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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의문의 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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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던 걸까. 그렇게 결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 켠에는 여전히 떨림과 불안함이 존재했다. 황제의 목소리와 눈빛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과연 그가 내린 결심이 좋은 결말로 이어질 수 있을지,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방문 앞에 도착했을 때, 시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란 듯 표정이 질렸고, 급히 내게 다가와 무언가 말을 하려는 듯 보였다.

"공녀님, 방에 이상한 서신이 도착했습니다."

그녀의 말에 나는 의아한 기분이 들었다. 라에르 공작의 것이 아닌 또 다른 서신이라니. 나는 잠시 고민하다 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방 한가운데 있는 테이블 위에 서신이 놓여 있었다. 작은 도장도 없는, 단순한 봉투였지만 여느 때보다도 신경이 쓰였다.

봉투를 열어 펼쳐보니, 글씨는의뢰가 있었다. 구석에서부터 차츰 중심을 향해 글이 쓰여 있었고, 그것은 '세아 공녀께'라는 문구로 시작되었다. 알 수 없는 누군가로부터의 서신이었다. 그 안에는 말 그대로 찾아오는 위협에 대비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 와중에 황제를 믿지 말라는 경고가 적혀 있었다.

'또다시 황제를 믿지 말라고… 이게 다 뭔가.'

일련의 경고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나를 보호하고자 보내진 건지, 아니면 나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건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곧 이 편지가 새로운 변수가 돼 내 삶에 드리워질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 와중에 문이 조용히 열렸다. 황제가 다시 내 방을 찾아온 것이다. 그의 눈빛에는 어딘가 심중한 것이 있었고, 나는 그 앞에서 방금 받은 서신을 펼쳐보였다.

"폐하, 이것을 보십시오."

그는 천천히 다가와 서신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은 예상치 못한 어둠과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이건…"

그가 말을 잇지 못할 만큼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표정을 가다듬고 나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

"세아 공녀, 누가 이런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야 합니다. 당신에게 헤아릴 수 없는 위험이 따르고 있다는 게 분명합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혼란스러웠다. 방금의 부드러운 대화와 따스한 약속들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황제도 귀족들 사이에서 거센 풍파 속에 놓인 걸까.

"폐하께서 안전한 거리를 유지해 주십시오. 적인지 아군인지 확신이 서지 않은 자리에 내 옆에 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언젠가 그를 믿고 붙잡을 수 있으리라 바랐지만, 그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는 자신이 불안했다. 그가 나를 믿어 본 순간, 그 믿음이 누군가에 의해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황제는 그저 한숨을 내쉬며, 작은 고뇌가 담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길 속에는 혼란들이 스며 있었지만, 그는 조금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신 곁에 있는 것이 결코 위험하지 않게 할 것입니다. 이 상황을 두고 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의 결단이 담긴 목소리가 방 안을 울리고 나는 그가 결코 한 발짝 물러서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황실 내의 권력 규모를 넘어서는 모습들이 떠올라 다시금 경계를 갖게 만들었지만, 단지 내게 그가 손을 내밀었다는 것만으로 어떠한 힘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우리는 말없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의문의 서신과 결정할 수 없었던 선택들 속에서 언제나 각자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살아왔기에, 그 어느 순간보다 특이한 교차점에 서게 되었다.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라면, 이제부터는 더욱 긴장하고 서로를 이해해야 할 때임을 직감했다. 그가 방을 나가는 걸 볼 때까지도 여운은 지나가지 않았다.

남겨진 의문과 함께, 감당해야 할 책임감의 무게가 더해졌다. 이 수수께끼를 푸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함께 한다면 어떤 길을 걷게 될지 더욱 기대하게 됐다.

다음 날의 시점은 또 달라질 것이고, 새로 발견될 인물과 진실들이 펼쳐질 것이다. 황제와의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그 끝은 내게 있어 진실로 채워질 것을 기대하며 고요히 심경을 가다듬어 갔다.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던 그 순간, 나는 황제가 남긴 작은 미소 가닥을 잡고 내일의 태양을 마주할 준비를 마쳤다. 아직도 깊은 어둠 속에 갇혀 있지만, 그 불확실함을 개척해 나가야 했다.

밤은 진정 깊어 갔고 나는 다음 단계로의 발걸음을 천천히 띄웠다. 황제와 함께 그려갈 내일의 서사를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