지어 내 피를 나눈 가족이라 할지라도. 나는 거울 앞에 서서 릴리가 건네준 드레스를 입었다. 은은한 은색 드레스.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품위가 느껴지는 옷이었다. 나는 거울 속 내 모습을 바라보며 다짐했다. 오늘 황비 마마와의 만남에서 단 한 가지라도 그녀의 본심을 알아낼 것이다.

서궁으로 향하는 길은 어제보다 더 무겁게 느껴졌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마주치는 시종들과 귀족들의 인사가 귀에 들리지 않았다. 내 머릿속은 온통 황비 마마와의 대화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가 제안한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말 뒤에 숨겨진 의도는 무엇일까? 단순한 친밀함을 쌓기 위한 제안일 리 없다. 그녀는 언제나 계산적이었다. 이전 생에서 나는 그녀의 미소에 속아 그녀가 뿌린 함정에 빠졌고, 결국 제국을 잃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서궁의 정원에 도착했을 때, 황비 마마는 이미 그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붉은 장미가 만발한 아치 아래에 서 있었고, 아침 햇살이 그녀의 금빛 머리카락을 비추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녀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레나, 이리 오렴. 오늘은 정원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구나."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나는 그 안에 숨겨진 날카로움을 느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작은 탁자 위에는 차와 과자가 준비되어 있었다. 그녀가 직접 차를 따르며 말을 이었다.

"네 생일이 다가오고 있으니, 이번 연회는 특별하게 준비해야 하지 않겠니? 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 보거라."

나는 차를 한 모금 마시며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질문은 단순한 관심처럼 들렸지만, 나는 안다. 그녀는 내 반응을 살피고 있다. 나는 차분히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마마. 하지만 저는 그저 제국이 평화롭기를 바랄 뿐입니다. 연회는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황비 마마의 눈썹이 살짝 올라갔다. 그녀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으로 겸손한 답변이구나. 하지만 황녀의 생일은 제국의 축제나 다름없단다. 조금 더 화려하게 준비해도 좋지 않겠니? 귀족들도 모두 기대하고 있을 테니."

그녀의 말에 나는 속으로 비웃었다. 귀족들의 기대? 그녀는 그저 연회를 핑계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고 싶을 뿐이다. 이전 생에서도 그녀는 내 생일 연회를 통해 황궁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그 뒤로 그녀의 음모는 더욱 교묘해졌다. 나는 차를 내려놓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마마께서는 이번 연회에서 어떤 분들을 초대하고 싶으신가요? 제 의견도 반영해 주신다 하셨으니, 저도 함께 준비하고 싶습니다."

내 질문에 그녀의 미소가 잠시 굳어졌다. 하지만 곧 그녀는 다시 부드러운 표정으로 답했다.

"물론이지, 레나. 네가 원한다면 함께 준비하자꾸나. 초대 명단은 내가 이미 작성해 두었으니, 오늘 오후에 네게 보여주마. 혹시 특별히 초대하고 싶은 이가 있다면 말해 보거라."

그녀의 대답은 완벽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미세한 긴장을 읽었다. 그녀는 내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어디까지 파고들지 시험하고 있었다. 나는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럼, 로안 가문의 카엘 경도 초대하실 건가요? 최근 그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고 들었습니다."

카엘 드 로안. 나를 죽인 그 남자의 이름이 내 입에서 나오자, 심장이 순간 멎는 듯했다. 나는 일부러 그의 이름을 꺼냈다. 황비 마마가 그와 어떤 관계인지, 그녀가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고 싶었다. 그녀의 표정이 굳어지는 순간, 나는 승리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곧 평정을 되찾으며 대답했다.

"카엘 경이라… 그래, 그 젊은이는 최근 제국 내에서 주목받고 있지. 그의 가문은 충성심이 깊으니, 초대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네가 그를 초대하고 싶다면, 내가 명단에 올리마."

그녀의 대답은 지나치게 매끄러웠다. 나는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더 캐내려 했지만, 그녀는 더 이상 틈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화제를 돌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레나. 요즘 네가 많이 성숙해진 것 같구나. 14살이라기엔 너무나 침착하고 현명해. 혹시 무슨 일이 있었니?"

