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원이 엄마의 방에 들어선 건 늦은 오후였다. 엄마는 창가에 앉아 먼 곳을 보고 있었다. 오지원이 가까이 다가가 손을 잡았지만, 엄마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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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야. 지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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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눈이 천천히 움직였다. 그러나 그 눈 안에는 오지원을 알아보는 빛이 없었다. 오지원은 숨을 한 번 삼켰다. 의사가 말했던 대로였다. 기억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딸의 얼굴은 흐릿해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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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나오다가 서랍 위에 놓인 봉투를 봤다. 하얀 봉투 위에 엄마의 필체로 적혀 있었다. 지원이에게. 첫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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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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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원은 봉투를 들어 올렸다. 봉투 옆에는 번호가 붙은 봉투들이 나란히 세워져 있었다. 두 번째, 세 번째, 열두 번째까지. 엄마가 아직 기억이 있을 때 직접 써서 남겨둔 것들이었다. 오지원은 첫 번째 봉투를 천천히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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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아. 이 편지를 읽고 있다면 엄마가 너를 못 알아보기 시작했다는 뜻이야. 아마 오늘 엄마 앞에 섰는데, 엄마는 낯선 사람 보듯 했을 거야. 많이 무너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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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 아직 읽을 게 많으니까. 엄마는 지금 괜찮아. 기억이 있을 때 쓰는 거야. 첫 번째 편지에는 딱 하나만 쓸게. 고마워. 태어나줘서. 엄마 딸로 와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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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원은 편지지를 손에 쥔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어깨가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