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아의 아버지 오철수는 사기꾼이었다. 연아는 스무 살에 그 사실을 알았다. 이십 년 넘게 숨겨온 사기 행각이 드러났고, 아버지는 그날 밤 도주했다. 연아는 그 이후로 아버지를 보지 않았다.
---
그로부터 칠 년이 지났다. 어느 봄날 오후,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 오철수가 부산 외곽 모텔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내용이었다. 심장마비 추정, 타살 흔적 없음.
---
장례는 제가 치를게요. 화장으로 해주세요.
---
화장터에서 유류품 봉투를 받았다. 낡은 지갑, 바늘 없는 시계, 그리고 연아 이름이 적힌 편지 한 통. 연아는 집에 돌아와서야 봉투를 뜯었다.
---
연아야. 아빠가 잘못 살았다. 그건 알고 있어. 근데 이건 그것과 다른 얘기야. 네가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이미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거야.
---
우리 집 401호 욕실 배수관 뒤에 봉투가 있어. 그거 들고 지금 당장 서울 떠나. 경찰한테는 절대 말하지 마.
---
401호... 욕실 배수관. 여기가 401호잖아.
---
연아는 욕실로 들어갔다. 배수관 뒤쪽 틈새를 손으로 더듬었다. 차가운 금속 느낌. 뭔가 잡혔다. 방수 처리된 두꺼운 봉투였다.
---
봉투 안에는 세 가지가 있었다. 현금 오백만 원. 검은 USB 드라이브 하나. 그리고 메모 쪽지 한 장.
---
이 USB에 파일이 있어. 그게 그들을 끝낼 수 있어. 근데 혼자선 안 돼. 탐사기자 강태민 찾아가. 내 이름 대면 알 거야.
---
연아는 욕실 바닥에 주저앉았다. 아버지는 사기꾼이었다. 평생 거짓말을 해온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건 달랐다. 죽기 직전에 이걸 숨겨뒀다는 건, 진짜로 두려웠다는 뜻이었다.
---
강태민 기자. 탐사보도팀.
---
검색 결과가 나왔다. 지방지 탐사보도팀 소속. 기사 목록이 쭉 떴다. 그런데 마지막 기사 날짜가 이상했다. 두 달 전에서 멈춰 있었다. 아버지가 사망한 날과 똑같았다.
---
두 달 전... 아버지랑 같은 날 사라진 거야?
---
그때 창밖에서 소리가 났다. 엔진 소리였다. 연아는 커튼 틈으로 내다봤다. 아파트 입구 쪽에 검은 차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갔다.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쳤다. 그런데 오 분 뒤, 같은 차가 다시 지나갔다.
---
이미 시작된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