그녀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나는 순간 숨이 멎는 듯했지만, 표정은 흔들리지 않게 유지했다. 그녀는 나를 떠보고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별일은 없습니다, 마마. 그저 제국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뿐입니다. 황녀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을 뿐이에요."

황비 마마는 내 대답을 듣고 잠시 침묵했다. 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나를 꿰뚫으려는 듯 깊었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그녀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마음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앞으로도 나와 많은 대화를 나누자꾸나. 우리 사이에 비밀은 없어야 하니까."

그녀의 마지막 말은 경고처럼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한 모금 더 마셨다. 하지만 차의 향은 더 이상 달콤하지 않았다. 그녀와의 대화는 마치 칼날 위를 걷는 것 같았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나는 다시 그 비극 속으로 빠질지도 모른다.

정원에서의 대화는 그렇게 끝났다. 나는 방으로 돌아오며 머릿속을 정리했다. 황비 마마는 확실히 카엘과 연관이 있다. 그녀의 반응, 그 짧은 순간의 긴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나는 그녀가 작성한 초대 명단을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카엘 드 로안을 가까이 두고 그의 의도를 파헤쳐야 한다. 이번 생에서는 내가 그를 먼저 무너뜨릴 것이다.

오후가 되자, 황태자 오라버니가 나를 찾았다. 그는 동궁의 서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는 책상 위에 펼쳐진 지도를 보며 고개를 들었다.

"레나, 와라. 네게 보여줄 것이 있다."

그의 목소리는 따뜻했지만, 나는 그의 눈빛에서 걱정을 읽었다. 나는 그의 곁으로 다가가 지도를 바라보았다. 제국의 국경선과 주요 도시들이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북쪽 국경을 가리키며 말했다.

"최근 북쪽에서 작은 반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아직 큰 위협은 아니지만, 방심할 수는 없어. 아버지께서는 나와 너에게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길 원하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쪽의 반란. 이전 생에서도 이 시기에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반란은 카엘이 황궁에 입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이를 악물며 오라버니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오라버니.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가문을 믿고 의지하실 건가요? 북쪽과 가까운 가문 중에 믿을 만한 이들이 있나요?"

황태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로안 가문이 북쪽과 가까운 지역을 다스리고 있지. 그들의 충성심은 아직 의심할 여지가 없어. 카엘 드 로안 경을 불러 그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 이름이 다시 나오자, 내 심장이 뜨겁게 뛰었다. 카엘. 그는 이미 제국 내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었다. 나는 오라버니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를 믿으실 건가요? 아직 젊고, 그의 의도를 알기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황태자는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레나, 네가 이렇게 신중할 줄 몰랐다. 걱정하지 마. 나는 그를 쉽게 믿지 않아. 하지만 그의 가문이 제국에 충성해 온 것은 사실이니, 일단 기회를 주고 싶다."

나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 오라버니의 결정은 이미 굳어진 듯했다. 하지만 나는 결심했다. 카엘 드 로안이 황궁에 발을 들이는 순간, 나는 그를 철저히 감시할 것이다. 그가 어떤 음모를 꾸미든, 이번에는 내가 먼저 알아차릴 것이다.

서재를 나서며 나는 창문 너머로 황궁의 정원을 바라보았다.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하늘을 물들이는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내 마음은 여전히 차가웠다. 황비 마마의 미소, 카엘의 이름, 그리고 오라버니의 신뢰. 모든 것이 얽히며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설 수 없다. 이번 생에서는 내가 이길 것이다.

그 순간, 멀리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정원을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낯익은 체격, 날렵한 걸음걸이. 나는 숨을 삼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카엘인가? 그는 벌써 황궁에 들어온 것일까? 내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그림자는 모퉁이를 돌아 사라졌다. 나는 창문에 손을 대며 중얼거렸다.

"기다려, 카엘. 네가 누구든, 이번에는 네가 내 손에 걸릴 것이다."

어둠이 깔리는 황궁의 밤이 시작되고 있었다. 그리고 나를 기다리는 새로운 싸움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