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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새벽의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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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밝아 오는 속도는 느리고도 조용했다. 전날 밤 황제와 나눈 대화의 여운이 여전히 내 마음속을 감돌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놓지 않으려 애쓰며 동쪽 정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벌어질 일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묘한 기대감이 솟아올랐다. 황제의 약속이 내게 힘을 주었으니 말이다.

정원에 도착했을 때, 안개가 가볍게 깔린 정경이 나를 맞이했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며 내 볼을 스쳤고, 새벽의 촉촉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외투의 앞섶을 여미며 정원의 중심으로 더 깊이 걸어들어갔다.

그는 이미 그곳에 있었다. 라에르 공작, 어젯밤의 식사 자리에서 처음 마주쳤던 그 남자가 한 손에 두루마리를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했지만, 오늘 아침은 다르리라 기대했던 나 자신이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오셨군요, 공녀님." 그의 목소리가 새벽 공기 속에서 나지막이 울렸다.

"여기까지 오게 만든 이유가 무엇입니까?" 나는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 대꾸했다.

"경고 드렸던 그대로입니다." 공작은 손에 들린 두루마리를 흔들며 말을 이었다. "황제는 당신을 지킬 수 없다고. 하지만 나는 달라요. 나와 손을 잡으신다면 당신의 안위를 보장할 수 있습니다."

그의 제안은 직설적이었다. 나는 잠시 숨을 고르며, 그런 유혹에 쉽게 넘어가선 안 된다는 것을 되새겼다. 황제와의 짧지만 깊은 대화가 떠올랐고, 나는 더 단호하게 대답할 수 있었다.

"왜 제가 당신을 믿어야 하죠? 단지 말로만 하는 약속들이라면 그 가치를 믿을 수 없습니다."

라에르 공작은 약간의 실망을 감추지 않은 채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날카롭고 탐색하는 것이었지만, 어딘가 진지함이 내포되어 있었다.

"여기엔 여러 상황들이 얽혀 있습니다, 공녀님. 당신이 알 수 없는 것들이지요. 그리고 그 중심에는 황제가 있습니다. 당신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현실을 직시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서로 잠시 말을 멈추고 고요 속에 머물렀다. 두 사람 간의 긴장과 경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 나는 그의 말에서 어떤 진실을 엿볼 수 있을지 고민하며 한 걸음 내디뎠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당신의 제안은 저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닙니까?"

공작은 가볍게 웃었다. 그의 웃음 속엔 여유가 스며 있었다.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 모두에게 유리하게 상황을 바꿀 수 있는 방법도 포함되어 있죠. 당신이 이런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도록 돕는 것이 제 이득으로 이어질 수 있지요."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속 깊이 이 기회를 놓치는 것을 주저했다. 그러나 동시에 황제의 말을 떠올렸다. 그의 신뢰가 내게는 더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결단을 내려야 했다.

"공작님, 당신의 제안을 믿을 수도 있고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믿고 선택하는 것은 다름 아닌 황제의 옆입니다."

공작은 나의 결정을 듣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계획을 알지 못하는 이 모든 상황 속에 갇혀 있지만, 자신 있는 채로 그 앞에 서 있었다.

"그럼, 더 할 말은 없군요." 공작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둘 모두 한걸음 후퇴하며 대면을 끝냈고, 나는 그의 곁을 떠났다. 하지만 등을 돌린 채 걸어가면서도 그의 시선이 여전히 나를 따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길을 걷는 동안, 나는 마치 벼랑 끝에 선 양극의 기로에서 걸어가고 있음을 깨달았다. 황제의 신뢰를 받아들이고자 했던 내 결단이 간단한 일이 아님을 깨닫기도 했다.

황실 내의 세력 다툼과 권력의 균형이 얼마나 복잡하게 얽혀 있는지, 그것을 이해하는 것은 여전히 까마득했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서 쉽게 물러날 생각은 없었다.

내일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속에서 나는 내 머리를 들어 결단을 확고히 했다. 그리고 황제와 함께 맞이할 새로운 빛을 상상하며, 그 속에서 나의 역할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새벽의 약속은 끝났고 다시 현실로 돌아왔지만, 한계 속에 숨겨진 무언가를 더 발견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나는 또 다른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불확실한 모든 것의 경계를 넘어, 이제 진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는 걸 알았다. 그 끝이 향해 가는 길이 어디로 뻗어 있을지 궁금해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