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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낯선 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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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낯선 필체
평행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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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스물여섯 생일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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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이 지난 아침, 박서연은 일기장을 펼쳤다. 어젯밤 쓴 내용을 다시 읽으려 했다. 그런데 마지막 페이지에 자신이 쓴 글 아래, 다른 글이 이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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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체가 달랐다. 서연의 글씨보다 조금 더 각지고, 힘이 들어간 글씨였다. 잉크 색도 달랐다. 서연은 파란 펜을 쓰는데, 그 글씨는 검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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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회사에서 팀장한테 틀렸다고 했다. 나는 틀리지 않았는데. 그냥 넘겼다. 내일도 똑같이 넘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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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 내가 쓴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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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일기장을 처음부터 넘겼다. 자신의 글 뒤에 이어지는 다른 글들이 세 군데 더 있었다. 모두 검정 잉크였다. 모두 같은 필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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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서연의 일상과 비슷했다. 같은 회사, 같은 팀장, 비슷한 하루. 그러나 선택이 달랐다. 서연이 참은 자리에서 그는 말했고, 서연이 포기한 자리에서 그는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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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들어온 건가. 아니면 내가 자면서 쓴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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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서연은 일기를 쓰고 일기장을 책상 서랍에 넣고 잠갔다. 열쇠는 지갑 안에 넣었다. 아침에 일어나 열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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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잉크 글씨가 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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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도 네가 누군지 몰라. 근데 우리 같은 사람인 것 같아.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나는 지금 네 일기장에 글을 쓰고 있어. 무섭지 않아. 그냥 말하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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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은 한참 그 문장을 읽었다. 그리고 펜을 들었다.