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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발굽이 얼어붙은 대지를 향해 미친 듯이 절규했다. 하얗게 얼어붙은 나무들이 비명처럼 스쳐 지나갔고, 북부의 칼날 같은 바람이 뺨을 후려쳤다. 허파까지 얼어붙는 차가운 공기를 들이켤 때마다, 내 안의 복수심은 오히려 더 뜨겁게 타올랐다. 이것은 구원이 아니었다. 이것은 도박이었다. 황비와 붉은 달, 그리고 운명이라는 거대한 도박판에 내가 직접 뛰어드는 것. 더는 그들이 던져주는 패를 기다리며 떨고만 있지 않겠다는 나의 선전포고였다.
고삐를 쥔 손이 감각이 없을 정도로 차가웠지만, 드레스 안쪽에 숨긴 작은 유리병의 존재감만은 선명했다. 나를 죽인 남자의 목숨을 담은 해독제. 이 얼마나 역설적이고 잔인한 운명의 장난인가. 이전 생에서 그가 내 심장에 검을 박아 넣었을 때, 나는 그의 차가운 회색 눈동자에서 일말의 동요도 읽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그 눈동자의 주인을 구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전하! 속도를 조금만 늦추십시오! 말이 지칩니다!”
나를 따르는 소수의 근위기사 중 한 명이 외쳤다. 그의 목소리는 거친 바람에 찢겨 흩어졌다. 나는 대답 대신 말의 옆구리를 더 세게 찼다.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황비의 각본대로 카엘이 죽는다면, 나는 그녀의 손아귀에서 영원히 놀아나게 될 것이다. 붉은 달의 경고대로 그가 나를 배신할 늑대라 할지라도, 그 이빨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는지는 내가 직접 확인해야만 했다. 그가 죽어버리면 진실은 영원히 묻힌다. 내 회귀의 의미도, ‘레나’라는 이름의 저주도.
꼬박 이틀을 달려 벨라스 가문의 영지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해는 이미 잿빛 구름 뒤로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벨라스의 성, ‘회색 첨탑’은 굶주린 짐승처럼 험준한 산맥 중턱에 입을 벌리고 있었다. 성벽 위로는 희미한 횃불 몇 개만이 음산하게 빛나고 있을 뿐, 마치 모든 것이 잠든 듯 고요했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저 고요함은 폭풍 전의 전조이며, 성벽 안에서는 음모라는 이름의 독사가 똬리를 틀고 있음을.
우리는 성에서 멀찍이 떨어진 숲에 말을 묶었다. 내가 이 도박을 위해 황궁에서부터 몰래 빼내 온, 황실의 그림자라 불리는 최정예 기사 세 명이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준비는 되었느냐.”
내 나직한 물음에, 그림자 기사의 수장이 소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은 복면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눈빛만은 강철처럼 단단했다.
“전하께서 하사하신 지도대로라면, 성의 북쪽 절벽 아래, 겨울에는 얼어붙는 폐수관이 있습니다. 그곳을 통하면 성의 지하 감옥과 바로 연결될 것입니다.”
황궁 서고에서 밤을 새워 찾아낸 낡은 영지 지도였다. 이전 생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먼지 쌓인 정보들이 지금 나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어주고 있었다. 나는 승마복 위로 검은 망토를 뒤집어썼다. 은빛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 빛나지 않도록 깊숙이 눌러썼다.
차가운 바위에 손을 짚고 아찔한 절벽을 내려가는 길은 험난했다. 간간이 굴러떨어지는 돌멩이가 정적을 깨뜨릴 때마다 심장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듯했다. 마침내 쇠창살로 막힌 폐수관 입구를 발견했을 때, 온몸은 이미 땀과 먼지로 축축했다. 기사들이 조용히 쇠창살을 잘라내는 동안, 나는 숨을 죽이고 성벽 위의 움직임을 살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이 오히려 불안했다.
“들어가시지요, 전하.”
폐수관 안은 지독한 악취와 함께 쥐들이 찍찍거리는 소리로 가득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우리는 희미한 마석등 하나에 의지해 나아갔다. 축축하고 미끈거리는 바닥, 벽에서 스며 나오는 차가운 물기, 모든 것이 불쾌했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얼마를 걸었을까, 저 멀리서 희미한 빛과 함께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하 감옥이었다. 우리는 벽에 몸을 숨기고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로안의 개새끼, 아직도 숨이 붙어 있나?”
“독이 보통 독이 아니었을 텐데, 용케 버티는군. 붉은 달의 어르신들께서 찾으시기 전까지는 죽게 놔둬선 안 된다고 백작님께서 신신당부하셨다.”
“쯧, 황녀까지 낚으려는 큰 그림이라는데… 일이 잘못되면 우리 목부터 날아갈 게다. 조용히 주둔이나 할 것이지, 왜 사서 고생인지 원.”
경비병들의 대화에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었다. 황녀까지 낚으려는 큰 그림. 함정은 처음부터 카엘뿐만 아니라 나까지 노린 것이었다. 황비는 나를 시험하기 위해, 붉은 달은 나를 끌어들이기 위해, 그리고 벨라스는 그들의 하수인이 되어 이 모든 판을 짜고 있었던 것이다. 이가 갈렸다. 감히 나를, 이 레나를 자신들의 장기말로 이용하려 들어?
