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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이는 총구가 유진의 심장을 겨누는 순간, 민재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아당겼다. 차가운 금속이 피부를 스치며 내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주차장 공기를 갈랐다. 유진의 드레스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의 셔츠에 달라붙었고, 그녀의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선택은 이미 끝났어. USB는 내 손에 있을 때만 의미가 있지.”
민재의 목소리가 낮게 깔렸다. 그는 유진을 몸으로 가리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여검사의 안경 렌즈가 헤드라이트 불빛을 받아 붉게 번들거렸다. 그녀의 구두가 콘크리트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리듬처럼 울렸다.
“민재 씨, 감상은 여기까지예요. 그 파일 속에 적힌 진짜 이름은 당신 아버지가 아니라, 유진 씨의 동생이 남긴 유일한 혈육입니다. 당신이 그 아이일 가능성이 99퍼센트라는 걸 알게 되면, 이 계약은 더 이상 거래가 아니게 되겠죠.”
여검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진의 손가락이 민재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그녀의 숨결이 그의 목덜미를 간질였다. 민재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뒤로 밀며, 동시에 USB를 주머머니에서 꺼내 흔들었다. 금속의 차가운 무게가 손바닥을 누르는 감촉이 선명했다.
“그 이름이 정확히 뭐지? 내 피가 누구의 것인지 지금 당장 말해.”
광수가 권총을 들어 올리며 웃었다. 담배 연기가 그의 입에서 피어올랐다.
“말해줄게. 대신 그 USB를 먼저 내게 넘겨. 그러면 유진은 살고, 너는 네가 누구인지 알게 될 테니까.”
유진이 몸을 틀어 민재의 앞을 막아섰다. 그녀의 드레스가 그의 가슴에 스치며 부드러운 마찰음을 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다.
“광수, 네가 원하는 건 그 파일이 아니야. 너는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 자체를 지우고 싶을 뿐이잖아.”
민재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유진의 어깨를 잡아당겨 자신의 뒤로 숨기며, 수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수현의 차 문이 열리며 그의 향수 냄새가 바람을 타고 밀려왔다.
“수현, 너도 이걸 알고 있었던 거냐? 내가 유진의 조카가 아니라… 다른 무언가라는 걸.”
수현은 차에서 내려 천천히 다가왔다. 그의 구두 소리가 바닥을 긁으며 메아리쳤다.
“알고 있었지. 그런데 네가 그걸 알게 되면, 민재, 너는 더 이상 법조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어. 그래서 내가 배신한 거야. 네가 끝까지 모르게 하려고.”
바로 그때 주차장 뒤편에서 또 다른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 검은 세단이 천천히 다가오며 헤드라이트를 껐다. 차 문이 열리고, 낯선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지만, 목소리는 익숙했다.
“오랜만이구나, 민재.”
그 남자가 USB를 향해 손을 뻗었다. 민재의 손이 저절로 뒤로 물러났다. 콘크리트의 차가운 표면이 발바닥을 자극했다. 유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의 가슴이 민재의 등에 닿으며 따뜻한 온기를 전했다.
“아버지…?”
민재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에 주차장 공기가 얼어붙었다. 남자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나는 네 진짜 아버지가 아니다. 하지만 네가 이 USB를 열기 전에, 한 가지 더 알아야 할 게 있지. 유진, 너도 이제는 말할 때가 됐어.”
유진의 손이 민재의 팔을 파고들었다. 그녀의 손톱이 살을 누르는 감촉이 아팠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민재, 믿지 마. 그 남자는… 네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야.”
여검사가 총을 더 가까이 들이밀었다. 총구가 유진의 어깨를 스치며 차가운 금속의 촉감을 남겼다. 민재는 USB를 움켜쥐고 몸을 돌렸다. 그의 발이 바닥의 물웅덩이를 밟으며 튀는 소리가 났다.
“모두 멈춰. 이걸 열기 전에, 진실을 하나만 더 말해. 내가 유진의 혈육이 아니라면, 왜 지금까지 이 계약을 유지한 거지?”
관료가 서류를 흔들며 끼어들었다.
“그건 네가 유진의 보호자가 아니라, 그녀가 너를 보호하려 했기 때문이지. 네 아버지가 죽은 날, 유진은 너를 데리고 도망쳤다. 그때부터 계약은 시작된 거야. 사랑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민재의 몸이 굳었다. 그는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고, 눈동자가 그의 시선을 피했다. 차가운 밤바람이 두 사람 사이를 스치며 드레스 자락을 날렸다.
광수가 웃으며 권총을 재장전했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렸다.
“이제 선택해, 민재. USB를 열든지, 아니면 유진을 잃든지. 그런데… 그 파일을 열면, 너는 네가 지금까지 믿어온 모든 게 거짓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여검사가 총구를 내리며 한 걸음 물러섰다. 그녀의 안경이 빛을 받아 번쩍였다.
“그리고 그 진실을 알게 되면, 민재 씨, 당신은 더 이상 그녀와 계약을 유지할 수 없게 될 겁니다.”
민재는 USB를 꽉 쥐었다. 유진의 손이 그의 손등을 덮었다. 따뜻한 손바닥의 감촉이 차가운 금속과 대비되었다. 주차장 입구에서 또 다른 차량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헤드라이트가 어둠을 가르며 다가오는 그림자가 점점 커졌다.
“민재… 지금은 도망쳐야 해.”
유진의 속삭임이 그의 귀를 간질였다. 그러나 민재는 움직이지 못했다. 그의 눈동자가 USB와 유진, 그리고 다가오는 차량 사이를 오갔다. 관료가 낮게 웃었다.
“늦었어. 이제 모든 게 드러날 테니까.”
다가오는 차량의 문이 열리며, 낯선 실루엣이 걸어 나왔다. 그 그림자가 민재의 시야를 가리며, 공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