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에피소드는 오디오북이 제공되지 않습니다.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온 김태훈의 낮고 위협적인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를 맴돌며 나를 옥죄었다. "강아린 씨, 오준혁과 너무 가까이 있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그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알게 되면… 후회할지도 몰라요." 그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내 가슴을 찌르고 지나갔다. 나는 떨리는 손끝으로 전화기를 내려다보았다. 화면은 이미 꺼져 있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었다. 심장이 쿵쿵 뛰며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대체 무슨 진실을 말하는 걸까? 오준혁이 숨기고 있는 게 뭐란 말인가?
나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손바닥에 닿는 숨결이 뜨겁고 불규칙했다. 펜트하우스의 고요함이 오히려 더 무겁게 느껴졌다. 창문 너머로 새벽빛이 희미하게 스며들며 방 안을 어스름하게 물들였다. 공기 속에는 미세한 먼지 냄새와 함께 그의 방에서 풍겨오던 위스키 향이 은은하게 남아 있었다.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스스로를 다잡으려 애썼다. ‘강아린, 정신 차려. 이건 계약일 뿐이야. 그의 비밀에 휘말리지 마.’ 하지만 그 다짐은 허공 속으로 흩어질 뿐이었다. 김태훈의 경고, 오준혁의 깊은 눈빛, 그리고 그의 손길이 내 턱을 스쳤던 순간. 모든 것이 나를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문득 복도 너머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며 귀를 기울였다. 발소리는 느리고 무거웠다. 오준혁이 돌아온 걸까? 나는 망설이며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거실의 낮은 조명 아래, 그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는 소파에 앉아 머리를 손으로 감싸쥔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셔츠는 여전히 구겨져 있었고, 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다. 그의 어깨선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숨을 죽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그를 이렇게 몰아넣는 걸까?
나는 조심스럽게 거실로 나가 그의 곁으로 다가갔다. 나무 바닥이 발밑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고요한 공간을 울렸다. 그가 고개를 들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피로와 복잡한 감정으로 뒤엉켜 있었다. 눈 밑에는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나는 그의 앞에 서서 손끝으로 드레스 자락을 살짝 쥐었다. 목이 메이는 기분이었다.
"늦었는데… 괜찮으신가요? 얼굴이 많이 피곤해 보여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숨결에서 희미한 위스키 냄새가 풍겨왔다.
"강아린, 왜 아직 안 자고 있어? 나 때문에 깬 건가?"
그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그냥… 잠이 안 와서요. 당신이 급히 나가셨다가 돌아오셔서, 좀 걱정돼서…"
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는 어딘가 자조적으로 보였다.
"걱정이라. 네가 나를 걱정해 줄 필요는 없어. 이건 계약일 뿐이잖아."
그의 말은 단호했지만, 어딘가 흔들리는 울림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의 말투는 차갑지만, 그 안에는 나를 밀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숨어 있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옆에 앉았다. 소파의 가죽이 차갑게 엉덩이를 감싸며 온몸에 전율이 퍼졌다.
"계약이라도… 사람이잖아요. 피곤해 보이는데, 좀 쉬세요."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한순간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소파 옆 테이블에 놓인 위스키 잔을 집어 들었다. 잔 속 액체가 낮은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
"쉬는 건 나한테 사치야. 할 일이 많아. 네가 신경 쓸 필요 없는 일들이지."
그의 말은 단호했지만, 손끝으로 잔을 쥐는 힘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나는 그의 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도울 수 있는 건 없나요? 그냥, 옆에 있는 것만이라도요."
그는 잔을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이 한순간 깊어졌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낮게 중얼거렸다.
"네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하지만 강아린, 나한테 너무 가까이 오지 마. 그건 너한테도 위험해."
그의 말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위험하다니, 대체 무슨 의미일까? 나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진 모습, 날렵한 턱선이 굳게 다물려 있는 모습. 나는 손을 꼭 쥐며 대답했다.
"위험이라니…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좀 더 말해 주실 수 없나요?"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깊고 복잡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강아린, 네가 알 필요 없는 일이야. 내가 말했잖아. 나를 너무 깊이 들여다보지 마. 그건 우리 둘 다에게 좋지 않아."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손끝으로 소파를 스치며 긴장을 풀어보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말은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들 뿐이었다. 김태훈의 경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가 숨기고 있는 진실을 알게 되면 후회할지도 몰라요.’ 그 말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며,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있었다. 그의 체취, 그의 숨결, 그리고 그의 눈빛. 모든 것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새벽빛이 점점 더 밝아지며 방 안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공기 속에는 아침의 차가운 냄새가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계속 스스로를 다잡았다. 하지만 그의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내 모든 이성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전화를 받았다.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알았다. 곧 갈게."
