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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균열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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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의 목소리가 서재 안을 가득 채웠다. 그녀의 손은 여전히 카이로스의 손 안에 있었고, 그 온기가 떨리는 손끝을 통해 전해졌다. 카이로스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좁혀지며 시아의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발견했다는 것이 무엇이냐."

명령처럼 들리는 그의 목소리였지만, 시아는 그 안에 담긴 긴장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는 품 안에 숨겨두었던 양피지 한 장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오래된 잉크가 번진 자국 위로 촘촘한 글씨들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카이로스는 그것을 받아들며 시아의 손을 놓았다.

촛불이 가늘게 흔들렸다.

카이로스의 표정이 굳었다. 아주 미세한 변화였지만, 이제 시아는 그의 얼굴을 읽는 법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다. 턱선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 눈꺼풀이 반 박자 느리게 내려앉는 것. 그가 내면의 감정을 억누를 때마다 나타나는 신호들이었다.

"폐하, 이 문서가 무엇인지 아시겠습니까?"

"……알고 있다."

짧은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 세 글자 안에 담긴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시아는 조심스럽게 한 발짝 그에게 다가섰다.

"제가 서재 깊은 곳 책장 뒤편에서 찾았습니다. 우연히 책 하나가 떨어지면서 열린 공간이었어요. 그 안에 이것 외에도 여러 장의 문서가 있었는데, 테오가 위험하다며 이것만 가지고 나왔습니다."

"테오가 그렇게 말했나."

카이로스는 양피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문서 위를 천천히 훑었다. 시아는 그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폐하, 저는 이 문서에 적힌 이름들을 일부 알아보았습니다. 황실 근위대의 고위 지휘관들, 그리고 귀족 가문 몇 곳의 인장이 찍혀 있었어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시아."

그가 처음으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칭호도, 존칭도 아닌, 오직 이름만으로. 시아는 숨을 멈췄다. 카이로스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 속에는 평소의 차가운 빛과는 다른 무언가가 넘실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경고인지, 아니면 두려움인지 시아는 판단할 수 없었다.

"이 문서를 본 것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

"하지만 폐하, 이것이 폐하를 향한 반역의 증거라면—"

"그렇기 때문에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카이로스의 목소리는 날카롭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너무 조용하고, 너무 낮아서 오히려 더 서늘하게 느껴졌다. 시아는 그가 이 상황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직감을 받았다. 서재의 숨겨진 공간도, 그 안에 보관된 문서들도. 어쩌면 카이로스는 오래전부터 이 모든 것을 알면서 침묵을 지켜왔던 것인지도 몰랐다.

"폐하께서는……이미 알고 계셨던 건가요?"

긴 침묵이 흘렀다. 카이로스는 대답 대신 양피지를 접어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창가로 걸어가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등이 넓고 고요하게 서 있었다. 하지만 시아의 눈에는 그 넓은 등이 무언가 거대한 것을 홀로 짊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황위에 오른 날부터 알았다. 균열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되었어."

그의 말은 독백처럼 흘러나왔다. 시아는 천천히 그의 곁으로 다가가 그의 옆에 나란히 섰다. 창밖으로 보이는 궁정의 야경은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 아래에 얼마나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을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았다.

"혼자 감당하고 계셨군요."

"황제는 혼자 감당해야 하는 존재다."

"그건……잘못된 말씀입니다."

카이로스가 그녀를 돌아보았다. 놀란 빛이 역력했다. 시아는 스스로도 자신의 대담함에 심장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폐하를 무너뜨리려는 자들이 있다면, 폐하 곁에서 함께 막아내려는 자도 있어야 합니다. 저는 황후입니다. 그 이름이 단지 장식이 되길 원하지 않아요."

카이로스는 오랫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은 탐색하는 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를 재고하는 것 같기도 했다. 시아는 그 눈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숨을 고르게 유지하려 애썼다.

"무섭지 않나. 이 궁정이, 그 적들이."

"무섭습니다. 하지만 폐하 곁에 있는 것이 더 무서울 것 같지는 않아요."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카이로스의 표정에 아주 미세한 금이 갔다. 시아는 그것을 보았다. 차가운 가면 아래에서 조금씩 번지는, 감출 수 없는 인간의 온기. 그는 곧 시선을 거두며 다시 창밖을 바라보았지만, 이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어깨에서 무언가가 조금 풀려나간 것처럼.

"오늘 밤은 돌아가 쉬어라. 이 문서에 대해서는 내가 처리하겠다."

"폐하—"

"시아. 지금 당장 네가 할 수 있는 것보다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하지만……" 그가 잠시 말을 멈추었다. "네가 가져다 준 것. 헛되이 쓰지 않겠다."

그것은 약속이었다. 명확하지도, 거창하지도 않은, 하지만 카이로스가 했기에 묵직한 약속이었다. 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폐하."

그녀가 서재 문을 향해 돌아섰을 때였다.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

"잘 자라."

너무 짧고 너무 낮아서 거의 들릴 듯 말 듯 했다. 시아는 발걸음을 멈추었다가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그녀는 문을 닫았다.

복도로 나서자 테오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시아의 표정을 보더니 말없이 그녀의 앞을 걸으며 침소 방향으로 안내했다. 시아는 그의 뒤를 따르며 방금 있었던 일들을 되짚었다. 카이로스의 목소리, 그의 등, 그리고 아주 잠깐 흔들렸던 그의 눈빛.

그는 알고 있었다. 적들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하지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것은 무능함이 아니었다. 시아는 직감적으로 느꼈다. 카이로스는 기다리고 있었다. 무언가를, 아니면 누군가를.

그리고 그 기다림이 이제 변수를 만났다. 시아라는 변수를.

그녀가 침소에 들어 자리에 앉았을 때, 창문 너머로 붉은 새벽빛이 스미기 시작하고 있었다. 밤이 끝나고 있었다. 하지만 시아의 머릿속에서는 오히려 더 깊고 어두운 밤이 시작되는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양피지에 적힌 이름들 중 하나. 시아는 그 이름을 아직 카이로스에게 말하지 못했다. 아니,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이름 앞에 적힌 직함이 그녀의 손을 멈추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황후 폐하의 수석 侍女'

루이나. 카이로스가 직접 시아 곁에 붙여준 믿음직한 시녀. 그 이름이 반역의 문서 안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시아는 침대 모서리를 꽉 쥐며 창문 밖의 새벽빛을 바라보았다.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황후 폐하, 아직 주무시지 않으셨군요."

루이나의 목소리였다. 낮고 부드럽고, 언제나처럼 온화한.

시아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평소처럼 미소를 지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느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