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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의 말은 시아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새로운 힘'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칭찬이 아니었다. 그것은 고백이었다.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하는 것으로만 존재해왔던 황제가,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약함을 인정하는 순간이었다.
시아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창밖의 붉은 노을이 그의 윤곽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는 황제였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단순한 하나의 인간으로 보였다. 어딘가 지쳐 있고, 무언가를 견디고 있는 한 명의 남자.
"폐하."
시아가 천천히 다가갔다. 그녀의 발걸음은 의도적으로 느렸다. 카이로스가 자신의 접근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돌아서지 않았다. 오직 그녀의 향기를 맡을 때만 미미하게 어깨가 움직였다.
"그 문서들을 왜 숨겨 두셨습니까?"
시아의 질문은 도발적이지 않았다. 오직 순수한 호기심만 담겨 있었다. 카이로스가 긴 침묵을 지키고 있자, 그녀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갔고, 그의 팔 근처에서 멈춰 섰다.
"그것들은 내가 이 자리에 오기 전의 것들이었다."
카이로스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는 마치 깊은 우물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무거웠다.
"이 자리에 오기 전이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아가 다시 물었다. 그녀는 그의 옆에 서서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황제와 황후가 나란히 창밖을 내다보는 모습은 마치 한 편의 그림 같았다.
카이로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거리감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것이 방어의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견디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시아, 내가 황제가 되기 전에는 다른 사람이었다. 지금의 나와는 완전히 다른."
그의 말이 끝나고 시아의 숨이 가빠졌다. 이것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었다. 카이로스 황제가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전대미문의 일이었다. 궁정의 모든 신하들도 알지 못하는 비밀이 지금 그녀에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면... 그 문서들이."
시아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의 손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다. 카이로스는 그것을 알아챘고,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 그녀의 손을 자신의 것으로 감싸 쥐었다.
그의 손은 예상 밖으로 따뜻했다. 시아는 항상 그를 얼음처럼 차갑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지금 감각하는 그의 체온은 그 어떤 화염보다도 뜨거웠다.
"넌 그 문서들을 읽었는가?"
"네, 폐하. 읽었습니다."
시아는 거짓말을 할 생각이 없었다. 모든 것을 고백하는 것. 그것이 지금의 카이로스와 자신 사이에 필요한 유일한 것이라고 느껴졌다.
카이로스의 손가락이 그녀의 손등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그것은 만족도, 분노도 아닌, 마치 현실을 확인하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무엇을 읽었는지 말해 보거라."
그의 목소리는 명령이었지만, 그것에 담긴 감정은 간청에 가까웠다. 시아는 천천히 기억해 내기 시작했다. 그 낡은 양피지들에 쓰인 글씨들. 불규칙하고 떨리는 필체로 기록된 것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그곳에는... 어떤 사람의 일기들이 있었습니다. 매우 오래된 것 같은."
"누구의 일기인가?"
"그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황궁의 비밀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시아가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음 부분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야 했다. 그 문서들에 담긴 감정이 너무나 날것이어서, 그것을 읽을 때 자신이 눈물까지 흘렸던 기억이 생생했다.
"그리고 무엇인가?"
카이로스가 더 강하게 물었다. 그의 손이 시아의 손을 더욱 단단히 쥐었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고통 받는 것이 담겨 있었습니다. 매우 깊은 고통이 말입니다."
시아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 수준으로 내려갔다.
카이로스가 그제야 그녀를 향해 온전히 몸을 돌렸다. 그의 얼굴은 창밖의 노을로 인해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은 마치 그가 불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 같은 인상을 줬다.
"그 고통이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폐하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아는 주저함 없이 대답했다. 그리고 그 순간, 카이로스의 눈이 빛났다. 그것은 분노의 빛이 아니었다. 오직 오랜 시간 억압되어 있던 무언가가 표면으로 올라오는 순간의 빛이었다.
"시아."
그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은 황제가 신하를 부르는 방식이 아니었다. 마치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는 듯, 마지막 구원의 밧줄을 잡으려는 듯한 절박함이 담겨 있었다.
시아는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천천히 그의 가슴으로 얼굴을 묻었다. 그의 심장 박동이 얼마나 빠르게 뛰고 있는지 명확히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가 얼마나 큰 바람으로 인해 표면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시아는 처음으로 진정하게 이해했다.
"넌 왜 이렇게 위험한 길을 가려 하는가?"
카이로스가 그녀의 머리 위에서 중얼거렸다.
"왜냐하면... 폐하가 그럴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아가 고개를 들고 그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 문제가 터졌다. 밖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와 함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폐하! 긴급입니다!"
카이로스의 얼굴이 한순간에 황제의 냉엄함으로 변했다. 그는 시아를 부드럽게 밀어냈고, 단호한 목소리로 응했다.
"들어오거라."
그 순간 시아는 깨달았다. 자신들이 공유한 그 모든 순간들이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곧 터질 폭풍 속에서, 자신은 더 이상 숨을 수 없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