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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9화: 비밀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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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책 하나가 떨어지면서 그 뒤에 숨겨진 양피지를 발견했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했다. 시아는 카이로스가 문서를 읽는 동안 그의 얼굴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 했다. 촛불이 만드는 그림자가 그의 관골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고, 그의 눈빛은 마치 폭풍 속의 호수처럼 고요하면서도 위험해 보였다.

카이로스는 문서를 천천히 내렸다. 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시아는 그것을 본 것이 처음이었다. 항상 완벽한 통제 아래에 있던 그가 감정의 동요를 드러내는 순간. 그것은 마치 얼음산이 갈라지는 소리 같았다.

"이것을 누가 주었는가."

카이로스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지만, 그 안에 담긴 분노의 흔적은 명백했다. 시아는 한 걸음 물러섰다. 그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감정에 압도되는 것이 두려웠다.

"아무도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찾은 것입니다."

"그럼 이것을 읽은 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는 뜻인가."

카이로스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의문보다 불안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것이 불안이 아니라 두려움일지도 몰랐다. 시아는 그 감정을 읽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숨을 고르고 있었다.

"네, 폐하. 당신께만 알리려고 했습니다."

침묵이 서재를 점유했다. 오직 촛불이 타는 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 카이로스는 다시 문서를 들어 올렸다. 이번엔 더욱 신중하게, 마치 그것이 폭발할 수 있는 것처럼.

"이 글씨는 내 아버지의 것이다."

시아의 심장이 멈춘 듯했다. 그녀가 발견한 것은 황제의 아버지—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전황제의 글씨였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저 양피지에 담긴 내용은 무엇일까. 왜 카이로스는 그것을 서재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을까.

"이 문서가... 혹시 폐하에게 무언가를 알리기 위한 것이었나요?"

카이로스는 시아를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차가움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뭔가 다른 것이 스며드는 것처럼.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더 가까워졌다.

"이것은... 내가 결코 외부에 드러내서는 안 되는 문서다. 너에게 이것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네가 더 깊은 위험에 빠지기를 원하지 않았기에."

"그렇다면 이제 말씀해 주실 건가요? 저는 이미 알아버렸습니다."

시아의 목소리에는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카이로스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는... 나와 달리 이 운명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었다. 평민으로서, 궁정의 암투와는 무관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넌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와버렸다."

"저는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폐하의 곁으로 올 때부터요."

카이로스가 시아에게 다가섰다.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 손길에는 보호욕과 함께 죄책감이 섞여 있었다.

"이 문서는 내 아버지가 남긴 경고다. 궁정 내 반란 세력에 관한 것이고, 그들이 어떻게 조직되었는지, 누가 중심인물인지를 기록해두었다. 하지만 내가 왕위에 오른 지 이제 겨우 수년. 그들의 세력은 생각보다 훨씬 강했고, 그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다."

시아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렇다면 이 몇 일 동안 그들이 느낀 긴장감, 추적의 그림자들은 모두 그것과 관련이 있다는 뜻인가.

"그들이 이 문서를 찾으려고 하는 건가요?"

"그렇다. 그리고 만약 그들이 이것을 손에 넣는다면, 내 아버지의 죽음에 관련된 모든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그리고..."

카이로스는 말을 멈추고 시아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의 팔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넌 내 약점이 되어버린다. 그들은 널 통해 나를 압박할 것이다."

"나는 약점이 아닙니다."

시아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마주했다. "저는 당신의 곁에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아..."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방식이 달랐다. 마치 그것이 주문인 듯, 아니면 기도인 듯. 카이로스는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 순간, 서재의 문이 갑자기 열렸다.

테오가 얼굴을 굳힌 채 나타났다.

"폐하. 급한 소식입니다. 남쪽 경계에서 의심스러운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대신들이 긴급 회의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카이로스는 시아를 천천히 놓았다. 그의 얼굴이 다시 황제의 냉정함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시아는 알았다. 그 안에 담긴 불안과 결의를 . 그리고 자신이 이제 그의 세상 속에 얼마나 깊이 뿌리내렸는지를.

"시아, 절대로 혼자 돌아다니지 마. 테오는 널 떠나지 말 것이다."

"네, 폐하."

카이로스가 떠난 후, 서재에 다시 고요함이 돌아왔다. 시아는 촛불 앞에서 그 양피지를 다시 들었다. 전황제의 글씨로 채워진 그것은 이제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그들의 운명을 결정할 선택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운명 속에서 자신은 더 이상 평민이 아니라, 황제의 곁에서 함께 싸워야 할 황후였다.

창밖으로 새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붉은 빛이 하늘을 물들이기 시작했다. 마치 전쟁의 신호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