그는 전화를 끊고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다시 한 번 초조함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짧게 말했다.
"강아린, 미안하다. 또 나가야겠어. 오늘은 좀 더 늦을 것 같아. 쉬고 있어."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이 피어올랐다. 또 급한 일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 계속 그를 쫓는 걸까? 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조심하세요.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은 깊고 복잡했다. 그는 낮게 대답했다.
"고맙다, 강아린. 너도 쉬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급히 문을 나섰다. 나는 거실에 서서 그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심장이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 그의 목소리, 그의 눈빛, 그리고 그의 부탁. 모든 것이 나를 점점 더 깊은 혼란 속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
시간이 흘러 오전이 되었을 때, 나는 펜트하우스에서 그의 일정 관련 서류를 정리하며 하루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김태훈의 경고와 오준혁의 비밀이 계속해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노트북을 열고 그의 스케줄을 확인하며 손끝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면 속 글자들이 흐릿하게 보일 정도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순간, 내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낯선 번호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김태훈일까? 나는 망설이며 전화를 받았다.
"강아린 씨, 잠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그 목소리는 낯익었지만, 김태훈의 것은 아니었다. 부드럽고 차분한 톤. 나는 순간 숨을 삼키며 대답했다.
"누구신가요? 무슨 일이시죠?"
"저는 이정훈입니다. 오 대표님의 비서요. 잠시 만나서 중요한 얘기를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시간 되시나요?"
그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사무적이었다. 나는 잠시 망설였다. 이정훈이라니. 오준혁의 비서라면 믿을 만한 사람일까? 하지만 그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진지함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나는 손끝으로 전화기를 쥐며 대답했다.
"네, 시간 괜찮아요. 어디서 뵐까요?"
"강남역 근처 카페로 오시면 됩니다. 30분 뒤에 뵙죠. 장소는 문자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나는 휴대폰을 내려다보며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중요한 얘기라니. 대체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걸까? 나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카페로 향했다. 거리로 나서자 차가운 아침 공기가 뺨을 스치며 온몸을 감쌌다. 나는 코트 자락을 여미며 걸음을 재촉했다.
카페에 도착했을 때, 이정훈은 이미 창가 자리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검은 수트를 입은 채로 서류 가방을 옆에 두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냉철하고 단정했으며, 눈빛은 날카로웠다. 나는 그의 앞에 앉으며 손끝으로 테이블 모서리를 살짝 쥐었다. 카페 안에는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져 있었고, 주변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강아린 씨,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오늘 이렇게 부른 이유는… 오 대표님과 관련된 중요한 사항 때문입니다."
그의 말투는 단호하고 직설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서류 가방에서 얇은 파일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파일의 겉면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나는 그를 바라보며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이게 뭔가요? 오 대표님과 관련된 거라면, 직접 말씀하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이 파일을 살짝 누르는 것이 보였다.
"강아린 씨, 오 대표님은 당신에게 모든 걸 말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의 곁에 있는 이상, 이건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요. 이 파일에는… 김태훈과 오 대표님의 과거에 대한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그 말에 나는 숨을 삼켰다. 김태훈이라니. 그의 이름이 다시 등장하는 순간, 온몸이 굳어지는 기분이었다. 나는 파일을 바라보며 손끝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손바닥에 땀이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왜… 제가 이걸 알아야 하나요? 저는 그냥 계약 관계일 뿐이에요. 그의 과거는 저와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날카로웠지만, 어딘가 걱정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강아린 씨, 당신은 이미 그 계약의 경계를 넘고 있습니다. 김태훈이 당신을 언급하는 이유, 그리고 오 대표님이 당신을 보호하려는 이유. 이 모든 게 단순한 계약이 아니에요. 이 파일을 읽어보세요. 그리고 스스로 판단하세요."
그의 말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파일을 바라보며 손을 뻗으려 했지만, 손끝이 떨리며 멈칫했다. 이걸 열어보면, 정말로 오준혁의 비밀을 알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 비밀이 나를 어디로 이끌까? 나는 깊은 숨을 내쉬며 파일을 집어 들었다. 종이의 차가운 질감이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첫 페이지를 넘기려는 순간, 이정훈이 나를 멈추게 했다.
