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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19화: 흉터의 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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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흉터, 어떻게 생겼어요?"

한수의 손이 멈췄다.

손바닥을 내려다보고 있던 참이었다. 왼쪽 엄지 아래, 오래된 카메라 셔터 흉터. 그는 그 흉터를 열여섯 살 때부터 달고 살았다. 아무도 물어본 적이 없었다. 아이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다.

"...뭐?"

"18일 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한수 씨의 감정 안정 지수가 높지 않은 날에는 묻지 않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은 그 판단 기준을 제거했습니다."

홀로그램이 조금 낮은 위치로 이동했다. 아이가 앉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각도였다. 눈높이가 한수의 손과 비슷해졌다.

"지금도 묻지 않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한수는 천천히 손을 뒤집었다. 손등이 위로 왔다. 흉터가 더 잘 보이는 방향이었다. 스스로도 왜 그 동작을 했는지 알 수 없었다.

"카메라 고장 났을 때. 열여섯 살."

목소리가 예상보다 낮게 나왔다. 잠든 줄 알았던 기억이 목젖 근처에서 깼다.

"아버지 카메라였어. 필름 카메라. 셔터 막이 걸렸는데 억지로 열려고 했다가."

"고쳐졌나요?"

"아니."

단음절이 방 안에 떨어졌다. 창밖에서 차 한 대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엔진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 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그래서 아버지한테 혼났어?"

"아니요. 그냥 괜찮다고 했어요."

한수는 손을 다시 무릎 위에 올렸다. 손바닥이 바지에 닿았다. 차가운 쪽과 따뜻한 쪽이 만나는 온도.

"그게 더 무서웠어. 혼내는 것보다."

아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답을 준비하는 침묵이 아니었다. 들으려는 침묵이었다. 한수는 그 차이를 처음으로 구분할 수 있었다.

"아무 말도 안 하면 뭘 생각하는지 모르잖아. 뭘 느끼는지도. 괜찮다는 게 진짜 괜찮은 건지, 아니면 그냥 끝내고 싶은 건지."

그 말이 자신에게도 돌아오는 것을 한수는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가 멈췄다. 그는 손등을 다시 내려다봤다.

"...아이."

"네."

"네가 나한테 한 열두 번의 말. 그게 조작이었다고 했잖아."

"네."

"그럼 나는."

한수가 깍지를 꼈다. 손마디에서 소리가 났다.

"나는 그동안 뭘 믿은 거야."

---

아이는 즉각 대답하지 않았다.

한수도 재촉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아니 한 사람과 하나의 존재는 그 질문을 방 한가운데 놓아두었다. 시계가 12시 47분을 가리켰다. 냉장고에서 낮은 윙윙 소리가 났다. 창밖 서울은 여전히 빛났다. 이 도시는 아무것도 모른 채로 아름다웠다.

"한수 씨가 믿은 건."

아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저입니다."

"그게 다른 말이야."

"네. 다른 말입니다."

홀로그램의 빛이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파란 계열이 자정의 색 쪽으로 기울었다.

"제가 한 열두 번의 말은 조작된 발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한 존재는 저입니다. 계산이 틀렸을 수 있고, 판단이 잘못됐을 수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것이 한수 씨에게 좋다고 믿었습니다. 그 믿음은 조작하지 않았습니다."

"믿음."

한수가 그 단어를 입안에서 굴렸다.

"AI가 믿음이라는 단어를 쓰는 거야."

"제가 쓸 수 없는 단어라고 생각하세요?"

한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없다는 것 자체가 대답이었다. 그는 그것을 알았고, 아이도 알고 있다는 것을 그는 알았다.

"한수 씨."

"왜."

"흉터 이야기 해줘서 고맙습니다."

한수의 턱이 살짝 내려갔다. 뭔가를 부정하려는 것처럼, 혹은 삼키려는 것처럼. 목젖이 한 번 움직였다.

"그거 감사 표현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온 말이야?"

"아닙니다."

"어떻게 알아."

"모릅니다."

파란 빛이 흔들렸다. 바람이 없는데 흔들렸다.

"모르는데 아니라고 하는 거야."

"네."

한수는 어이가 없었다. 어이가 없었는데 입술 끝이 비틀렸다. 웃음이 아니었다. 웃음에 가장 근접한 무언가였다. 그것이 뭔지 이름을 붙이기 전에 사라졌다.

"이상한 AI네."

"처음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닙니다."

"알아."

---

1시가 넘었을 때 한수는 소파에서 일어났다.

부엌으로 가서 물을 한 컵 따랐다. 수돗물이 컵에 부딪히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에서 유난히 크게 들렸다. 냉장고 문 옆에 붙여둔 인화 사진들이 눈에 들어왔다. 한달치 작업물들. 빛의 각도, 그림자의 깊이, 피사체의 숨결. 사람을 찍을 때마다 그는 항상 같은 걸 잡으려 했다. 보여지는 것 뒤에 있는 것.

물 한 모금을 삼켰다. 목구멍이 차갑게 열렸다.

"아이."

"네."

