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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예상치 못한 혈맥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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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 끝에서 나타난 여자의 목소리가 공기를 찢었다. “수아, 너 오랜만이네. 네 어머니가 보고 싶어하시더라.” 그 한 마디에 수아의 손톱이 민재의 셔츠를 파고들었다. 천이 찢어지는 미세한 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민재는 수아를 끌어안은 채 몸을 돌렸다. 여자는 마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단발머리에 회색 정장을 입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불빛에 번들거리며 모두를 훑었다. 선희가 먼저 반응했다. “이게 누구야? 수아, 네가 아는 사람이야?”

수아의 입술이 바짝 벌어졌다. “이모… 왜 여기 계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갈라졌고, 발바닥이 타일 위에서 미끄러지듯 뒤로 물러섰다. 민재는 그녀의 허리를 더 세게 감쌌다. 따뜻한 체온이 손바닥에 전해졌지만, 그녀의 심장 박동은 너무 빨랐다.

준호가 어둠 속에서 한 걸음 나섰다. “아, 최 이사님. 드디어 오셨군요.” 그의 말투는 평소와 달랐다. 부드러운 웃음 뒤로 날이 서 있었다. 민재는 준호를 노려보았다. “너, 이 여자를 아는 거야?”

준호는 어깨를 으쓱했다. “알죠. 태준 형이 소개해 줬으니까. 최 이사님은 수아 씨 어머니 회사에서 일하시던 분인데… 이제는 민호 씨 편이시더라고.”

민호가 계단 난간에 기대며 웃었다. “준호, 말은 잘하네. 그런데 사실은 조금 다르지. 최 이사님은 네가 부른 거 아냐?” 준호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그의 손이 주머니 속에서 전화기를 꺼냈다가 다시 넣었다.

선희가 수아를 민재에게서 떼어내려 했다. “수아, 이 사람 말 믿지 마. 이모가 왜 갑자기 나타난 거야?” 수아는 고개를 저으며 민재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민재… 이 이모는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연락이 끊긴 사람이야. 그런데…”

최 이사가 천천히 다가왔다. 그녀의 하이힐 소리가 복도를 울렸다. “수아야, 네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진작 말했어야 했는데. 네가 아버지 회사에 들어간 이유, 민재를 만난 이유… 그 모든 게 계획이었어.”

민재의 손이 수아의 등을 쓰다듬었다. “무슨 계획이라는 거죠?”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최 이사는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이걸 보면 알겠지. 민재 씨, 네가 입양된 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는 걸.”

그 서류를 받아든 순간, 민재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잉크 냄새가 코를 찔렀다. ‘1996년 입양 기록, 생모: 최○○’ 첫 줄이 눈에 들어왔다. 수아의 몸이 완전히 굳었다. “이모… 그게 무슨 뜻이에요?”

최 이사가 웃었다. “네 어머니가 민재의 생모였어. 수아. 너희 둘은 이복 남매야.”

복도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빗소리만 창문을 때렸다. 민재는 서류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종이가 흩어지며 그의 발밑으로 날아갔다. 수아의 무릎이 꺾였다. 그녀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손으로 입을 막았다. “그럴 리 없어… 민재는…”

민재는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손이 떨렸다. “수아, 이건… 거짓말이야.” 그러나 그의 목소리도 확신이 없었다. 준호가 뒤에서 낮게 웃었다. “미안, 민재. 태준 형이 이걸 알려주라고 했어. 네가 계속 수아를 붙잡고 있으면 안 된다고.”

선희가 준호에게 달려들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 동생을 갈라놓으려고?” 준호는 선희의 손을 가볍게 밀쳤다. “선희 씨, 이건 가족 문제예요. 당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고요.”

그때 아래층에서 경찰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민재 씨, 다시 올라가실 시간입니다. 추가 질문이 있습니다.” 사이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민호가 전화기를 흔들며 말했다. “아버지가 경찰에 더 많은 걸 넘겼어요. 입양 기록 위조 혐의로 민재 씨를 데려가려는 거죠.”

민재는 수아를 일으켜 세웠다. 그녀의 눈물이 그의 셔츠를 적셨다. “수아, 나… 너를 포기할 수 없어.” 수아는 고개를 들었다. “민재, 우리… 이제 어떻게 해?”

최 이사가 한 걸음 더 다가왔다. “수아, 네 어머니가 남긴 유언이 있어. 민재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거였지. 네가 그걸 어기면, 네가 가진 모든 걸 잃게 될 거야.”

수아의 손이 민재의 팔을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을 파고드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그 유언… 왜 이제야 말하는 거예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준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민재, 사실 하나 더 있지. 네가 입양된 이유는 네 생모가 수아의 어머니와 같은 회사를 다녔기 때문이 아니야. 네 아버지가 그걸 이용해 수아의 가족을 협박하려 했던 거지.”

민재는 준호를 향해 몸을 돌렸다. “너…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준호는 미소를 지우지 않았다. “태준 형이 어제 밤에 다 말해줬어. 네가 계속 모르고 있으면, 수아 씨가 더 다칠 거라고.”

선희가 수아를 끌어당겼다. “수아, 여기서 나가자. 이 남자랑은 이제 끝이야.” 수아는 민재의 손을 놓지 않았다. “언니, 싫어. 민재를 믿을 거야.”

그 순간, 복도 저편에서 태준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또 다른 서류를 들고 서 있었다. “형, 이제 선택할 때가 됐어. 이 서류를 보면 네가 누구 아들인지, 그리고 수아와의 관계가 왜 금지된 건지 알게 될 거야.”

민재는 태준을 노려보았다. “태준, 너까지?” 태준은 서류를 흔들며 웃었다. “미안해. 하지만 이건 아버지의 명령이었어. 수아 씨의 과거를 이용해 민호를 제거하려는 거지.”

민호가 손뼉을 쳤다. “재미있네. 이제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됐군.” 경찰이 다시 계단을 올라왔다. “민재 씨, 이제 가시죠.” 민재는 수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렸다.

최 이사가 마지막으로 말했다. “수아, 네가 선택해. 민재를 지킬 건지, 아니면 네 어머니의 유언을 따를 건지.”

수아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민재… 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복도 끝에서 새로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낯선 남자였다. 그는 민재를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민재 씨, 당신이 제 아들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됐네요.”

민재의 몸이 완전히 굳었다. 수아의 손이 그의 손에서 미끄러졌다. 빗소리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가 점점 더 세차게 울렸다. 모두의 시선이 그 남자에게 집중됐다. 그리고 사이렌 소리가 다시 복도를 가득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