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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새로운 길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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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역의 어둠 속을 가로지르며 나는 머릿속을 비우려고 애썼다. 유령의 정체와 내 잃어버린 기억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머리를 떠돌고 있었지만, 지금 내가 집중해야 할 것은 달아나는 것뿐이었다.

"이나, 오른쪽으로 돌아, 거기 계단이 있어."

유령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의 지시가 없다면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찾기란 요원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방향을 틀었다. 눈앞에 뻗어 있는 어두운 계단이 보였다. 계단은 지하 더 깊은 곳으로 이어지는 듯 보였다.

"여기서 내려가도 괜찮은 거야? 드론들이 쫓아오잖아."

내가 묻자, 유령은 대꾸했다. "걱정마, 내가 시스템 해킹해서 시간 벌어줄게. 그새 녀석들이 모니터링하는 걸 조금 느리게 만들었지만, 오래 버티진 못해. 빨리 움직여."

그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이 신뢰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그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계단을 내려가는 내 발소리가 메아리치고, 내 심장은 두려움과 기대 때문에 빠르게 뛰었다.

계단을 내려갈수록 공기는 더욱 찼고, 천장의 습기가 물방울로 떨어졌다. 공간은 점점 좁아졌고, 나는 문득 내가 이 깊은 곳에서 길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나, 잘 하고 있어.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돼. 그쪽 터널을 지나면 고아원이 나올 거야. 지금은 비어 있는 곳이지."

고아원이라는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왜 하필 고아원이란 말에 이렇게 마음이 움직일까? 나도 모르게 가슴 속 어딘가에서 향수가 느껴졌다. 그 답답하고 음산한 공간이지만 묘한 위안이 느껴지기도 했다.

계단을 다 내려왔을 때, 터널의 한쪽 끝에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 빛은 아주 작고 희미했지만 그 방향이 내가 나아가야 할 길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기야, 유령, 이제 뭘 해야 해?"

그는 잠시 조용했다. "네가 질문을 많이 하는 건 알겠지만, 지금은 서두르는 게 우선이야. 네가 그 터널 끝까지 가야만 해. 거기서 만나자. 그곳에선 내 계획을 설명해 줄게."

계획이라니, 유령이 뭔가 준비하고 있다는 건가? 나는 그의 말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길은 계속해서 낮고 좁은 상태였고, 이상한 기계음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그 소리는 마치 과거에 여기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아직도 잔재로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터널을 빠져나오자, 정말로 한적한 고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벌거벗은 벽돌과 허름한 구조물들, 낡은 창문들이 배경이 되었다. 나는 주변을 경계하며 고아원 안으로 들어섰다. 빈 복도에는 먼지만이 쌓여 있었고, 오래된 방들 사이로 스산한 바람이 지나가며 작은 소음을 만들었다.

"이나, 안으로 들어왔어?"

유령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고아원의 교실이나 방, 그리고 내 기억 속에서는 불분명한 장면들이 오버랩되고 있었다.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없는 감정이 가슴속에서 솟구쳤다.

"여기 왔어, 여기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그의 목소리가 낮았다. "고아원과 관련이 있어? 그럴 수도 있겠다. 네 과거가 이곳에 묻혀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지금은 그걸 탐색하기엔 시간이 부족해."

긴장감이 다시 파고들었다. 나는 고아원의 작은 교실에 들어섰다. 교실에는 벗겨진 포스터와 오래된 책들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 그곳 중심에는 작은 컴퓨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이나," 그는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이 컴퓨터는 우리가 네 기억을 되찾기 위한 첫 단계야."

나는 그의 얼굴을 향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제서야 그가 바로 유령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얼굴은 낯설지만, 이유 모를 친숙함이 스며들었다.

그와 내가 공유한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를 향해 다가섰다. "내 기억들을 찾으려면 뭘 해야 해?"

유령은 컴퓨터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이걸 통해 네 잃어버린 기억 조각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하지만 하나 경고할게. 네가 찾는 기억이 모두 행복한 건 아닐지도 몰라."

그의 말에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응시했다. 화면에는 고아원 시절의 나와 비슷한 아이들 사진들이 떠올랐다.

"준비됐어, 유령. 시작해 봐."

그는 미소 지으며 키보드를 누르기 시작했다. 화면 속에 보이는 나의 과거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 마음은 두려움과 설렘이 얽혀들었고, 이 기억의 조각들이 결국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기대와 불안 속에서 나는 그저 결과를 기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