"강아린 씨, 한 가지만 더. 이 파일을 읽는 순간, 당신은 그의 세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걸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그의 목소리는 낮고 진지했다. 나는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이 파일을 읽는 게 옳은 선택일까? 아니, 이미 나는 그의 세계 속으로 너무 깊이 들어와 버린 걸까?
---
파일을 손에 든 채 펜트하우스로 돌아왔을 때, 나는 거실 소파에 앉아 망설이고 있었다. 파일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고, 그 얇은 종이 묶음이 마치 나를 집어삼킬 듯한 무게감을 뿜어내고 있었다. 창문 너머로 해가 점점 저물며 방 안을 어두운 그림자로 물들였다. 공기 속에는 저녁의 서늘한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다. 나는 손끝으로 파일의 모서리를 스치며 계속 스스로를 다잡으려 애썼다. ‘강아린, 이건 네 일이 아니야. 이 파일을 열지 마.’ 하지만 이정훈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그 계약의 경계를 넘고 있습니다.’ 그 말은 나를 점점 더 흔들리게 만들었다.
그 순간,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파일을 덮으며 고개를 돌렸다. 오준혁이 거실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의 수트는 여전히 단정했지만, 얼굴에는 피로가 가득했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의 시선이 테이블 위의 파일로 향하는 순간,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다가와 파일을 바라보았다. 그의 턱선이 굳게 다물리는 것이 보였다.
"강아린, 그건 뭐야? 어디서 가져온 거지?"
그의 목소리는 낮고 날카로웠다. 나는 숨을 삼키며 손끝으로 소파를 쥐었다. 심장이 빠르게 뛰며 손바닥에 땀이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냥… 서류예요. 정리하려고 가져온 거예요. 별거 아니에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파일을 집어 들었다. 그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파일을 넘기며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천천히 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억눌린 격정이 춤추고 있었다.
"강아린, 이건 내 비서가 너한테 준 거지? 이정훈이 너를 만났나?"
그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위협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손끝이 떨리는 것을 감추려 애썼다. 대체 어떻게 알았을까? 나는 그의 눈빛을 마주하며 대답했다.
"네, 잠시 만났어요. 하지만… 별다른 얘기는 없었어요. 그냥 서류를 주고 갔어요."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파일을 테이블 위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그 소리가 고요한 공간을 울렸다. 그는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와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체취가 코끝을 스치며 온몸을 감쌌다. 나는 숨을 죽이며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강아린, 내가 말했잖아. 나를 너무 깊이 들여다보지 말라고. 이 파일, 읽었나?"
그의 목소리는 낮고 깊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아니요, 읽지 않았어요. 그냥… 가져온 것뿐이에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손이 내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 손끝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다행이다. 강아린, 이건 너한테 위험한 일이야. 내 과거는… 네가 알 필요 없는 어둠이야. 그러니 더 이상 캐묻지 마. 알겠지?"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단호한 힘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의 눈빛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 눈동자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이건 위험하다. 나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손길이 내 턱을 스치며 내려갈 때, 나는 온몸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알겠어요. 더 이상 묻지 않을게요. 하지만… 당신이 괜찮은지, 그게 걱정돼요."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손을 놓았다. 그리고 소파에 앉으며 낮게 웃었다. 그 웃음은 어딘가 쓸쓸해 보였다.
"걱정이라. 강아린, 네가 나를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나는 괜찮아. 그러니 너도… 이 일에서 손 떼. 알겠지?"
그의 말은 나를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피로에 젖은 얼굴, 단정하게 빗어 넘긴 머리카락이 살짝 흐트러진 모습. 나는 왜 이렇게 그에게 끌리는 걸까? 이건 계약일 뿐인데, 왜 그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흔들리는 걸까?
그 순간, 내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나는 본능적으로 화면을 확인했다. 낯선 번호였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김태훈일까? 나는 망설이며 전화를 받았다. 저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낮고 위협적이었다.
"강아린 씨, 경고를 무시한 모양이군요. 오준혁의 비밀을 캐려 하다니. 조만간, 그 선택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그 목소리는 분명 김태훈의 것이었다. 나는 숨을 삼키며 전화를 끊었다. 대체 무슨 의도일까? 오준혁의 비밀이란 대체 무엇이길래 나를 이렇게 위협하는 걸까? 나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경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 순간, 또 어떤 어둠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