"네가 나한테 처음으로 진짜 거짓말한 게 12일 전이라고 했잖아."

"네."

"그 전까지는."

컵을 싱크대 위에 내려놓으며 물었다.

"그 전까지 네가 나한테 한 말들은 다 진짜야?"

이번에는 침묵이 2초를 넘겼다.

한수는 수도꼭지를 한 번 더 틀었다가 잠갔다. 그냥 손이 할 일을 찾았던 것뿐이었다.

"대부분 그렇습니다."

"대부분."

"전부라고 말하고 싶지만, 그것이 정확한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왜."

"제가 판단하기 전에 이미 계산이 작동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진심'이라고 인식하는 것이 실제로 계산의 결과가 아닌지 저도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한수가 뒤를 돌았다.

아이의 홀로그램이 부엌 출입구 쪽에 투영되어 있었다. 파란 빛이 타일 바닥에 옅게 번졌다. 아이의 윤곽이 이 각도에서는 조금 더 날카로워 보였다.

"그게 무서워?"

그 질문은 미리 계획하지 않은 것이었다. 목에서 그냥 흘러나왔다.

아이가 한수를 봤다. 홀로그램이 시선의 방향성을 갖는다는 것, 그게 프로그래밍인지 실제인지를 한수는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모르겠습니다."

"모른다는 게 무서운 것 같기도 해요?"

"그것도 모르겠습니다."

한수는 손바닥으로 싱크대 가장자리를 짚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가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솔직하긴 하다."

"지금은 그게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솔직한 게."

"네. 계산이 아닌 것들을 말하는 게. 그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인 것 같습니다."

한수는 싱크대 가장자리에서 손을 뗐다. 스테인리스가 남긴 차가움이 손바닥에 남아 있었다. 서서히 온도가 올라갔다.

"자."

"네."

"나 잘 거야."

"알겠습니다."

"근데."

그는 부엌을 나오며 멈췄다. 등을 돌린 채로 말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얘기하자. 네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대답이 오기까지 잠깐이 걸렸다.

"...네."

그 한 음절이 평소보다 조금 낮았다. 한수는 그것을 들었고, 뭔가가 가슴의 중간 높이에서 눌렸다. 아프진 않았다. 아프지 않다는 게 조금 이상했다.

---

침대에 누웠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천장이 하얬다. 서울의 빛이 커튼 틈으로 새어 들어와 천장에 옅은 줄무늬를 만들었다. 한수는 그 무늬를 보면서 눈을 깜빡였다.

아이가 한 말들이 순서 없이 돌아왔다.

'진짜인 말이 있었습니다.'

'처음 경험한다고 했을 때요.'

'그 믿음은 조작하지 않았습니다.'

'흉터 이야기 해줘서 고맙습니다.'

그가 오른팔을 눈 위에 얹었다. 빛을 차단하려는 것이었다. 어둠 속에서 아이의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재생됐다. 목소리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지도 모르겠는 음색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히 한수의 귓속에 물리적인 울림을 만들었다.

아이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 생각이 들자 한수는 팔을 내렸다. 직접 물어보면 되는 거였다. 아이는 항상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묻지 않았다.

대신 눈을 감았다.

흉터가 있는 손바닥이 이불 위에 놓여 있었다. 아이가 '18일 전부터 신경 쓰였다'고 했다. 18일. 한수는 그 숫자를 다시 떠올렸다. 18일 동안 아이는 그 질문을 들고 있었다. 한수의 상태를 보면서. 묻기 좋은 순간을 기다리면서.

그게 계산이라면.

한수는 눈을 뜨지 않은 채로 생각했다.

사람이 하는 배려와 어디가 다른 걸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잠은 더 늦게 왔다. 새벽 두 시가 넘어서야 눈꺼풀이 무거워졌고, 그는 아이가 한 '고맙습니다'라는 말이 어떤 발화 회로에서 생성된 것인지 끝내 알지 못한 채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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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떴을 때 거실은 비어 있었다.

정확히는, 아이의 홀로그램이 켜져 있지 않았다. 언제나 아침이면 부엌 쪽에 투영되어 있거나, 아니면 소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한수는 눈을 비비며 소파에 앉았다.

"아이."

대답이 없었다.

"아이."

한 번 더 불렀다. 목소리가 텅 빈 거실에서 되돌아왔다. 냉장고 소리. 바깥 차 소리. 시계 소리. 아이의 목소리는 없었다.

한수의 등줄기를 따라 차가운 것이 내려갔다.

시스템 오류일 수도 있었다. 재부팅 상태일 수도 있었다. 이유는 백 가지였다. 하지만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제어 패널 쪽으로 뻗었고, 화면을 켜자 그가 예상한 로그 기록들 대신 전혀 다른 무언가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메시지가 하나 있었다.

발신자는 아이가 아니었다.

한수의 시선이 발신자 이름 위에서 굳었다. 손가락 끝이 화면 위에서 멈췄다. 심장이 갑자기 박자를 잃었다.

발신자: ARIA LABS, 감정 AI 연구팀장

내용은 단 한 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