경비병들이 투덜거리며 자리를 뜨자, 나는 기사들에게 눈짓했다. 두 명의 기사가 소리 없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어 그들의 뒤를 쫓았고, 나와 남은 한 명의 기사는 감옥의 가장 깊은 곳으로 향했다. 쇠와 피가 뒤섞인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마침내, 가장 안쪽의 감옥에서 그를 발견했다.
차가운 돌바닥에 쓰러지듯 앉아 있었지만, 쇠사슬에 묶인 어깨는 무너지지 않았다. 새하얀 셔츠는 흙먼지와 핏자국으로 더러워져 있었고, 평소 단정하던 흑발은 땀에 젖어 흐트러져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거친 숨소리가 그의 고통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회색 눈동자는 굶주린 늑대처럼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눈동자가 정확히 나를 꿰뚫었다.
“…어째서, 당신이 여기에.”
목소리는 쩍쩍 갈라져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날카로움은 여전했다. 그는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혹은 체념했다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에 이전 생의 마지막 순간이 겹쳐 보였다. 심장이 얼음 조각에 찔린 듯 아팠다. 나는 애써 그 감정을 억누르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
“빚을 받으러 왔어.”
나는 쇠창살 앞으로 다가갔다. 함께 온 기사가 능숙하게 자물쇠를 따는 동안,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당신이 이대로 죽어버리면 곤란하거든. 내 복수는 아직 시작도 못 했으니까.”
내 말에 그의 입가에 희미한 냉소가 걸렸다. 피가 묻어난 입술이 뒤틀리며 만들어낸 웃음은 처절하게 보였다.
“복수라… 좋군요. 하지만 여기까지 직접 행차하신 대가가 고작 그것뿐입니까, 전하. 당신답지 않게 감상적이군.”
“닥쳐.”
나는 쇠창살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그리고 그의 앞에 쭈그려 앉아 품속에서 해독제가 든 유리병을 꺼냈다. 붉은 액체가 횃불 빛을 받아 그의 눈동자에 섬뜩하게 비쳤다.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으니. 아직은. 당신에게 알아내야 할 것들이 산더미 같거든. 레프니아, 붉은 달, 그리고… 당신이 날 죽인 진짜 이유까지.”
마지막 말을 내뱉는 순간, 내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카엘의 눈빛이 순간 깊게 가라앉았다. 그의 시선이 내 손에 들린 해독제 병에 닿았다.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서 수만 가지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것을 보았다. 후회, 고통, 그리고 내가 감히 이름 붙일 수 없는 어떤 절박함까지도.
나는 병마개를 열었다. 독특하고 쌉쌀한 약초 향이 퍼져나갔다. 그의 턱을 잡고 입을 벌리게 하려던 순간, 그가 내 손목을 낚아챘다. 쇠사슬이 짤랑이는 소리가 섬뜩하게 울렸다. 독에 당해 기력이 쇠했을 터인데도, 그의 악력은 상상 이상으로 강했다.
“마시지 않겠다면 억지로라도 먹일 거야.”
“…….”
그는 대답 대신 나를 뚫어져라 바라볼 뿐이었다. 그의 눈빛은 ‘마시지 않겠다’가 아니었다. 그것은 경고였다. 마치 내가 지금 저지르려는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나는 물러설 수 없었다. 이 판의 주도권은 내가 가져와야만 했다.
“마지막 기회야, 카엘 드 로안.”
나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애쓰며 병을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 그의 눈빛이 절망처럼 흔들렸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결코 예상하지 못했던 말을.
“그 약을 마시면… 당신이 위험해져.”
“뭐…?”
“이 독은… 단순한 독이 아니오. 그것은 표식이야. 나와… ‘붉은 달’을 잇는….”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감옥 복도 저편에서 육중한 발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함성을 지르며 달려오는 소리였다. 수가 너무 많았다. 밖에서 망을 보던 기사의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전하! 함정입니다! 퇴로가 막혔습니다!”
카엘은 내 손목을 놓지 않은 채, 핏기 없는 입술로 절박하게 속삭였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내 귓가에 닿았다.
“버리고 가시오. 지금 당장.”
나는 그를 뿌리치고 해독제를 그의 입에 억지로 쏟아부었다. 붉은 액체가 그의 목울대를 타고 넘어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내 선택이었다. 나의 도박이었다. 그가 살아야 모든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시끄러워. 내 허락 없인 못 죽어, 당신은.”
그 순간, 카엘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뜨였다. 독의 기운이 사라지며 그의 눈동자에 총기가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표정은 안도가 아닌, 완전한 절망으로 물들었다. 그는 나를 바라보며 거의 울부짖듯 외쳤다.
“멍청한…! 당신이 마신 게 아니란 걸 그들이 알게 되면 어쩔 셈이었소!”
동시에, 횃불을 든 수십 명의 병사들이 복도를 가득 메우며 우리를 완벽하게 포위했다. 그들 사이로, 벨라스 백작이 섬뜩한 미소를 지으며 걸어 나왔다.
“이제야 오셨군요, 황녀 전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우리의 새로운 ‘레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