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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의 아침은 언제나 분주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정원에는 일찍부터 일꾼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고, 새들은 아침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러나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지금 나는 과거로 돌아와 있었지만, 여전히 여러 질문들이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전하, 이 드레스는 어떠신지요?"
릴리가 내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드레스를 보았지만 답을 하기 전에 눈길이 점점 흐려졌다. 그녀가 가져온 하늘색 드레스는 화사하고 우아했다. 나이에 어울리는 색상이었지만, 지금 나는 그저 이 복수의 길 위에 준비물이 지나지 않았다.
"좋아. 그걸로 하자."
린넨의 부드러운 감촉이 내 피부에 닿았다. 드레스를 입으며 나는 오늘의 첫 일정을 되새겼다. 황태자 오라버니와의 차 모임. 그와의 대화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다시 시작된 이 생에서 모든 것을 새롭게 풀어가야 하는 나는 어린 애송이가 아닌, 모든 것을 완벽히 준비한 상대여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레스가 내 몸에 맞춰졌다. 릴리가 반짝이는 머리카락을 단정히 빗어주며 말했다.
"저는 전하의 생일 준비로 정신이 없어질 것 같습니다. 이번 생일 연회는 더욱 특별하겠지요?"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맞아, 이번에는 정말 특별한 연회가 될 거야."
이번 생일은 정말로 특별해야 했다. 단순한 행사가 아닌, 앞으로의 전략을 구상하는 첫 번째 자리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내 새 삶의 소중한 첫 번째 발판이었다.
나는 그 생각에 여전히 아찔해졌다. 모두가 나를 어린 황녀로 대하는 이 상황에서 과연 원하는 대로 상황을 이끌어 갈 수 있을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 카엘을 이길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감내할 것이다.
아침 식사는 짧고 간단했다. 다양한 요리가 차려졌으나 그 모든 것을 즐길 여유는 없었다. 내 머릿속은 이미 앞서 그려진 그림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황태자를 만나기 전에 머리를 깨끗이 정리해야 했다.
그러나 쉽지 않았다. 복수를 계획하면서 느끼는 흥분과 긴장감이 자꾸만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오늘 차 모임에서의 함정은 최대한 늦출 작정이었다.
황태자 오라버니와의 차 모임은 따뜻한 햇살이 드리운 정원에서 열렸다. 그의 자리에서 자욱한 향기가 뿜어졌다. 내가 도착하자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맞아주었다.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이 친숙한 기운이 나는 그리웠다.
"레나, 여기 앉아. 오늘은 특별한 차를 준비했어."
그의 말에 선뜻 자리로 나아갔다. 차의 향기가 코를 간질였다. 그러나 다정한 오라버니의 얼굴이 머릿속에 자꾸 떠올라 마음이 복잡했다. 그가 나와 내 가족의 마지막 버팀목이었던 것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차를 마시며 오라버니는 정치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가 말했다. "요즘 제국 내에서 들려오는 불안한 소식들이 많아지는 것 같아. 특히 외침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들 하지. 나와 함께 해결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내가 돌아온 시점에서 벌써부터 이런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걱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실제로 제국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물었다.
"그렇다면 오라버니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싶으세요?"
그는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천천히 답했다. "우선 동맹을 강화하는 것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이 중요해. 아버지께서 그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이야."
황태자의 확신에 차린 답변은 신뢰를 더해 주었다. 그와 함께라면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믿음을 어떻게든 지켜내야 할 것이다.
그 순간, 황비 마마와의 만남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녀가 내게 전할 메시지는 무엇일까? 그녀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어떻게 간파해야 할까? 수많은 감정과 전략이 얽히는 순간이었다.
그날 오후, 서궁으로 향하는 길은 조용하고도 불안했다. 황비 마마는 언제나 아름답게 꾸미셨기에, 그녀를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은 되어도 경계심은 놓칠 수 없었다. 그녀의 미소와 말들은 항상 언뜻 비밀을 감춰온 것이었다.
서궁의 장식은 그녀의 취향대로 고급스러움과 세련미로 채워져 있었다. 방 안으로 들어가자 그녀가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오랜만이구나, 레나. 참 많이 자랐구나."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이제 네 생일이 얼마 남지 않았지? 특별히 준비할 것이 있니?"
그녀의 질문은 상냥했다. 그렇기에 더욱 의심스러웠다. 나는 침착하게 답했다. "그저 제국이 평화로운 상태로 남아있기를 바랍니다."
황비 마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따랐다. 몇 초간의 적막이 흘렀다. 그 적막은 그녀가 다시 대화를 시작할 때까지 계속되었다.
"내일부터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떻겠니? 민감한 사안들이 많기에 서로 상의할 필요가 있거든."
그녀의 제안이 의도가 분명히 숨겨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감을 잡지 못했다. 나는 반대할 만한 이유를 찾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마마."
그 순간, 그녀의 미소가 한층 더 깊어졌다. 내면의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하는 순간, 나는 결심했다. 황비 마마와의 시간 동안 무엇을 찾아내야 할지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방으로 돌아온 나는 창문 너머로 점차 어두워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곳에서의 삶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이미 많은 것을 경험했다. 그리고 많은 것을 계획하고 있다.
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었다. 이 바람이, 이 하루가 미래의 모든 것들을 바꿔 놓을 것이다. 나는 이제 준비가 되었다. 계속 이런 마음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번 생, 내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다짐만큼은 단단히 새겨 두었다.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는 다음 날의 일을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